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벤야민을 읽는 중이다. 자본 비판, 유물론과 신학의 결합, 전통 예술의 아우라 상실과 복제 예술품의 등장 등 다양한 주제들이 언급되는 발터 벤야민의 작업은 주로 19세기 유럽, 특히 파리가 배경이지만 오늘날 한국사회에도 적용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더 급한 주제들이 있다. 가령 우리사회 곳곳에 널린 적폐들, 여전히 권력기관의 위세에 눌린 민주화 문제, 샤머니즘, 기복신앙을 맴도는 불교와 기독교, 화해무드인 남북문제, 노동문제, 성소수자, 근자 새롭게 대두된 난민문제 등등.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딜레탕트인 나는 벤야민을 어데까지 공부해야할까. 한마디로 쉽지 않은 노릇이다. 우선 지금까지 읽고 공부한 내용을 나열해본다. 

1. 아트 앤 스터디 8개 강좌 수강 
2. 평전, 전기, 해설(<아케이드 프로젝트>해설 포함) 등 2차서 읽기.
3. 벤야민의 주요 글을 발췌 수록한 반성완 교수의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읽기. (<일방 통행로> <베를린 연대기>, <베를린 유년시절>읽기 포함)

아마추어라면 누구나 여기까지 공부는 대체로 가능할 것이다. 한데 지금 내 앞에는 아직 더 읽어야 할 책들이 쌓여있다. 최성만, 최문규, 문광훈 등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서, 보들레르의 시, 카프카, 프루스트의 소설, 그밖의 최근 번역된 새로운 평전, 최종적으로 <아케이드 프로젝트> <독일 비애극의 기원>을 비롯한 번역 원전들이 그것. 그렇다면 앞으로 어느정도 어데까지 더 파고들어야 할까. 

- 앞으로 공부 계획

원전 읽기, 연구서 읽기 등은 유보내지 포기하고, 위 1~3까지 이미 했던 공부를 다시 한 번 반복하는것도 좋겠다. 공부라는게 하기로들면 끝이 없다. 전문 연구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공할것도 아닌데 굳이 끝까지 파고들 필요가 있을까. 한때는 발터 벤야민을 계기로 비판이론가인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 등 프랑크프르트 학파의 작업, 데카당한 난해시로 치부했던 보들레르도 이 기회에 함께 살펴볼까, 해봤지만 나의 지적 한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무엇보다 더 재밌고 급한 공부들이 많은데 굳이 발터 벤야민 하나에 매달릴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 든다. 끝까지 파고들지 못하는거, 도중에 엉거주춤하기, 이래서 바로 아마추어 소리를 듣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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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벤야민인가

 

 

공부든 예술활동이든 열정이 지독한 딜레탕트는 여러 딜레마에 직면하곤 한다. 가령 어느정도까지 즐길것인가? 어느 수준에서 만족할것인가? 이런 의문들은 추구대상을 향한 노력의 정도, 탐구의 방향과 수준, 열정과 시간을 어떻게, 얼마나 분배하고 투입할것인가와도 관련이 있는데, 평생 인문학을 가까이하고 공부하는 나로서는 수시로 직면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딜레탕트의 전형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는 마치 럭비공처럼 그때그때 기분과 흥미에따라 관심사, 추구하는 방향이 바뀌고 심지어 즉흥적일때도 있다. 결국 매사 끝을 보지 못하고 엉거주춤 도중에 중지되곤 한다. 그래서 주마간산격이니, 겉핥기, 피상적이라는 꼬리표를 늘 달고다니기 마련이다

 

한동안 문학, 특히 소설작품 주변을 맴돌았다. 인문학에 대한 은근한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거듭 되풀이 된 일이지만 막상 뭘 해야할지, 무엇을 알고싶은지 딱히 떠오르질 않았다. 하긴해야하는데....그저 이런 상태였던거다. 여하튼 지속성있게 몇 개월쯤이라도 매달리려면 어떤 계기, 강한 동기가 주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강력한 임펙트, 흥미를 유발할 그 어떤 것그러던차 발터 벤야민이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왜 벤야민인가? 지난 주 우연히 한신대 이상철 교수의 <죽은 신의 인문학>(돌베게, 2018)을 읽은게 계기였다.

