오십에 읽는 내 운명 이야기 - 명운을 바꾸는 선택과 변화의 순간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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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18 : 오십에 읽는 내 운명 이야기, 강상구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자, 당신의 운명은 어찌 될까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 인간의 나약하고도 제한적인 힘은 거대한 외부 "운명"의 수레바퀴 속에서 그져 감내해야 하고, 또한 피할 수만 있다면 억만금을 지불해서라도 막을려는 모습은 끊임없이 그려져 왔다. 가능하면 행운을 맞아들이고, 불행을 피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무속의 영역이나, 신비학에 대한 원초적인 관심을 떨칠래야 떨칠 수 없었다. (지금 이렇게 고도의 문명사회에서도 아직도 흥하고 있는 것을 보라...) 토테미즘에 기반한 원시적 무속에서 문명의 발전에 따라 보다 쳬계적으로 다듬어지고, 현재에 전해지는 대표적인 경우가 "테트라비블로스"로 대표되는 "천문 점성학 (소위 별자리 점)"과 "주역"을 기반으로 한 명리학일 것이다. (아직도 신문 한 켠에 두 개가 나란히 매일 실리고 있다!) 

2. 저자의 의도...


저자에 대해 기존 저서들을 꾸준히 보아온 팬들이라면, 이 책의 기획 의도를 단번에 이해할 것이지만 상당수 그렇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해본다. 대표작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을 비롯하여, "미노토믹스", "그때 장자를 만났다" 등에서 일관되게 발견할 수 있듯이, 고전에 애정을 가지고, 이 고전들이 현대에 우리 실생활과 만나는 지점을 조명하고 동양의 관점에서 서양의 신화가 부딪칠 때의 이색적인 충돌 지점을 시도하는 신선한 시도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특히, "그리스 신화"의 측면에서 우리 삶을 돌아보는 작업들에 굉장히 발군의 소질을 가진 작가라 하겠다. 본 저서 또한 그 맥락속에서 이해되는 역작이다.

동양의 철학인 "명리학"에 대해, 그리스 신화의 "비극"들을 매치시켜 보다 더 색다르게 해석을 하고, 그럼으로써 우리 인간의 나약한 본질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인간의 희노애락을 여과없이 담고 있는 그리스 신화의 비극이 명리학 특유의 그 "모호한듯한 심오함"과 만나 어우러지며 그 특유의 결과론적 해석이, 이성적으로 해석이 가능하게끔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돋보인다. 

3. 인상적인 부분...

사실 저자가 시도해왔던 아이디어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고전"이라는 "독배"는 워낙 잘 알려져있고, 그만큼 다양한 해석들이 시도되었으며 꾸준히 연구해온 사람들이 많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 아무리 잘 해석한들, 기존의 쟁쟁한 해석들의 권위로 "치기어린 시도"라고 매도당하거나, "깊이없는 키치"로 폄하당할 지점들이 존재하지만, 저자는 두려워 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재미있어야" 하며, 그 재미는 대중들에게 점점 전염될 수 있다는 신념에 의한 것이리라.

또한 두 동서양의 "고전"이라는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자유자재로 연결해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두 철학 모두 치열하게 고민한 산물이라 보인다. 어느 쪽에도 해석을 할 수 있고, 더군다나 두 지점을 "매치"시킬려면 그만큼 모두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의 노력에 개인적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람은 자기가 "이해한만큼" 남에게 설명할 수 있게 마련이다. 두 고전의 거대한 세계를 넘나들기 위해서는 남다른 각고의 노력이 그동안 필요했으리라 짐작한다.

마지막으로 인용한 그리스 비극들은 하나같이 그 극적 효과가 뛰어난 일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심리학이나 영화 같은 타 분야에서도 매우 사랑하고, 애용하는 에피소드들로 가득하다. (심지어 "엘렉트라 증후군 Electra complex" 같은) 굳이 그리스 신화를 읽지 않았어도 다른 매체나 작품들에서 한두번쯤 접해봤음직한 에피소드들을 주로 선택하여 보다 더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자상함이 보인다. 그럼으로써 따로 장황한 각주를 두거나, 또다른 레퍼런스가 반드시 필요한 번거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줄려고 하는 지점은 인상적이다. 그러면서도 나같은 그리스 신화 매니아들에게도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로 선정한 영리함도 동시에 보인다.

4. 아쉬운 부분...


