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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투스독서회'에서 이기호 <목양면 방화사건 전말기>를 읽고 토론하다.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민음사판을 통독하고 계속해서 박형규 번역의 문학동네판 1, 2권 읽다. 김은국 <순교자>, 김진영 산문집 <아침의 피아노>, 조셉 콘라드<암흑의 핵심>, 헤밍웨이 <단편집>, 카뮈 <시지프 신화>, 문광훈 <가면들의 병기창>완독하다.
당분간 발터 벤야민 공부는 계속 진행하고, 더불어 세계문학 읽기를 꾸준히 할 예정이다. 가능하면 그동안 미뤄두었던 제임스 조이스, 마르셀 프루스트, 카프카, 도스토예프스키, 토마스 만 등으로 확대하고싶다.
영화 역시 죽을 때까지 탐구해야 할 대상이다. 오랜만에 영화 두 편 감상. 쿠로자와 아키라 <데르수 우잘라>, 2017년 제 70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루벤 외스트룬드의 <더 스퀘어> 감상하다. 가능하면 홍상수의 영화를 순서대로 감상하고 글로 옮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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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동안 발터 벤야민을 비롯해서 조셉 콘라드, 니코스 카잔차키스 등 다양한 문학서를 읽었다. 그 어느때보다 책읽기는 왕성했지만 글쓰기는 그렇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어떤 일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선 꾸준한 습관이 필수인데 이점은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더욱이 글쓰기를 업으로 하지 않는 아마추어 경우 쓰지 않은 시간이 길면 길수록 아예 글과 멀어질 수 있다. 하루 단 몇 줄, 단 한 문장이라도 습관적으로 쓸것.
만약 독서와 글쓰기가 병행되지 않고, 독서만 일방적으로 지속하면 사색이 결여된다. 따라서 읽고, 쓰고, 생각하기를 함께해야하는데, 이 역시 매일 매일 습관처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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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칸투스오케스트라 제 4회 정기연주회를 마쳤다. 작년 가을 연습 시작무렵만해도 연주에 자신있었고 열정은 하늘을 찌를듯했다. 비록 연습량은 충분하진 않지만 나름 열심히 하노라 자부했었다. 하지만 결국 연주는 참담한 실수로 끝났다. 평소 연습때 하지 않던 대형 실수를 나 혼자 저질렀다. 오죽했으면 연주 실황 DVD가 진즉 나왔는데도 단 한번 보질 않았을까. 그런데 이상한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단원이 상당수고, 심지어 지휘자조차 연주를 다시 듣질 않는다고 했다. 단원들을 사적으로 만나면 연주 실수를 고백하는 분이 여럿이었다. 그렇다면 나만 실수를 하지않은건 분명한데, 그렇다고 다 끝난 연주실황을 왜 다시 보지 못하는걸까?
내 짐작은 이렇다. 과거와 달리 단원들의 심중엔 이번 연주회에 거는 기대감이 상당했던듯 하다. 이 말은 각자 연주 실력에 내심 자부심을 지녔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실력이 그만큼 향상되었으니 당연히 좋은 연주를 할거라는 막연한 기대감. 하지만 막상 연주회가 끝나자 실망감이 엄습했다. 성이 차지 않은거다. 분명한건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최종적인 결과는 각자, 혹은 단체가 가진 실력의 현주소라는 점이다. 그런데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보질 못한채 기대치가 잔뜩 높다보면 실망이 따르게된다. 칸투스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나만 그럴까? 모르긴해도 아마 상당수 단원들은 지금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여기서 생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비록 실망스럽거다 성에 차지 않더라도 결과를 편하게 긍정하자는 거다. 그리고 이게 현재의 나의 실력이라는 점을 냉철히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건 여기서 그치면 안 되고, 당차게 다음 연주회를 목표로 다시 도전해야 한다.
지휘자께서 내년 연주회 연주곡을 결정하지 못한채 많이 고심했다고 한다. 아마 이것도 금년 연주회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되었
을 것이다. 난해한 곡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쉬운 곡으로 할 것인가. 지휘자님의 제안으로 드보르작 <교향곡 8번> 과 지난해 도중 포기했던 베토벤 <교향곡 7번>을 두고 단원들의 선호도 표결이 있었다. 결국 세 번이나 거듭된 거수 표결 끝에 베토벤으로 결정되었다.
이제 금년 연주회는 잊기로 하자. 그리고 내년 연주회만을 생각하자. 과연 어떻게하면 베토벤으로 잘 연주할 것인지, 얼마나 연습을 열심히 할것인지. 그것만을 생각하며 열정을 되살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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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새로운 형태의 독서회나 세계문학 강좌 등을 떠올리며, 뭔가를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될것 같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곤 한다. 굳이 그래야 할까. 현재하고 있는 칸투스오케스트라, 칸투스 독서회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반드시 남 앞에 나서야만 하나? 나이를 생각하며 매사 무리할 일이 아니다.
일단 개인 독서와 공부에 매진하고, 할수 있다면 최 작가와 논의했던 작은 모임정도로 만족하자. 가령 조촐하게나마 식사를 한다든가 커피 마시면서 독서와 토론은 부차적으로 하고, 친교에 중심을 두는게 효과적일것이다. 일단 칸투스 독서회에 최선을 다하자. 설사 회원들이 책을 열심히 읽지 않더라도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다면 멤버들의 마음도 서서히 열리지 않을까? 여하튼 먼데서 찾지 말고, 당장 눈앞에 있는것에 최선을 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