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추락
스티브 포브스 외 지음, 방영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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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16 : 화폐의 추락, 스티브 포브스 등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자본주의는 구원될 것인가?"

이념의 시대는 이미 종말해버린지 오래이고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자본주의의 일방적 승리 예찬에 힘입어 전 세계는 유래없이 호황을 맞는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그 끝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대변되는 금융위기가 닥치고, 걷잡을 수 없는 사태의 확산에 "양적완화"라는 전례 미문의 처방으로 극복?을 하는 듯 했다. (그 업적으로 당시 연준의장인 "벤 버냉키"에게는 노벨 경제학상을 안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 후유증은 갈수록 커지고, 펜데믹과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마져 발발하며, 이제 우리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싸움, 즉 "인플레이션이냐? 디플레이션이냐?"의 길목에 서서 갈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현재 미 연준의 공식적인 스탠스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천명하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준 금리인상 (자이언트 스텝 Giant step)을 하고 있다. 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각국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듯 보인다. 심지어 다시한번 "스태그플레이션 stagplation"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며 혼돈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2. 저자의 의도...

먼저 본 저서를 읽기 앞서 주저자인 스티브 포브스의 기존 저술들과 비교하면 ,저자의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현대 화폐 이론  (주로 반대편 진영의 케인지언들을 비판하기 위해)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거침없이 던지는 지점은 여전히 보인다. 주저자인 스티브 포브스 뿐만 아니라 다수의 공저자들도 "인플레이션"의 폐해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며, 심지어 "거대한 사기극"으로까지 비유한다. 그리고 마지막 후반부에서 "금본위제"로의 복귀를 강력히 천명하며, "화폐 가치의 안정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다.  

3. 인상적인 부분...



일단 이 책의 주장을 차치하고, 먼저 나는 개인적으로 정반대의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밝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저서를 읽게 된 데에는, 이 책에서 주장하는 "화폐의 신용" 면에서 수긍할만한 점이 분명 존재했기 때문이다. 과거 전후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의 사례처럼 무제한의 양적완화는 결국 몰락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끝날 수 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화폐 가치의 신뢰성 유지는 경제 활동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제껏 인류는 그 해결책으로 많은 고민들을 해왔고, 비단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의 영역에서의 담론도 분명 존재하므로, 단순히 해법을 제시할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저자의 주장은 그동안의 노력해온 금융정책 전반을 뒤엎는 주장이고, 본인 또한 그것을 숨기지 않는다. 워낙에 논쟁적인 부분이 많아서 아예 후반부에는 반대진영에서의 공격적 질문에 대해 일일히 나열하여 반박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결국 그 주장은 "금본위제 복귀"로 이어지며 이에 대한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독자들은 저자의 의견에 동의할 수도, 안할수도 있지만, 적어도 회피하거나 굽히지는 않는다. 더욱히 최근의 월가의 일각에서도 현재 달러 가치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고,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는 목소리도 간간히 나온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한다.

또한, 국가 역활의 재조명과 시장 기능의 긍적적 면을 강조하고, 시민들로부터 "강탈"에 가까운 인플레이션, 증세 정책에 대해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과거 레이거노믹스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정책하에서 다시 한번 부흥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그 시절의 향수 또한 느껴질 정도이다. (레이거노믹스의 찬반양론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입장에서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프리드먼"이나 "하이예크"의 자유론을 극단적으로 옹호하며, 다시 한번 "시장 자유"의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결국 케인즈가 지적한 바 있는 "구매력"의 보존에 관한 논쟁으로도 연결된다.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현재 시스템 내에서 살아야만 하는 독자들을 위해, 각종 경제지표 중에 인플레이션의 징후를 감지하는 방법과 이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들을 제시한다. 채권, 원자재, 주식, 부동산 등 소위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각 요소들에서 일반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해법을 제시하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라고 조언한다. 실질적으로 미국조차도 1980년대 이후 실질임금이 정체되고, 고용의 불안이 커진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에 반해 인플레이션 (정확히는 화폐 가치의 하락)으로 실질 구매력 또한 감소하고 경제 전반에서 주기적으로 디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으며, 각 개인의 "생존"을 위한 전략에 도움을 줄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4. 아쉬운 부분...

앞에서도 살펴 보았듯이 일면 타당한 지적이 있고, 궁극적으로는 현 자본주의 시스템의 영속을 위한 저자의 주장은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이다. 허나 조금만 살펴보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먼저 제일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자본주의에서 통화팽창 말고 다른 수단으로 모두가 이익을 가져가는 묘안"이 있는지 의문이다. 경제활동에서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누근가는 손해를 보게 마련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양극화를 가져오고, 극심한 사회혼란을 야기하며, 궁극적으로 현 시스템의 작동을 멈추게 할 것이다. (굳이 과거 사례를 들지않아도 소위 "시장실패"로 명명되는 사례들이 그것이다.) 현재의 이른바 롤링시스템 Rolling system은 다른 대안을 제시하기 전까지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나는 믿는다.

또한 이미 폐기되어 버린 "금본위제"로의 회귀가 가져올 또다른 문제점에 대해 저자는 간과하고 있지 않은가하는 점이다. 저자가 믿는데로 과거 금본위제의 폐지가 경제정책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면이 작용한 결과라면 금본위제 하에서 현행 경제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는가는 매우 논쟁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사회현상은 간단히 "작용-반작용"의 원리로 환원될 수 없고, 매우 다원화된 "복잡계 시스템 Complex system"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어떤 문제 하나를 해결하려고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가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저자의 주장은 공허하게 돌아간다. (실제로 벤 버냉키도 이 주장에 반박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배경으로 미루어짐작해 보건데, "시장 만능주의"가 가져올 결과는 고스란히 누군가의 감내로 이어진다. (소외계층이 생기던, 아니면 타국으로 그 감내를 전가하던...) 이에 사회 구성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지점까지 다다르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과거 많은 사례들에서 "양극화"는 필연적으로 시스템 붕괴를 낳기 때문이다. 경제는 정치와 뗄레야 뗄 수 없다. 자연과학의 이론처럼 객관적 모범답안이 존재하지 않으며, 어느 것을 더 우선 순위로 정책을 정하는 것은 정치의 몫이지, 경제만이 전적으로 담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5. 나오며...

분명 이 책은 논쟁적인 부분이 다수 포함된 책이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던, 동의하지 않던 현재 경제체제의 근간인 "화폐"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를 이끌어내는 점은 마땅하다. 그 논쟁을 피해가지도 않고, 소신있게 발언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다만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은 현재의 시스템이 분명 "모순"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인류의 역사에서도 무수히 많은 시도와 노력들이 있어왔지만, 아직도 우리는 이를 여전히 해결하려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의미있는 지적을 담아낸 책이다. 다만 이 책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설득되지 전에, 반드시 다른 서적과 함께 보시기를 권한다. 분명히 저자의 주장은 소수이며, 반론 또한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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