저자의 의도와 방향은 개인적으로 나에게 만족할만한 했다. 난 개인적으로 그리스 신화에 "무한한 애정"이 있음을 고백한다. 늘 읽어왔지만, 언제든 또 읽고 읽어도 그 흥미와 가치가 살아나는 위대한 서사를 가진 고전이다. 거기에 "명리"라는 또다른 심오한 세계가 만나는 지점은 일반 독자들에게 신선하지만, "거대하다"고 생각한다. 각 장의 주제는 저자가 비교적 쉽게 풀어쓰고 명료하게 대비될 수 있도록 구성하였음에도 워낙 방대한 세계들을 다루다보니 등장하는 정보량이 상당하다. 일반 독자들은 그 방대함에 질릴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들 정도니 말이다. 초보적인 독자들도 쉽게 와닿을 수 잇도록, 그림이나 도식도를 좀더 활용했으면 어떨까하는 제안을 한다. 더욱이 "영상 매체"에 익숙한 요즘 독자들에게는 더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려면 한 눈에 직관적으로 이해를 돕도록 도식도를 활용하여, 저자가 의도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더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5. 나오며...

인간의 욕망이 "물질"을 쪼개고, 무한한 우주를 넘어 근본의 세계에 대한 도전을 하먀, 광활한 네트워크의 힘으로 비약적인 소통을 하는 이 현대에도 인간은 미약하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완벽히 알 수 없고, 사소한 인간관계의 굴레 속에서 절망하기도 한다. 우리의 이해 범주를 넘어서는 일들도 벌이지고, 이 불안감을 어디론가 떨쳐버리기 위해 "과학"에 매진하지만 한편으로는 "점성술"과 같은 미신에 대한 믿음을 끊지 못한다. 그만큼 우리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명리가 옳고 그름을 말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인간은 믿고 싶어하는 것을 믿는다. 이것이 일종의 위안 (나쁘게 말하면 "마약")이라고 비난할 지언정, 그 안에는 나름의 체계가 있고, 이를 영속해온 인간의 역사와 노력이 녹아있음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이또한 우리의 문화적 산물이고, 하나의 방향이라면 참고할만한 가치는 있는 것이라 말하고자 한다. 이 거대한 유산들을 새롭게 해석하는 저자의 명징함에 박수를 보낸다.

#오십에읽는내운명이야기 #명리학 #오십 #흐름출판 #그리스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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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경험의 본질 -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리카르도 일리 지음, 명선혜 옮김 / 유엑스리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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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17 : 브랜드 경험의 본질, 리카르도 일리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Parlami D'amore mariu !..." (사랑한다 말해주오!...)

푸르른 하늘과 하얀 백사장, 영롱하고 시원스러운 바다를 배경으로 매력적인 남녀가 보트위에서 어우러지고, 이를 찬양하듯 위의 가사를 가진 칸쪼네가 우아하게 흘러나오면서 향수가 등장한다. 지난 여름 시즌, 돌체앤가바나 Dolce&Gabanna 에서 출시한 새 향수 광고의 한 장면이다. 이 짧은 광고 (유투브에 나온) 안에 이탈리아 브랜드의 우아하고, 로맨틱하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사람들은 느낀다. 

우리는 이제 "이탈리아"라고 하면, 아름답고, 찬란한 문화의 유산이 있으며, 우아하고, 명품 패션의 정신이 살아있는 나라로 인식한다. 마치 영화와도 같은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이미지를 동경하고, 항상 가보고 싶은 나라의 최상위권에는 이탈리아의 도시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문화적인 이미지로 포장된 이탈리아는 이 이미지를 바탕으로 산업적으로도 식품, 명품(패션), 관광, 예술문화 분야 전반에 걸쳐 강력한 절대 군주로 자리잡고 있다. 이 중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커피분야에 "에스프레소"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커피문화의 대표주자인 "일리 illy"는 이미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은 이탈리아 커피의 대명사 "일리 illy"의 회장인 리카르도 일리의 자서전 격이면서 자신들의 기업에 대한 일종의 백서이다. 일리는 3대를 거쳐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문화를 이끌었고,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얻었으며, 이제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등극하여, 스타벅스로 대변되는 거대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자서전 격으로 회고하며, 자신의 경험에 비춰 자신들의 기업철학에 대해 담담하게 서술해나간다. 격렬하게 선동하지도 않고, 늘어지지도 않으며, 그저 독백하듯이 담담하게 자신들의 발자취와 그동안 지켜나가고자 하는 경영 가치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며, 독자들에게 자신들을 이해시키고자 한다. 그 중심에는 "인칸토 Incanto"로 대변되는 "인본주의"적 경영 철학이 자리잡고 있고, 그것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자신들과 수많은 이탈리아 기업들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말하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평소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나로써도, 일리커피는 "믿고 먹는" 브랜드이다. 가격은 상당하지만, 일단 그 품질은 언제든지 최상이었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소비자들은 이런 신뢰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이 책에서도 일리 회장이 말하듯이 "최고의 품질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이고 이를 위해 엄격하고 고집스럽다 못해 집착에 가까운 노력들이 엿보인다. 좋은 원두를 위해 전세계를 걸쳐 적절한 농장과 재배환경, 방식을 늘 모니터링하고, 숙성과 로스팅의 공정과정 전반을 고민하며, 마지막 유통 단계까지 세심히 살펴, 고객들에게 최상의 품질을 제공하는 노력은 하나의 "신화"로서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또한 이를 고객들에게도 알려, 자신들이 하는 방식을 이해시킨다.)

