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재임 시절의 일부 기간에 연설기획비서관으로 근무한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관찰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청와대 구경도 가본 일이 없는데 그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것마냥 느껴질 정도로 현장감 있게 글이 잘 정리되어 있다. 몇 년 지나지 않았는데 시절의 기운이 확 바뀌어, 마치 오랜 세월이 흐른 것처럼 아련하다. 그 시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던 그 영화를 언제 다시 누릴 수 있을까.
급하게 만들었는지, 비문이나 오기, 반복된 문구, 내용 등 부실한 부분이 좀 많았다. 가급적 다시 좀 잘 다듬어서 2판을 빨리 내주면 좋겠다. 내용적으로는 그런대로 만족스럽다. 이재명의 실체에 대해 아직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이런 책이 계속 더 나와야 한다. 개정증보판 기대.
우파(?) 유튜브 보는 느낌이었다. 글 한 줄 한 줄에 분노가 너무 넘쳐나서 오히려 내용의 진실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에 장애로 작용했다. 교도관이나 검사 등과의 대화 내용이나 본인 이력을 정리한 대목에서 저자의 성정을 짐작할 수 있었고 이런 사람이 이런 일을 겪었으니 이런 책이 나오는구나 이해할 수 있었다. 본인 편이라고 생각하는 쪽의 흠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상대편이라고 생각하는 쪽의 잘못에 대해서만 입에 거품을 무는 것은 양쪽 다 비슷하지 않은가 싶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이 점입가경인데 이 풍경은 아름답거나 관대하게 넘어갈 수 있는 걸로 보일까. 언급이 없으니 알 도리가 없다. 민주 진보 진영이 바닥없이 타락한 나머지 이런 사람으로부터 “공익을 위해 취재하는 기자가 되어야겠다”는 말까지 듣는 마당이니 기막히고 씁쓸하다.
사실 기대가 높은 책은 아니었다. 미루고 미루다가 연말 연휴를 맞아서야 구입해 읽었는데 내용이나 문체나 곰씹어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윤석열의 등장을 전후한 정치적 상황에 관한 묘사나 설명도 그 무렵 그리고 이후 현재까지의 사정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추앙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고 연민하기도 하고 비웃은 적도 있지만 지금은 아무쪼록 저자와 그 가족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고 이 무간지옥을 무사히 견뎌내길 기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