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비처럼 읽고 벌처럼 쓴다 - 자신의 분석을 명확히 문장으로 만드는 비평 수업
기타무라 사에 지음, 구수영 옮김 / 지노 / 2022년 9월
평점 :
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14 : 나비처럼 읽고 벌처럼 쓴다, 기타무라 사에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1. 들어가며...


최근 십년간 가장 인장적인 사회변화를 꼽으라 누군가 질문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유튜브"를 지적한다. 스마트폰이 그 위대한 PC의 아성마쳐 무너뜨리고, 모든 사람의 손을 장악하고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세대에서 지식 정보의 창구가 "유투브"로 수렴하는 현상말이다. 기존 언론을 비롯, 학습, 문화의 측면에서 이토록 방대한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소비되는 사회는 이전 세대에도 있었던가. "편리함"의 이기를 잊지못하는 인간은 손안에 쥐어진 이 마법의 도구를 가지고 또한번 지적 혁명을 부르짖으며, 또다른 세대의 장을 열어젖혔다. 게다가 펜데믹의 공포로 "비대면"으로의 강제적 전환이 겹쳐 엄청난 발전을 짦은 시기에 보여줬다. "온라인" 매체에 보수적인 사람들도 강제적으로 그 대열에 일시 동참하여야 했으며, 일단 구축된 이 생태계를 막강한 권한을 쥐고 우리 사회에 군림했다. 이는 마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로 인한 정보의 대중화에 이은 혁명에 비견될만하다고 개인적으로 평가한다.
이제 일개 개인도 컨텐츠를 수없이 다량으로 생산하고, 이 사간에도 어마어마한 물량을 쏟아낸다. "정보의 홍수"를 넘어 "정보의 질식"상태까지 다다른 것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이 방대한 정보들 사이에서 자신들이 관심있고, 흥미로운 정보를 찾는데 시간을 보내길 주저하며, 누군가 자신들의 취향을 대신 알아주고 추천까지 해줄 그 무엇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답은 의외로 "비평"에 해답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지금 당장 유투브에서 인플루언서 역활을 하는 크리에이터들 중 상당수는 영화,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문화비평 컨텐츠를 주기적으로 방송해주는 면들이 자주 목격된다. 이제 "비평"의 온라인화가 대세 주류로 올라온 시대가 된 것이다. 이즘에서 과연 "비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재조명되어야 마땅한 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
2. 저자의 의도...

저자는 인문학 교수로서 다수의 비평활동을 비롯한 비평담론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책에서도 밝히듯이 연극, 영화분야에 비평을 주로 해왔으며, 그와 더불어 대중문화 전반에 관심을 두고 글을 기고하고 있다. 이 책은 비평을 하고 생각을 공유하려는 일반인들이나 자신처럼 비평을 업으로 하고자 하는 입문자들에게 간단히 비평의 기초를 소개하고, 사례를 분석해주는 일종의 안내서에 가깝다. 개인적 배경에서 짐작할 수 있는, 학자 특유의 현학적 수사나 이론설명은 최대한 자제하고, 실제 비평 사례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난점과 해결방안들을 초심자의 눈높이에서 설명해주고 있다. 그럼으로써 너무 장황해지고, 철학적인 배경지식까지 끌어들이는 우를 범하지 않고, 흥미롭게 독자들에게 쉽게 와닿는 인상적인 "인용구"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3. 인상적인 부분...