또한, "인칸토" 경영 철학에 대해 원칙들을 제시하고, 다시 한번 인본주의에 대한 이탈리아 기업들의 자부심을 설파한다. 특히 소위 "이윤의 극대화" 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시키는 "미국적인" 기업 경영방식에 대해 비판하고, 자신들을 비롯한 이탈리아 "가족 경영"의 모범적인 사례들을 브랜드별로 소개하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자신들의 기업 철학을 강조한다. 시간이 흘러 "내 자식에게도 일하는 것을 주저없이 추천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고, 나 역시도 할아버지로부터 그런 정신을 물려받았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부러움이 앞섰다. 오늘도 힘겹게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과연 자신의 직장을 단순히 돈을 많이 주거나, 편해서가 아니라 정말 자긍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이가 사라진 현실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어느덧 자신도 기성 세대가 되고, 새로이 등장하는 후대의 사람들과 어떻게 자신의 가치를 이해시킬것인지 고민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시대정신은 늘 변화하고,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가치를 가진 세대들이 주역이 되어 가는 시점에서 자신의 모든 것인 일리라는 그룹이 어떻게 지속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도 자신들이 과거에 소위 "시대의 조류변화"를 위해 실행해봤던 변화들의 실패와 고민들을 소개하고, 무엇이 자신들을 있게하는지를 잊지 말아달라고 후대 세대들에게 당부한다. 때로는 그 길이 고독하고, 고통스러울지라도 몇 대를 걸쳐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러길 바란다면, "자신들의 본질을 팔아넘기는 행위를 하지말고", 본연의 자세를 지킬 것을 강조한다. 비록 외연은 바뀌고, 보다 효과적인 방법론은 바뀔지라도 항상 그 중심에 자리잡은 자신들의 가치를 버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4. 아쉬운 부분...


어찌보면 자기 고백이고, 자기찬양조로 흐르기 쉬운 맥락이라서 자칫 잘못하면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일리 회장은 특유의 온화함으로 이야기를 담담히 하여 그런 면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들이 믿는 가치에 대해 "구도자"적으로 수행하듯이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이를 또한 포장하지도 않고, 자신들의 숙명으로 소박하게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일상의 즐거움이고 삶의 목표와 부합하도록 사는 삶의 단면을 그대로 이야기하여 그들을 이해할 수 밖에 없게한다. 다만, 우리가 이탈리아에 대해 느끼는 그 매력들의 상당 부분은 그 특유의 풍광, 소박한 사람들, 또한 그와 대비되게 유지하는 찬란한 문화 유산들이므로 이를 잘 나타내는 사진들이나 일러스트가 있었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책의 부제에서 느끼듯이 이 책은 주로 일리 기업의 기업 철학을 비롯, 자신들 인칸토 경영의 방식을 소개하고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싶은 저자의 의도로 일부러 그림를 배제한 것은 아닌가 추측도 해본다. 

 

5. 나오며...

오늘도 우리는 커피 한잔을 마시며 대화를 하고, 휴식을 가지며,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이는 미디어에서 부여한 이미지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서구문화에 맹목적인 유행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리 회장의 말처럼 우리는 커피를 소비하는것이 아니다. 소위 커피 한잔으로 대표되는 "한 순간의 여유"를 소비하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느끼는 위대한 기업들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파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 얻어지는 이윤으로 가능한 것들을 단순히 기업의 목표로 삼는게 아니라, 모두와 같이 어떻게 살아갈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는 일리 회장처럼 자신들의 고향인 트리스테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거나, 빌게이츠처럼 공익사업에 거액을 투자하고, 문화활동을 독려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한국의 기업문화는 과연 그런것인지 묻고 싶다. 이제 외부에서도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기업이 있는가하는 대목은 정말 뼈아픈 지점이다. 모두가 같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말로만 부르짖지 말고, 이렇게 자긍심을 가지는 기업문화부터 시작해 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브랜드경험의본질 #브랜딩 #브랜드경험 #유엑스리뷰 #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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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의 추락
스티브 포브스 외 지음, 방영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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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16 : 화폐의 추락, 스티브 포브스 등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자본주의는 구원될 것인가?"

