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재미있다. 디지털기술을 이용한 감시사회. 신용카드, 체크카드, 지하철카드와 블랙박스, 하이패스가 편리함의 탈을 쓰고 일상이 되었다. 외려 이게 날 지켜줄 거란 믿음까지 한편으로는 있다. 내 이동경로가 추적되니까. 그러나 국가가 나를 감시하고자 마음 먹을 때에는 이보다 더 쉬운 도구가 없을 것이다. 테러방지라는 미명 하에 자행되는 무시무시한 일들. 미국도 유럽도 그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벗어날 길이 있을까.
스티븐킹의 작품은 무지 많고 유명한 작품도 많지만 읽고 큰 감흥을 받은 건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재미있는 건 영화화되었고 영화화된 작품은 내가 그 내용을 이미 아니 거의 읽지 않아서 그런가. 아이디어나 소재가 독특하고 뛰어나며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가는 힘이 대단하다는 것도 알겠다. 하지만 읽으면서 빨려드는 것 같은 느낌은 받은 적이 없다. 흥미롭지만 지루하기도하다.
아... 대단한 소설이다. 이런 작가를 왜 내가 아직 몰랐을까. 필사의 교본으로 자주 사용된다는 말만 듣고 구입한 지 일년이 넘어 열어보고 이제야 소스라친다. 우리 글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김훈도 그렇지만 그의 글은 때로 넘치게 현학적인 대 반해 오정희 작가는 현학적이지도 추상적이지도 않으면서 기가 막히게 변화무쌍한 표현으로 아찔한 상상력을 서슴없이 내보인다. 완전 깜놀. 이게 70년대 소설이라니. 나는 70년대에 박완서가 쓴 소설을 보면서 그 유아적인 글발에 아직 충분히 글을 조탁하고 훈련할 짬이 없던 시대의 한계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이 분은 천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