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는 다소 지루한 전개나 구태의연해보이는 편지 형식, 당황스러울 정도로 화려한 판타지적 묘사가 실망스러웠는데 그것들이 중반을 넘어가면서 오히려 긴박함과 흥미진진함, 그리고 독특한 매력으로 작용하면서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 보기 드물다 싶게 멋진 SF 소설이다.
트위터 추천으로 읽게 되었나 좀 가물가물. 요리에 관한 연구가 깊어지고 넓어지면서 이제 요리과학이나 요리의학이 대두되고 있다고 하며 이 책은 그러한 요리과학의 역사를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개괄하고 있다. 어려운 전문 과학 지식 정보나 용어들이 나올 때는 좀 어려웠는데 쓱 읽고 넘어가면서 전체적인 흐름과 맥락을 보면 볼 만 하고 나아가 퍽 흥미진진하다.
칭찬이 자자하여 영화를 봤다가 졸음으로 실패한 아픈 경험이 있어 언젠가 꼭 다시 시도해보겠다 마음 먹고 있었다. 졸음을 피하려면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을 필요가 있고 마침 존 르카레에 빠져 있는 시기라 연휴에 즐길 거리로 이 책을 골랐다. 74년에 나온 책답게 요즘 트렌드와 달리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서술 방식이라 읽는 데에 좀 고생했지만 냉전 시기 정보부에 숨어든 이중 간첩을 찾아내는 치밀한 탐험(?)을 어디 가서 내가 경험할 것인가. 즐거운 시간이었다.
기대보다 훨씬 흥미로운 책이었다. 반중을 넘어 혐중정서가 유행하는 분위기에서 이런 주장을 책으로 내는 데에는 저자나 출판사나 제법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중국 측 입장과 주장에 너무 경도된 것 아닌가 싶은 내용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국내언론 환경상 내가 그동안 접하지 못한 새로운 사실이 더 많아서 반가웠다. 동의가 되는 내용도 많았고. 2022년 4월에 발행되어 6월에 4쇄까지 나온 걸 보면 이 두꺼운 책이 그래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은 것 같아 기분 좋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래 바뀐 대 중미일 전략에 관해서도 저자가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후속작을 기대해본다.
근래 이렇게 감동을 받은 책이 있었던가. 원래 걸출한 글을 써내는 작가라도 자전적 소설을 쓰는 때가 가장 사람 마음을 사로잡지 않나 하는 생각. 내 독서 경험으로는 그랬다. 한강의 “소년이온다” 이후 이렇게 내 마음을 흔드는 소설은 오랜만이라고 느꼈는데, 검색한 리뷰 중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는 걸 보니 사람들 느낌이 다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달여만에 10쇄를 돌파했다. 그럴만 하다. 건강이 좋지 않으신 아빠 생각이 난다. 지금도 내가 몰랐던 아빠 모습을 가끔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죽을 때까지 또는 죽음 이후에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고 화해하고 그리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