이념의 시대는 이미 종말해버린지 오래이고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자본주의의 일방적 승리 예찬에 힘입어 전 세계는 유래없이 호황을 맞는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그 끝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대변되는 금융위기가 닥치고, 걷잡을 수 없는 사태의 확산에 "양적완화"라는 전례 미문의 처방으로 극복?을 하는 듯 했다. (그 업적으로 당시 연준의장인 "벤 버냉키"에게는 노벨 경제학상을 안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 후유증은 갈수록 커지고, 펜데믹과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마져 발발하며, 이제 우리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싸움, 즉 "인플레이션이냐? 디플레이션이냐?"의 길목에 서서 갈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현재 미 연준의 공식적인 스탠스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천명하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준 금리인상 (자이언트 스텝 Giant step)을 하고 있다. 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각국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듯 보인다. 심지어 다시한번 "스태그플레이션 stagplation"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며 혼돈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2. 저자의 의도...

먼저 본 저서를 읽기 앞서 주저자인 스티브 포브스의 기존 저술들과 비교하면 ,저자의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현대 화폐 이론  (주로 반대편 진영의 케인지언들을 비판하기 위해)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거침없이 던지는 지점은 여전히 보인다. 주저자인 스티브 포브스 뿐만 아니라 다수의 공저자들도 "인플레이션"의 폐해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며, 심지어 "거대한 사기극"으로까지 비유한다. 그리고 마지막 후반부에서 "금본위제"로의 복귀를 강력히 천명하며, "화폐 가치의 안정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다.  

3. 인상적인 부분...



일단 이 책의 주장을 차치하고, 먼저 나는 개인적으로 정반대의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밝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저서를 읽게 된 데에는, 이 책에서 주장하는 "화폐의 신용" 면에서 수긍할만한 점이 분명 존재했기 때문이다. 과거 전후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의 사례처럼 무제한의 양적완화는 결국 몰락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끝날 수 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화폐 가치의 신뢰성 유지는 경제 활동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제껏 인류는 그 해결책으로 많은 고민들을 해왔고, 비단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의 영역에서의 담론도 분명 존재하므로, 단순히 해법을 제시할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저자의 주장은 그동안의 노력해온 금융정책 전반을 뒤엎는 주장이고, 본인 또한 그것을 숨기지 않는다. 워낙에 논쟁적인 부분이 많아서 아예 후반부에는 반대진영에서의 공격적 질문에 대해 일일히 나열하여 반박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결국 그 주장은 "금본위제 복귀"로 이어지며 이에 대한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독자들은 저자의 의견에 동의할 수도, 안할수도 있지만, 적어도 회피하거나 굽히지는 않는다. 더욱히 최근의 월가의 일각에서도 현재 달러 가치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고,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는 목소리도 간간히 나온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한다.

또한, 국가 역활의 재조명과 시장 기능의 긍적적 면을 강조하고, 시민들로부터 "강탈"에 가까운 인플레이션, 증세 정책에 대해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과거 레이거노믹스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정책하에서 다시 한번 부흥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그 시절의 향수 또한 느껴질 정도이다. (레이거노믹스의 찬반양론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입장에서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프리드먼"이나 "하이예크"의 자유론을 극단적으로 옹호하며, 다시 한번 "시장 자유"의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결국 케인즈가 지적한 바 있는 "구매력"의 보존에 관한 논쟁으로도 연결된다.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현재 시스템 내에서 살아야만 하는 독자들을 위해, 각종 경제지표 중에 인플레이션의 징후를 감지하는 방법과 이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들을 제시한다. 채권, 원자재, 주식, 부동산 등 소위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각 요소들에서 일반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해법을 제시하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라고 조언한다. 실질적으로 미국조차도 1980년대 이후 실질임금이 정체되고, 고용의 불안이 커진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에 반해 인플레이션 (정확히는 화폐 가치의 하락)으로 실질 구매력 또한 감소하고 경제 전반에서 주기적으로 디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으며, 각 개인의 "생존"을 위한 전략에 도움을 줄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4. 아쉬운 부분...