 

신학과 인문학을 종합적으로 살피려는 저자의 글 가운데 서구의 유물론자들이 새삼 신학에 관심을 갖게된 배경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 관심을 끌었다. 나로서 신학은 철학의 한 분야(종교철학)로 여기는데다 특히 젊은시절 한때 신앙생활을 한 적이 있어 늘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신학과 전혀 멀어보이는 유물론자들이 신학을 끌어들인다니 호기심이 일지 않을 수 없었던거다. 일전에 알랑 바디우의 <사도 바울>을 구입한 것도 그런 관심사의 연장이었다. 우선 <죽은 신의 인문학>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발터 벤야민 관련 일부 내용을 옮긴다. 


유물론자들에 의해 관념론의 최종 포식자라 할 수 있는 신학이 새롭게 조명받은 기이한 현상이 21세기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유물론자인 그들로 하여금 신학에 심취하게 만들었을까. 무엇보다 20세기 말에 몰아닥친 신자유주의의 여파로 형성된 전지구적 자본의 생태계가 인민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는 위기감이 마르크스주의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혁명을 상상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작용했다.

현대 좌파 철학자 가운데 신학적 상상력으로부터 혁명의 기운을 취하려는 인물들은 앞서 언급했던 데리다, 바디우, 아감벤, 타우베스, 지젝, 이글턴 등이다. 그런데 이들보다 앞서서 20세기 초반에 벌써 유물론적인 신학, 혹은 유물론자의 신학을 언급한 사상가가 있었다. 바로 발터 벤야민이다. (...) 벤야민은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공히 취급되는 메시아주의를 유물론적 상상력과 결합하여 혁명을 위한 정치술로 제안했다.

벤야민은 그 유명한 소논문 <역사철학테제>에서 신학과 역사적 유물론의 결합을 동화와 같은 비유로 설명하고 있다. 난쟁이 꼽추로 그려진 숨어 있는 신은 메시아 혹은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으로 상징된다. (...) 벤야민의 발언은 포스트마르크스 주의가 걸어가야 할 바에 대한 아포리즘 같은 역할을 했다. 혁명이 더 이상 번지지 않고 단절된 상황에서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혁명이란 인간의 하부구조뿐 아니라 그동안 혁명의 요소에서 도외시 되어온 인간의 상부구조, 즉 정신, 신화, 무의식, 그리고 종교적 믿음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해 한다고 벤야민은 조언한다. 그의 연구에 영감을 받은 현대의 유물론자들은 이제 현실의 문제를 돌파하는데 있어 신학적 상상력을 요청하게 되었다.

우리는 결코 유토피아에 도달할 수도 없고, 그러므로 굳이 메시아의 도래를 손꼽아 기다릴 필요도 없다. 메시아는 수미일관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계열에 따라 도래하지 않는다. 하지만 메시아는 부재하면서 존재한다. 그(녀)는 시간과 사건이 자아내는 의미의 계열로 엮이지 않고 정지된 어느 한순간에 솟아오른다.     - 이상철 <죽은 신의 인문학> 202쪽~ 209쪽
블로그에 <발터 벤야민을 찾아서>라는 카테고리를 만들긴 했는데 막상 무슨 글을 써야할지 막막하다. 어쨌거나 내가 이 코너를 만든 것은 우선 벤야민을 공부하고 이해한 결과를 기록해보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와 같은 초심자가 혹시 이 글을 읽는다면 도움이 좀 될까해서다.  

내가 벤야민을 공부한다고 했을때 무엇보다 여러 핸디캡이 떠오른다. 먼저 나는 아마추어로서 철학을 좋아하긴 하지만 학문을 하기엔 너무 늦은 60중반의 나이다. 게다가 외국어는 일체 까막눈이고, 철학의 기본 소양조차 부족하다. 하지만 이것저것 따지다가 무엇하나 할 수가 없다. 그냥 좋아하면 하고  끌리는게 있으면 따라가보는거다. 그게 또 아마추어의 특권이니까.

