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목숨이 촌각의 처치에 달린 응급실. 긴박한 현장에서 의사가 사투를 벌인다. 웬만큼 강심장이 아니고는 견디기 어려울 것 같은데, 이 책에 풀어놓은 상념은 그 의사가 매우 예민하고 섬세하며 생각이 많은 사람임을 알려준다. 어떻게 병행할까 싶다. 직업의 세계는 이래서 신비롭다. 의사가 쓴 경험담 중에서 내가 최고로 치는 것은 박경철의 시골의사1,2편이다. 이후 같은 작가가 쓴 '자기혁명'이나 안철수와 함께 하는 정치행보에 깊은 실망을 하기는 했으나, 그가 가진 작가로서의 대단한 재능까지 부인할 수는 없다. 이 책은 박경철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문체와는 매우 다르다. 상념과 묘사가 많고 표현이 화려하다. 처음에는 좀 낯설었으나, 중반 넘어 익숙해지면서 재미를 붙였다. 몰입이 잘 되어, 빠른 시간 안에 다 읽었고 밝은 표정으로 책을 덮었다. 내 취향이 아니라, 다음 책이 나와도 다시 사서 읽지는 않을 것 같지만, 좋은 작가라고 생각한다.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