앞에서도 살펴 보았듯이 일면 타당한 지적이 있고, 궁극적으로는 현 자본주의 시스템의 영속을 위한 저자의 주장은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이다. 허나 조금만 살펴보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먼저 제일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자본주의에서 통화팽창 말고 다른 수단으로 모두가 이익을 가져가는 묘안"이 있는지 의문이다. 경제활동에서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누근가는 손해를 보게 마련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양극화를 가져오고, 극심한 사회혼란을 야기하며, 궁극적으로 현 시스템의 작동을 멈추게 할 것이다. (굳이 과거 사례를 들지않아도 소위 "시장실패"로 명명되는 사례들이 그것이다.) 현재의 이른바 롤링시스템 Rolling system은 다른 대안을 제시하기 전까지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나는 믿는다.

또한 이미 폐기되어 버린 "금본위제"로의 회귀가 가져올 또다른 문제점에 대해 저자는 간과하고 있지 않은가하는 점이다. 저자가 믿는데로 과거 금본위제의 폐지가 경제정책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면이 작용한 결과라면 금본위제 하에서 현행 경제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는가는 매우 논쟁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사회현상은 간단히 "작용-반작용"의 원리로 환원될 수 없고, 매우 다원화된 "복잡계 시스템 Complex system"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어떤 문제 하나를 해결하려고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가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저자의 주장은 공허하게 돌아간다. (실제로 벤 버냉키도 이 주장에 반박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배경으로 미루어짐작해 보건데, "시장 만능주의"가 가져올 결과는 고스란히 누군가의 감내로 이어진다. (소외계층이 생기던, 아니면 타국으로 그 감내를 전가하던...) 이에 사회 구성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지점까지 다다르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과거 많은 사례들에서 "양극화"는 필연적으로 시스템 붕괴를 낳기 때문이다. 경제는 정치와 뗄레야 뗄 수 없다. 자연과학의 이론처럼 객관적 모범답안이 존재하지 않으며, 어느 것을 더 우선 순위로 정책을 정하는 것은 정치의 몫이지, 경제만이 전적으로 담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5. 나오며...

분명 이 책은 논쟁적인 부분이 다수 포함된 책이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던, 동의하지 않던 현재 경제체제의 근간인 "화폐"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를 이끌어내는 점은 마땅하다. 그 논쟁을 피해가지도 않고, 소신있게 발언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다만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은 현재의 시스템이 분명 "모순"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인류의 역사에서도 무수히 많은 시도와 노력들이 있어왔지만, 아직도 우리는 이를 여전히 해결하려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의미있는 지적을 담아낸 책이다. 다만 이 책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설득되지 전에, 반드시 다른 서적과 함께 보시기를 권한다. 분명히 저자의 주장은 소수이며, 반론 또한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화폐의추락 #스티브포브스 #인플레이션 #경제경영 #책스타그램 #북리뷰 #RHK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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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버 - 어느 평범한 학생의 기막힌 이야기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지음, 한미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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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15 : 게르버,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저, 2022(1930)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1. 들어가며...



"됐어! (됐어!)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한때 한국 가요계를 호령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의 한 구절이다. 일찍이 이 시기를 학창시절로 보낸 나에겐 (또는 동년배의 세대에겐) 이 곡의 가사가 떠오를 것이다. 사랑타령 따위보다 우리의 현실을 대변하는 곡들과 가사를 전면으로 내세운 서태지와 아이들은 완전히 가요계를 바꾸어놓았고, 지금에 와서 K-팝을 운운하는 이 시점의 대중음악계는 분명 이들의 혁신에 빚을 지고 있다.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난 지금, 더 공교육의 모순점들은 심화되고, 이제는 그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왜 그럴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멀리 근대 국가의 성립 단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대변되는 시민에 의한 민주주의가 발로하고, 이를 국가의 근간으로 표방하는 근대 국가가 성립되어 가면서부터 필연적으로 두 가지의 기틀이 마련된다. 하나는 시민에 의한 "군대"의 필요성과 압도적인 폭력(또는 무력)의 독점이다. 굳이 "리바이어던"을 들먹이지 않아도, 대내외적으로 발생하는 갈등해소, 사회불안의 안정, 치안 행정의 기반에는 "국가"가 시민들의 의사에 근거하여 "폭력"을 독점함으로써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시민들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제도이다. 각 나라 마다 의무교육을 통해 기본적인 시민들의 소양과 국가관을 확립하는데 주력하게 된다. 여기서 비극의 단초가 제공되는 것이다. 소위 "공교육"은 국가가 원하는 "국민"의 상을 규정하고, 교육 제도를 동원하여 "바람직한 국민"을 만드는 데에 그 촛점이 맞춰질 경우가 많다. (파시즘이나 구 공산권의 교육이 그 극단적인 예이다.) 창의성이나 개인의 다양성은 심할 경우 말살되며, 전체 사회를 하나의 "규격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이 지배 계급에는 늘 존재하기 마련인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민주주의를 표방한 현대 국가들은 이를 견제하고자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 다양한 방법들을 통하여 이를 감시하고 비판하려는노력들이 있어왔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의 저자,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는 프라하에서 유태인 가정의 아이로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상당히 권위주의 교육으로 점철된 프라하에서 느낀 공교육의 야만성과 무기력을 경험하고 "파시즘"으로 대표되는 국가 권위주의의 심화로 격랑에 빠져들고 있는 1930년대에 이 소설을 출간했다. 예상되다 시피 나치 정권에 의해서 "금서" 처분을 당하고, 수난을 겪게 되지만, 전후 다시 복권되어 독일 교과과정 서적으로 선정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고전의 반열에 올라있다. 암울했던 당시 사회상과 오직 "승자"독식주의로 대변되는 국가관에 의거, 교육마져도 그에 부역하던 시기였으니, 그 분노와 절망은 작품 곳곳에 나타난다.   

