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17 : 브랜드 경험의 본질, 리카르도 일리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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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lami D'amore mariu !..." (사랑한다 말해주오!...)
푸르른 하늘과 하얀 백사장, 영롱하고 시원스러운 바다를 배경으로 매력적인 남녀가 보트위에서 어우러지고, 이를 찬양하듯 위의 가사를 가진 칸쪼네가 우아하게 흘러나오면서 향수가 등장한다. 지난 여름 시즌, 돌체앤가바나 Dolce&Gabanna 에서 출시한 새 향수 광고의 한 장면이다. 이 짧은 광고 (유투브에 나온) 안에 이탈리아 브랜드의 우아하고, 로맨틱하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사람들은 느낀다.
우리는 이제 "이탈리아"라고 하면, 아름답고, 찬란한 문화의 유산이 있으며, 우아하고, 명품 패션의 정신이 살아있는 나라로 인식한다. 마치 영화와도 같은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이미지를 동경하고, 항상 가보고 싶은 나라의 최상위권에는 이탈리아의 도시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문화적인 이미지로 포장된 이탈리아는 이 이미지를 바탕으로 산업적으로도 식품, 명품(패션), 관광, 예술문화 분야 전반에 걸쳐 강력한 절대 군주로 자리잡고 있다. 이 중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커피분야에 "에스프레소"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커피문화의 대표주자인 "일리 illy"는 이미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2. 저자의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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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탈리아 커피의 대명사 "일리 illy"의 회장인 리카르도 일리의 자서전 격이면서 자신들의 기업에 대한 일종의 백서이다. 일리는 3대를 거쳐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문화를 이끌었고,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얻었으며, 이제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등극하여, 스타벅스로 대변되는 거대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자서전 격으로 회고하며, 자신의 경험에 비춰 자신들의 기업철학에 대해 담담하게 서술해나간다. 격렬하게 선동하지도 않고, 늘어지지도 않으며, 그저 독백하듯이 담담하게 자신들의 발자취와 그동안 지켜나가고자 하는 경영 가치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며, 독자들에게 자신들을 이해시키고자 한다. 그 중심에는 "인칸토 Incanto"로 대변되는 "인본주의"적 경영 철학이 자리잡고 있고, 그것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자신들과 수많은 이탈리아 기업들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말하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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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나로써도, 일리커피는 "믿고 먹는" 브랜드이다. 가격은 상당하지만, 일단 그 품질은 언제든지 최상이었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소비자들은 이런 신뢰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이 책에서도 일리 회장이 말하듯이 "최고의 품질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이고 이를 위해 엄격하고 고집스럽다 못해 집착에 가까운 노력들이 엿보인다. 좋은 원두를 위해 전세계를 걸쳐 적절한 농장과 재배환경, 방식을 늘 모니터링하고, 숙성과 로스팅의 공정과정 전반을 고민하며, 마지막 유통 단계까지 세심히 살펴, 고객들에게 최상의 품질을 제공하는 노력은 하나의 "신화"로서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또한 이를 고객들에게도 알려, 자신들이 하는 방식을 이해시킨다.)
또한, "인칸토" 경영 철학에 대해 원칙들을 제시하고, 다시 한번 인본주의에 대한 이탈리아 기업들의 자부심을 설파한다. 특히 소위 "이윤의 극대화" 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시키는 "미국적인" 기업 경영방식에 대해 비판하고, 자신들을 비롯한 이탈리아 "가족 경영"의 모범적인 사례들을 브랜드별로 소개하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자신들의 기업 철학을 강조한다. 시간이 흘러 "내 자식에게도 일하는 것을 주저없이 추천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고, 나 역시도 할아버지로부터 그런 정신을 물려받았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부러움이 앞섰다. 오늘도 힘겹게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과연 자신의 직장을 단순히 돈을 많이 주거나, 편해서가 아니라 정말 자긍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이가 사라진 현실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어느덧 자신도 기성 세대가 되고, 새로이 등장하는 후대의 사람들과 어떻게 자신의 가치를 이해시킬것인지 고민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시대정신은 늘 변화하고,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가치를 가진 세대들이 주역이 되어 가는 시점에서 자신의 모든 것인 일리라는 그룹이 어떻게 지속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도 자신들이 과거에 소위 "시대의 조류변화"를 위해 실행해봤던 변화들의 실패와 고민들을 소개하고, 무엇이 자신들을 있게하는지를 잊지 말아달라고 후대 세대들에게 당부한다. 때로는 그 길이 고독하고, 고통스러울지라도 몇 대를 걸쳐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러길 바란다면, "자신들의 본질을 팔아넘기는 행위를 하지말고", 본연의 자세를 지킬 것을 강조한다. 비록 외연은 바뀌고, 보다 효과적인 방법론은 바뀔지라도 항상 그 중심에 자리잡은 자신들의 가치를 버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4. 아쉬운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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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자기 고백이고, 자기찬양조로 흐르기 쉬운 맥락이라서 자칫 잘못하면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일리 회장은 특유의 온화함으로 이야기를 담담히 하여 그런 면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들이 믿는 가치에 대해 "구도자"적으로 수행하듯이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이를 또한 포장하지도 않고, 자신들의 숙명으로 소박하게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일상의 즐거움이고 삶의 목표와 부합하도록 사는 삶의 단면을 그대로 이야기하여 그들을 이해할 수 밖에 없게한다. 다만, 우리가 이탈리아에 대해 느끼는 그 매력들의 상당 부분은 그 특유의 풍광, 소박한 사람들, 또한 그와 대비되게 유지하는 찬란한 문화 유산들이므로 이를 잘 나타내는 사진들이나 일러스트가 있었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책의 부제에서 느끼듯이 이 책은 주로 일리 기업의 기업 철학을 비롯, 자신들 인칸토 경영의 방식을 소개하고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싶은 저자의 의도로 일부러 그림를 배제한 것은 아닌가 추측도 해본다.
5. 나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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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리는 커피 한잔을 마시며 대화를 하고, 휴식을 가지며,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이는 미디어에서 부여한 이미지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서구문화에 맹목적인 유행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리 회장의 말처럼 우리는 커피를 소비하는것이 아니다. 소위 커피 한잔으로 대표되는 "한 순간의 여유"를 소비하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느끼는 위대한 기업들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파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 얻어지는 이윤으로 가능한 것들을 단순히 기업의 목표로 삼는게 아니라, 모두와 같이 어떻게 살아갈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는 일리 회장처럼 자신들의 고향인 트리스테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거나, 빌게이츠처럼 공익사업에 거액을 투자하고, 문화활동을 독려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한국의 기업문화는 과연 그런것인지 묻고 싶다. 이제 외부에서도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기업이 있는가하는 대목은 정말 뼈아픈 지점이다. 모두가 같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말로만 부르짖지 말고, 이렇게 자긍심을 가지는 기업문화부터 시작해 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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