2. 공부 계획(총 1년) 

1) 1단계 : 아트 앤 스터디 강좌 수강(4개월)

'아트 앤 스터디'에 개설된 강좌를 청취하는 것을 첫 번째 순서로 잡았다. 정규 과정을 공부할 수 없는 나로서는 유일하게 접할 수 있는게 나와 같은 이들을 위한 디지털 인문강좌들이다. 발터 벤야민 관련 강좌는 모두 일곱 개로 개설되어있다. '아트 앤 스터디' 강좌는 디지털 강의와 함께 강의록이 함께 제공되는데, 다행히 비수강자도 강의록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나는 사정상 위 강좌 모두 모니터로 청취하기 보다 직접 강의록을 읽는 방식을 택했다.(* 김남시의 <과거...>와 김진영의 <파리에 대한...> 두 강좌는 강의록이 없음)  

- 김진영 <꿈꾸는 우울 : 벤야민을 이해하기 위하여> 21강
- 권용선 <아케이드 프로젝트> 12강
- 고지현 <세 가지 개념을 통해 본 벤야민의 철학>12강
- 강수미 <벤야민과 사유하는 미학 : 텍스트 읽기를 통한 '이미지-의미'의 생산> 8강 
- 김남시 <과거, 역사, 현실 : 벤야민 읽기> 6강 *강의록 없음
- 김진영 <파리에 대한 우울한 사랑 : 벤야민의 보들레르 읽기> 8강 *강의록 없음
- 합동강좌 <벤야민 핵심 가이드> 8강/진중권, 이영준, 김진영, 권용선, 정윤수, 조정환

2) 2단계 :  2차서 및 전기 & 평전 읽기(4개월)

- 권용선 <세계와 역사의 몽타주-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그린비'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  
- 권용선 <발터 벤야민의 공부법>, 역사비평사
- 강수미 <아이스테시스 : 발터 벤야민과 사유하는 미학>, 글항아리
- 최성만 <발터 벤야민 기억의 정치학>, 길
- 문광훈 <가면들의 병기창>, 한길사
- 최문규 <파편과 형세>, 서강대출판부
- 수잔 벅 모스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김정아 역, 문학동네
-  베르너 풀터 <발터 벤야민>, 이기식, 김영옥 역, 문학과지성사

3) 3단계 : 원저 읽기(4개월)

- 발터 벤야민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반성완 편 역, 민음사 (* 글 모음집)
-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 사유이미지>, 길, 벤야민 선집 1권
- 발터 벤야민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 베를린 연대기>, 길, 벤야민 선집 3권  

* <독일 비애극의 원천> <독일 낭만주의의 예술비평 개념> <아케이드 프로젝트> 읽기는 추후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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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투스문학살롱' 소식 전합니다.('칸투스문학살롱'은 '칸투스북클럽'으로 명칭이 변경됨.)

차기(8회, 9회) 토론작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읽기를 마치면,  특집 <음악과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네 권의 음악과 관련한 책을 읽을 예정입니다. 먼저 문학작품으로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 <세상의 모든 아침>, 파트릭 쥐스킨트의 소설 <콘트라베이스>를 비롯해서 신경정신과 의사인 올리버 섹스의 <뮤지코필리아>, 그리고 음악기획자인 톰 서비스의 <마에스트로의 리허설>등 모두 네 권입니다.  아래에 책 내용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1.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 <세상의 모든 아침>, 류재화 옮김, 문학과지성사

 

책 소개

 

세상의 모든 아침17세기, 비올라 다 감바의 거장 생트 콜롱브와 작곡가 마랭 마레의 상반된 인생을 그리며, 언어를 넘어선 곳에서 이루어지는 영혼과 영혼의 소통을, 진정한 삶의 기쁨을 보여준다. 또한 음악은 그 무언가를 위한것이 아니고 그저 음악이 간절할 때 지쳐 쓰러질 때까지 연주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바로 그것이 음악을 비롯한 모든 예술 창작의 본질임을 보여준다.

 

마랭 마레는 생트 콜롱브의 제자가 되지만, 출세에 뜻을 품은 마레가 어느 날 왕 앞에서 연주를 했다는 이유로 생트 콜롱브에게 쫓겨난다. 생트 콜롱브에게 음악이란, 정원 한쪽에 있는 뽕나무 위의 작은 오두막에서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홀로 음악에 몰두하는 것, 그것이 전부다.

 

신도 왕도, 그 어떤 타인이나 청중을 위한 음악이 아닌 음악 그 자체, 예술 그 자체 속에서 완전 연소, 소멸되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풍부하고 진솔한 감정을 음악을 통해서만 표현할 줄 알고 세속적인 명예나 부를 경멸하며,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와 자연 속의 소박한 삶을 추구한다.