3. 인상적인 부분...

책의 첫 서문에 "세상은 세 가지 것에 근거한다. 바로 진리와 정의, 사랑이 그것이다." 라는 문장으로 포문을 열어 책의 마지막 장까지 저자는 학교에 저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마, 요즘 한국의 현실에 오면 철부지 아이라고 치부할 지 모르지만 끊임없이 저자는 "도데체 무엇을 위해 학교에 다녀야 하는가?"라고 되묻는다. 학교의 교육에 순응하고 졸업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면, 이후의 취업과 인생에서의 진로가 보장되는 당시의 구조, 그럼으로써 학교에서 최고의 목표는 "졸업시험"으로 대변되고, 이에 모두가 끊임없이 경쟁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안에서 교사는 절대 권력을 부여받게 되고, 자신의 뜻에 반하는 학생들을 파멸시킨다. 마치 핑크 플로이드 Pink Floyd의 명작 "Another brick in the wall"의 가사와 알란 파커 감독이 그려내었던 뮤직비디오의 원형을 그 당시에 제시했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슬프게도 한국 사회가 떠오르는건 왜일까...)

또한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창의적 발언을 묵살하고, 오로지 교수의 의견만이 절대진리이며 그에 따르는 학생들만이 좋은 점수를 받아가는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며, 누가 그런 권위를 그들에게 부여했는지 되물으며 현실을 고발한다. 마치 현재 한국 국어 교과서에서 한 편의 시를 두고 "여기는 (밑줄긋고) 비유법을 쓴 대목이며, 저기는 저자의 의도가 이렇게 반영된것이야"라고 기계적으로 해부하며 그 시를 이해한다고 말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 떠오른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기존의 책을 찢어버리고 "이런 비평은 쓰레기통에나 갖다 버려랴"라고 극단적으로 비판하며, 보다 더 넓은 마음으로 학생들이 이해하기를 바라는 장면이 겹쳐진다. 

마지막으로 모든 갈등이 수렴하고 극적 전개는 숨가쁘게 치달아, 결국 화자의 "자살"이라는 비극으로 폭발하였음에도, 정작 합격했음을 허망하게 알리는 마지막 신문기사가 이 부조리극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한 편의 블랙코메디 같은 결말을 남긴다. 조금만 더 살았다면 그토록 주위에서 원하던 "합격"을 받았을텐데, 정작 화자는 그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 모순들을 견디어내지 못하여 스스로 생을 마감해버리는 충격적 결말을 보여줘, 독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4. 아쉬운 부분...

1930년대에 초판이 나온 소설인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독자들이 읽기 수월한 구조는 아닌 것을 인정한다. 사건의 전개나 심리 묘사에 있어서 고전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그 특유의 "올드함"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가 "90년"이 지난 오늘의 시점에서 독자들에게 최대한 친숙하게 번역하여 작업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소설의 시의성은 현제에도 적절하며, 더욱이 교육제도의 붕괴마져 예건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는 더욱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아마도 이 책의 출간 의도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추측된다.)

5. 나오며...