저자의 글중에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인용구"다. 책의 중간에서도 밝혔듯이 비평의 예술 중 하나는 인상적인 "캐치 프레이즈"이다. 이미 기존의 작품들을 재해석하고 개인의 의견이나 관점으로 작품을 해체하거나 재구성하는 비평이란 장르의 특성상 자신의 이야기에 "주목"을 끄는 방법은 필수적이다. 비평에 있어 "주목"은 원본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지지 못하는 메타쟝르의 숙명같다. 원본에 대해서 이차적으로 말하는 쟝르인지라, 흥미를 유발하고 미쳐 생각지 못한 부분을 지적하는 비평이 아니면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버리기 쉽고, 비평가의 입지가 좁아지므로 의도하는 바대로 독자를 끌고갈 수가 없게 되니 말이다. 저자는 이런 약점을 시의적절한 "인용구"로 돌파하라고 조언한다. 책의 제목에서도 보듯이 자신의 견해를 녹여낸 인상적인 "인용구"로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또한 기존의 통념들을 이용하여 여기에 자신만의 해석이나 반전을 담아 흥미를 유발하는건 전적으로 동의하는 방법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연극, 영화 비평만을 하지 않을까라는 편견을 뒤집고, 의외로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게다가 그 활용하는 폭도 힙합에서 브리티쉬 모던락까지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고 또한 이해도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90년대에 소위 "2차 브리티쉬 인베이젼"이라 회자되던 밴드들의 음악들 중에서도 쉽게 생각하는 오아시스 Oasis", "블러 Blur" 같은 메이져 밴드보다 "일래스티카 Eladtica" 같은 마이너한 밴드들을 언급하며 그에 대한 담론들을 전개하는 것을 보면, 저자가 상당히 이 쟝르에 대해 이해도도 높고, 좋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숨기지도 않는다.) 따라서 영화 해석에 있어 음악의 역활이나, 혹은 정반대로 어떤 음악적 면으로부터 시작하여 영화, 연극을 병치시켜 담론을 이끌어내는 데에 상당히 능하며, 이 또한 흥미를 가져온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실수나 결점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소개한다. 책의 말미에 동료 비평가와 동일 주제에 대한 자신과 동료들의 글을 똑같이 소개하고, (여기서는 영화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2013"가 언급된다.) 서로 비평하며 지적하는 부분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어찌보면 자신감의 발로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저자가 밝히듯이 자신의 비평을 둘러싼 담론을 오히려 즐기고, 수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저자의 신념이 담긴 부분이다. 그리고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유사하게 "토론"하는 문화는 아직도 사회적으로 잘 정착되지 않았다고 본다. 토론의 장에서는 거침없이 비판하고 독설을 하더라도, 그 장이 끝나면 화개애애하게 같이 차나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의 즐기는 자세는 정말 공감이 많이 되는 부분이었다.

4. 아쉬운 부분...
저자는 본 저서의 목적과 방향을 명확히 선언하고, 그에 따라 적절하게 독자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전달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다루는 연극, 영화 작품들의 인상적인 장면이나, 노래의 어떤 부분들은 좀더 책에서 사진이나, 링크로 소개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이 부분은 저작권 문제도 있고, 일본작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해가 될 수도 있는 지점이다.) 물론 저자가 소개하듯이 관심이 간다면 독자들이 찾아보는 정성을 들여 능동적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참을성"이 없는 요즘 세대에서는 좀더 직관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면 훨씬 더 좋은 책일거라 확신한다.
또 한가지 덧붙일 점은 글의 서두에서 밝혔듯이,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미디어 환경이 바뀐 요즘 세대에서 과연 비평은 어떻게 작용하며, 그 외형적인 부분이 차이가 발생하는가...하는 담론이 추후에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대중문화에 상당히 능한 저자도 이런 부분은 필히 짐작하고 있을테고, 신 미디어 비평에 대한 새로운 담론들이 요즘 세대에게 필요한다. 이는 저자를 비롯한 향후 비평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남은 숙제가 아닐까 싶다.
5. 나오며...
비평은 당당히 또하나의 예술장르이고, 그저 단순히 분석하고 해체하는 작업만을 말하지 않는다. 필자가 책에서도 언급하는 오스카 와일드 Oscar wilde의 말처럼 비평은 또하나의 재창조이며 잘된 비평은 원전에 비견할만한 작품이다. 더군다나 그 작품을 소비하고, 이해하며, 즐기는 팬픽의 입장도 어느정도 가질 수 있는 성격이 존재하므로 즐거운 작업일 것이다. 우리 모두 인간으로서 주어진 특권에 가까운 문화활동에 있어 비평가들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좋은 동반자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좋은 분야의 현장에서 적절하게 좋은 책을 저술한 저자에게 감사를 드린다.
#나비처럼읽고벌처럼쓴다 #기타무라사에 #지노출판 #비평 #북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