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목숨이 촌각의 처치에 달린 응급실. 긴박한 현장에서 의사가 사투를 벌인다. 웬만큼 강심장이 아니고는 견디기 어려울 것 같은데, 이 책에 풀어놓은 상념은 그 의사가 매우 예민하고 섬세하며 생각이 많은 사람임을 알려준다. 어떻게 병행할까 싶다. 직업의 세계는 이래서 신비롭다. 의사가 쓴 경험담 중에서 내가 최고로 치는 것은 박경철의 시골의사1,2편이다. 이후 같은 작가가 쓴 '자기혁명'이나 안철수와 함께 하는 정치행보에 깊은 실망을 하기는 했으나, 그가 가진 작가로서의 대단한 재능까지 부인할 수는 없다. 이 책은 박경철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문체와는 매우 다르다. 상념과 묘사가 많고 표현이 화려하다. 처음에는 좀 낯설었으나, 중반 넘어 익숙해지면서 재미를 붙였다. 몰입이 잘 되어, 빠른 시간 안에 다 읽었고 밝은 표정으로 책을 덮었다. 내 취향이 아니라, 다음 책이 나와도 다시 사서 읽지는 않을 것 같지만, 좋은 작가라고 생각한다.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어쩌다보니 하루키의 책을 거의 연속으로 읽게 되었다. 지난 번 책은 좀 괜찮았는데, 이번 책은 생각보다 별로다. 펜과 종이만 있으면 세계를 돌아다니며 글을 써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훌륭한 직업. 부럽기는 하다. 물론 하루키처럼 잘 나가는 극소수의 작가에 한정된다. 하루키는 소설가와 전혀 무관한 삶을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마치 하늘로부터 계시를 받은 것처럼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되었고 올해는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대단한 분이지. 그런데 그런 분이 여행기를 이렇게 허접하게 쓰는 건 좀 아니지 않나. 게다가 중간중간에 서술어가 갑자기 존댓말로 바뀌는 부분이 있는데(.. 군요.. 지요..) 오만해보여서 너무 거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