한가지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 작품이 전후 독일 교과과정에서 채택된 공식 작품이었단 사실이다. 물론 전후 독일이 "전범 국가"로서의 이미지와 국민 의식을 바꾸려 군대, 정치제도, 교육제도를 전면적으로 수정하여 대내외적으로 "나치즘"과의 연관성을 지우려고 노력한 부분이 있다 하겠으나, 대놓고 공교육의 허상과 헛점을 여과없이 비판하고, 더욱이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 있는 그대로 고발하는 이 작품을 과감히 채택한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만일 요즘 한국 고교과정에서 "태백산맥"이 참고작품으로 채택되었다면 어떤 논란이 일어날지 불보듯 뻔한 현실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처에서 권위주의 정부 또는 귄위주의적 지도자들의 대거 출현으로 불안감이 조성된 국면이 있다. 그런 와중에 최근 벌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뿐만 아니라, "미-중 갈등", "평화헌법 개정 "으로 대변되는 일본의 급속한 "우경화" 등등 전후 약 70년간 이어져운 "평화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다시 "갈등의 시대"로 전환됨을 알리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를 그동안 견제하여 온 "지성"의 힘마져 "맹목적인 교육"에 의해 무너져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파멸시킬만큼의 과학적 힘을 보유한 만큼 다시한번 휴머니즘의 따스함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 이상 늦기 전에... 

#게르버 #프리드리히토어베르크 #문예출판사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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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처럼 읽고 벌처럼 쓴다 - 자신의 분석을 명확히 문장으로 만드는 비평 수업
기타무라 사에 지음, 구수영 옮김 / 지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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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14 : 나비처럼 읽고 벌처럼 쓴다, 기타무라 사에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1. 들어가며...

최근 십년간 가장 인장적인 사회변화를 꼽으라 누군가 질문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유튜브"를 지적한다. 스마트폰이 그 위대한 PC의 아성마쳐 무너뜨리고, 모든 사람의 손을 장악하고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세대에서 지식 정보의 창구가 "유투브"로 수렴하는 현상말이다. 기존 언론을 비롯, 학습, 문화의 측면에서 이토록 방대한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소비되는 사회는 이전 세대에도 있었던가. "편리함"의 이기를 잊지못하는 인간은 손안에 쥐어진 이 마법의 도구를 가지고 또한번 지적 혁명을 부르짖으며, 또다른 세대의 장을 열어젖혔다. 게다가 펜데믹의 공포로 "비대면"으로의 강제적 전환이 겹쳐 엄청난 발전을 짦은 시기에 보여줬다. "온라인" 매체에 보수적인 사람들도 강제적으로 그 대열에 일시 동참하여야 했으며, 일단 구축된 이 생태계를 막강한 권한을 쥐고 우리 사회에 군림했다. 이는 마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로 인한 정보의 대중화에 이은 혁명에 비견될만하다고 개인적으로 평가한다.

이제 일개 개인도 컨텐츠를 수없이 다량으로 생산하고, 이 사간에도 어마어마한 물량을 쏟아낸다. "정보의 홍수"를 넘어 "정보의 질식"상태까지 다다른 것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이 방대한 정보들 사이에서 자신들이 관심있고, 흥미로운 정보를 찾는데 시간을 보내길 주저하며, 누군가 자신들의 취향을 대신 알아주고 추천까지 해줄 그 무엇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답은 의외로 "비평"에 해답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지금 당장 유투브에서 인플루언서 역활을 하는 크리에이터들 중 상당수는 영화,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문화비평 컨텐츠를 주기적으로 방송해주는 면들이 자주 목격된다. 이제 "비평"의 온라인화가 대세 주류로 올라온 시대가 된 것이다. 이즘에서 과연 "비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재조명되어야 마땅한 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

2. 저자의 의도...

저자는 인문학 교수로서 다수의 비평활동을 비롯한 비평담론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책에서도 밝히듯이 연극, 영화분야에 비평을 주로 해왔으며, 그와 더불어 대중문화 전반에 관심을 두고 글을 기고하고 있다. 이 책은 비평을 하고 생각을 공유하려는 일반인들이나 자신처럼 비평을 업으로 하고자 하는 입문자들에게 간단히 비평의 기초를 소개하고, 사례를 분석해주는 일종의 안내서에 가깝다. 개인적 배경에서 짐작할 수 있는, 학자 특유의 현학적 수사나 이론설명은 최대한 자제하고, 실제 비평 사례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난점과 해결방안들을 초심자의 눈높이에서 설명해주고 있다. 그럼으로써 너무 장황해지고, 철학적인 배경지식까지 끌어들이는 우를 범하지 않고, 흥미롭게 독자들에게 쉽게 와닿는 인상적인 "인용구"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3. 인상적인 부분...