 

작가의 말

 

생트 콜롱브라는 인물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런 거지요. 가령, 글을 쓰든 음악을 하든, 아니면 그림을 그리든 연극을 하든, 그런 것들이 모두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행복에 도달하고자 하는 각각의 방편이라는 것이지요.

 

행복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 것 아닙니까? 저는, 때때로 오직 돈만이 행복의 척도인 사회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듭니다. 사실 제가 작품 속에서 그려보고 싶었던 인물은, 예술을 사랑하면서 술도 즐기고, 또 끊임없이 공부하며 정진해나가는 가운데 진정한 생의 기쁨을 느끼는 그런 인물이지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세상의 모든 아침은 세속적 욕망과 예술혼 사이의 갈등이라는 시대를 뛰어넘는 주제를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게 한다. 진정한 삶의 자세와 행복, 그리고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편안하고도 흥미롭게 펼쳐 보이고 있는 이 작품은 여러 독자들에게 폭넓게 공감과 감동을 줄 것이다.

 

2. 파트릭 쥐스킨트 소설 <콘트라베이스>, 유혜자 옮김, 열린책

 

책 소개

 

콘트라베이스는 덩치만 컸지 다른 악기에 비해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한다. 이 소설의 나오는 콘트라베이스 주자는 이런 자신의 위치를 잘 안다. 그는 연주하다말고 갑자기 사랑하는 여자 이름을 외쳐부르지 않는 한 전혀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평생 손가락 기술로 별다른 영감없이 지루하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도 안다. 그러기에 더욱 외로운 사람이며 자신의 인생을 어느 정도 포기한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곳에서 이 소설은 반전이 되는데.....

 

사실 모든 사람이 피아노 연주자나 소프라노가 될 수 없다. 그러기에 이 작품은 자기 연민에 빠지기를 강요하지 않고 자신과 나 주위의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살짝 꼬드긴다.

 

또한 이 소설은 악기와 음악가 그리고 오케스트라라는 사회, 그리고 콘트라베이스에 대한 애증을 잘근잘근 치밀하게 묘사함으로서 솔직한 사람과 지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유쾌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리고 그가 이 비정한 사회에 대해 흥분하며 자신의 억눌렸던 욕망을 말하는 것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다.

 

 주제

 

작가 쥐스킨트 자신은 이 책에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인 배우가 연극을 통해 그 악기가 가지고 있는 속성과 오케스트라에서의 신분적 위치를 바탕으로 한 평범한 소시민의 생존을 다루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비록 역할은 중요하나 아무도 그것을 선뜻 인정하여 주지 않는 것에 대해 느끼는 한 평범한 시민의 절망감과,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안타까움이 제도와 관습과 인식의 굴레에 얽매이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자화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책 속의 말

 

소설의 주인공인 콘트라베이스 주자는 국립 오케스트라 단원이기 때문에 평생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보장된 것이죠. 그런데 그는 오히려 이런 상황에 종종 두려움을 느낌니다. 심지어 모든 것이 완벽한 이 집(오케스트라 단원)을 두고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그는 늘 뭔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고 가위눌림 같은 것을 느끼며 이런 안정된 생활에 대한 말할 수 없는 공포로 두려워합니다. 그것은 밀폐 공포증이라던가, 고정된 직업을 가짐으로 해서 비롯된 정신 이상증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텐데요, 콘트라베이스를 계속 연주하면서 생겨난 거지요. 단체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채 베이스를 자유롭게 연주하며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 베이스 주자는 평생 동안 공무원 신분으로 남을 수밖에없습니다. 

 

3. 올리버 섹스 <뮤지코필리아>, 장호연 옮김, 알마

 

책 소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저자 올리버 색스가 뇌와 음악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저자가 병원에서 근무하며 만나고 관찰한 환자들의 사례와 편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신경질환에 적응하기 위해 분투하는 환자들의 사연을 따뜻한 시선으로 전하고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뮤지코필리아는 음악과 사랑의 합성어이다. 저자는 인간 본성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음악적 성향을 선천적인 것으로 여긴다. 또한 음악도 거의 생명체처럼 느껴지므로 인간의 "음악사랑" 또한 "생명사랑"의 한 형태로 본다.

