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뎌 완독. 나는 사람에게, 사람의 삶 살이에 아무래도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 김훈의 글이 사람에, 사람의 구체적 삶에 머무를 때 더 마음이 간다. 아무리 탁월한 솜씨로 빚어진 글이라도, 경치나 사물에 관한 지루한 설명이 이어질 때는 끈기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런 글은 유홍준 하나로 충분하다. 김훈의 글에서, 사람 냄새를 더 맡고 싶다
이 책은 알라딘에서 주는 키링을 받으려고 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사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고 읽었다. 생각보다는 읽을만 했다. 미국이 강한 여성을 좋아하고 여성의 권리 신장도 상당히 성취된 나라라고 생각해왔는데 미국 내에서도 페미니즘은 여전히 불리한 위치에 있고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부끄럼없이 내뱉는 사이코의원들이 있으며 압도적으로 다수의 여성들이 강간과 폭력의 위험이 시달리고 있고 많은 남성들은 자신들이 여성의 성적 행동이나 의사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근본적인 면에서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남자는 남자고 세계는 남성위주로 형성된 질서 속에서 돌아간다. 또 하나. 레베카솔닛이라는 작가가 이러저러한 주제의 책을 여러권 내고 있다는 사실은 부러운 요소. 미국이 시장이 넓으니 사람들이 책을 얼마 사지 않아도 작가들이 먹고 살 수 있을 가능성이 훨 높은 데다가 우리나라보다는 책을 많이 구입한다는 점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다.
일본에서 유명한 아나운서나 방송인으로 승승장구하며 살아온 여자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면 이 책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그냥 그럭저럭 읽을만 하다. 특히 역자의 말에서 이 여자가 엄마와의 관계로 인생의 절반을 고통 속에 살다가 상담을 받으며 나아지게 되었고 남편은 퇴직하여 현재 호주에서 전업주부로 살고 있고 이 여자가 호주와 일본을 오가며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라는 내용을 접하고나서는 더욱 그렇다. 완벽하고 화려해보일지라도 누구나 나름의 고통과 고민을 안고 산다. 그 고통 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이러저러한 소통에 관한 이야기. 흔해빠진 처세서와 다른 이유다.
독특한 구성과 흥미로운 소재이기는 하다. 인터뷰 형식으로 사건의 발단 전개 결말까지 이토록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하는 능력도 개단하다 싶다. 그러나 길게 끌고 가 감정선을 천천히 끌어올리는 방식을 선호하는 내게, 단편적으로 끊어지는 이야기들이 썩 다가오지는 않았다. 여하튼 영화랑은 매우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