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 사람이 지도자다. 그런데 말만 잘하고 일은 못하는 사람이 있었는가. 그동안 외교무대에 나가서 선진국 지도자들을 보니 말을 못하는 지도자가 없더라.˝ 작금의 최순실 굿통령 시대를 맞아 새삼 가슴을 때리는 말이다. 노대통령의 통찰력이다. 책은 평이한 편. 오로지 노대통령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싶은 마음으로 구입한 책이니 큰 기대는 안 했고 이 책 역시 그 기대만큼이다.
불의 강으로 오정희 작가님에게 크게 감동하여 다시 사본 책. 오정희 작가님의 모든 책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틈나는 대로 사볼 생각이었는데 이쯤에서 멈추어야 할 것 같다. 조바심이 나서 이 화려한 문체를 찬찬히 따라잡기가 힘이 든다. 마음의 여유를 잃어가는 것 같다.
천재나 영웅이 실제로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떻게 천재나 영웅으로 외부에 알려졌으며 세계는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칭송하고 또 잊어왔는가에 관한 광범위하고 세밀한 정보의 취합과 설명이 있다. 처음 접하는 내용도 많았고 흥미를 끄는 부분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천재나 영웅은커녕 유명인이 되고 싶은 마음조차 1도 없기 땜에 그리 썩 재미있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기억하고 칭송하고 잊어가는 일련의 과정이야 너무 당연한 이치로 진행되는 거고. 번역이 잘못된 건지 원글이 꽝인지 부자연스러운 문장도 꽤 있었다.
박완서의 글을 읽으면, 젊은 날 아버지와 오빠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어 반복적으로 이야기됨을 알 수 있다. 그것 때문에 때로 몹시 지겹다가도, 당시 시대상에 관한 정밀한 묘사에 끌려 다시 책을 고르게 된다. 읽다보면 어릴 때 동네 생각도 난다. 박완서 소설이 가장 짜증나는 지점은 마치 홍상수 영화가 남자들의 찌질한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것처럼, 여자들을 중심으로 한 사람의 속물적 근성을 날것으로 보게 된다는 데에 있다. 동창이고 이웃이고 가족이고 할 것 없이 겉으로는 친한척 걱정하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질투와 시기, 선정적인 호기심과 욕망이 전쟁을 치른다. 어릴 때야 어른들은 그런가보다 그럴수도 있겠다 하고 넘어갔지만 어른이 된 지금 오히려 이해하기 힘든 심리 묘사들이 많았다. 여하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박완서는 충분히 읽었다고 본다. 다시 읽을 일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