저자의 글중에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인용구"다. 책의 중간에서도 밝혔듯이 비평의 예술 중 하나는 인상적인 "캐치 프레이즈"이다. 이미 기존의 작품들을 재해석하고 개인의 의견이나 관점으로 작품을 해체하거나 재구성하는 비평이란 장르의 특성상 자신의 이야기에 "주목"을 끄는 방법은 필수적이다. 비평에 있어 "주목"은 원본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지지 못하는 메타쟝르의 숙명같다. 원본에 대해서 이차적으로 말하는 쟝르인지라, 흥미를 유발하고 미쳐 생각지 못한 부분을 지적하는 비평이 아니면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버리기 쉽고, 비평가의 입지가 좁아지므로 의도하는 바대로 독자를 끌고갈 수가 없게 되니 말이다. 저자는 이런 약점을 시의적절한 "인용구"로 돌파하라고 조언한다. 책의 제목에서도 보듯이 자신의 견해를 녹여낸 인상적인 "인용구"로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또한 기존의 통념들을 이용하여 여기에 자신만의 해석이나 반전을 담아 흥미를 유발하는건 전적으로 동의하는 방법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연극, 영화 비평만을 하지 않을까라는 편견을 뒤집고, 의외로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게다가 그 활용하는 폭도 힙합에서 브리티쉬 모던락까지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고 또한 이해도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90년대에 소위 "2차 브리티쉬 인베이젼"이라 회자되던 밴드들의 음악들 중에서도 쉽게 생각하는 오아시스 Oasis", "블러 Blur" 같은 메이져 밴드보다 "일래스티카 Eladtica" 같은 마이너한 밴드들을 언급하며 그에 대한 담론들을 전개하는 것을 보면, 저자가 상당히 이 쟝르에 대해 이해도도 높고, 좋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숨기지도 않는다.) 따라서 영화 해석에 있어 음악의 역활이나, 혹은 정반대로 어떤 음악적 면으로부터 시작하여 영화, 연극을 병치시켜 담론을 이끌어내는 데에 상당히 능하며, 이 또한 흥미를 가져온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실수나 결점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소개한다. 책의 말미에 동료 비평가와 동일 주제에 대한 자신과 동료들의 글을 똑같이 소개하고, (여기서는 영화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2013"가 언급된다.) 서로 비평하며 지적하는 부분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어찌보면 자신감의 발로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저자가 밝히듯이 자신의 비평을 둘러싼 담론을 오히려 즐기고, 수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저자의 신념이 담긴 부분이다. 그리고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유사하게 "토론"하는 문화는 아직도 사회적으로 잘 정착되지 않았다고 본다. 토론의 장에서는 거침없이 비판하고 독설을 하더라도, 그 장이 끝나면 화개애애하게 같이 차나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의 즐기는 자세는 정말 공감이 많이 되는 부분이었다.


 

4. 아쉬운 부분...

저자는 본 저서의 목적과 방향을 명확히 선언하고, 그에 따라 적절하게 독자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전달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다루는 연극, 영화 작품들의 인상적인 장면이나, 노래의 어떤 부분들은 좀더 책에서 사진이나, 링크로 소개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이 부분은 저작권 문제도 있고, 일본작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해가 될 수도 있는 지점이다.) 물론 저자가 소개하듯이 관심이 간다면 독자들이 찾아보는 정성을 들여 능동적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참을성"이 없는 요즘 세대에서는 좀더 직관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면 훨씬 더 좋은 책일거라 확신한다.

또 한가지 덧붙일 점은 글의 서두에서 밝혔듯이,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미디어 환경이 바뀐 요즘 세대에서 과연 비평은 어떻게 작용하며, 그 외형적인 부분이 차이가 발생하는가...하는 담론이 추후에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대중문화에 상당히 능한 저자도 이런 부분은 필히 짐작하고 있을테고, 신 미디어 비평에 대한 새로운 담론들이 요즘 세대에게 필요한다. 이는 저자를 비롯한 향후 비평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남은 숙제가 아닐까 싶다.

5. 나오며...

비평은 당당히 또하나의 예술장르이고, 그저 단순히 분석하고 해체하는 작업만을 말하지 않는다. 필자가 책에서도 언급하는 오스카 와일드 Oscar wilde의 말처럼 비평은 또하나의 재창조이며 잘된 비평은 원전에 비견할만한 작품이다. 더군다나 그 작품을 소비하고, 이해하며, 즐기는 팬픽의 입장도 어느정도 가질 수 있는 성격이 존재하므로 즐거운 작업일 것이다. 우리 모두 인간으로서 주어진 특권에 가까운 문화활동에 있어 비평가들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좋은 동반자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좋은 분야의 현장에서 적절하게 좋은 책을 저술한 저자에게 감사를 드린다.


#나비처럼읽고벌처럼쓴다 #기타무라사에 #지노출판 #비평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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