 

음악을 듣는 동안 우리의 뇌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 책은 태어나면서부터 과도한 음악성을 나타내는 윌리엄스 증후군을 보이는 아이들, 기억의 범위가 불과 7초밖에 되지 않지만 음악 기억만은 온전한 사람, 음악을 들으면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 한 번 들은 음은 절대 잊지 않는 음악 서번트 등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음악의 힘을 펼쳐보인다.

 

그리고 파킨슨병 환자가 음악으로 생기를 되찾고, 말하지 못하는 뇌졸중 환자가 음악을 통해 단어를 쓰게 되고, 알츠하이머병으로 기억이 망가진 사람들이 음악으로 위로를 받은 감동적인 사연을 전하며 음악과 우리의 뇌, 그리고 마음의 관계를 밝힌다.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음악이 우리 마음에 작동하는 독특한 방식과 오류의 가능성까지도 이야기한다. 이 책을 통해 음악이 우리에게 행사하는 매력적이고 놀라운 힘을 깨닫게 될 것이다.

 

4. 톰 서비스 <마에스트로의 리허설>, 장호연 옮김, 아트북스

 

책 소개

 

오케스트라는 클래식 음악의 꽃이다. 특히 지휘자는 클래식 음악의 상징적 존재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자리다. 그만큼 지휘자는 과연 무슨 일을 할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리를 만들지 않고 지휘봉만 까딱거리는 사람, 그가 없다면 음악은 어떻게 될까.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지만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100여 명의 연주자들에게서 지휘자는 어떻게 조용한 몸짓만으로 마술 같은 소리를 이끌어낼까.

 

마에스트로의 리허설지휘자는 무엇을 하는가라는 가장 단순하고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다. 이 책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클래식 음악 수석 평론가이자 BBC 라디오 3에서 클래식 음악 방송을 10년간 진행해온 톰 서비스가 리허설이라는 도구를 통해 지휘자에 대한 궁금증을 해부한다. 여기에는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이먼 래틀을 비롯한 현역 최고의 지휘자 6인과 베를린 필·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등 유럽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직접 취재한 무대 뒤 현장의 모습을 바탕으로 지휘자와 연주자, 주변 사람 들의 인터뷰를 더해 균형을 잡았고 오케스트라의 역사와 운영 방식,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적재적소에 소개해 독자들을 생생한 음악 제작 현장으로 안내한다. 물론 그가 가장 초점을 맞춘 것은 지휘자와 음악가들의 관계, 오케스트라 연주자들 간의 복잡한 관계로,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이다.

 

 책 속으로

 

아바도의 몸짓은 독보적입니다. 다른 어떤 지휘자도 가지지 못한 동작을 보이죠. 특히 그의 왼손은 자유의 표본입니다. 왼손으로 자유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니까요. 지휘에서 그와 비슷한 자유를 보여준 다른 지휘자로는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유일합니다.

 

대부분의 지휘자들은 박자를 나타내고 시간을 지시하려고 하죠. 그런데 아바도는 정반대입니다. 음악의 박자를 정하는 것을 원치 않아요. 그냥 그곳에 서서 드뷔시나 라벨 음악의 분위기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몸짓으로 연주를 이끌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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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째 '아트앤스터디'에 개설된 김상봉 선생님의 <그리스 비극론. 2>을 공부하고 있다. 마침 아이스퀼로스의 비극 <아가멤논>을 읽다보니 요즘 온나라를 산산조각, 파탄지경에 빠트린 '박근혜 & 최순실게이트'가 떠올라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잘 알다시피 고전 중의 고전인 소포클레스,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의 그리스 비극은 무려 2,500여년전의 작품이다. 그런데도 작품 하나하나가 21세기 첨단을 살아가는 오늘, 나의 삶의 현장에서 구구절절 되풀이되는 사건, 이야기와 하나 다를바 없다. 세월은 무심한듯 흘러 흘러가건만 인간사 어리석음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텍스트는 천병희 역 <아이스퀼로스 비극전집, 2016> 숲)

 

750770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 오는 옛말에 이르기를,

인간의 행복은 클 대로 커지면 반드시

자식을 낳고 자식 없이 죽지 않는 법이라

그 자손들에게 끝없는 고통이

행운으로부터 태어난다고 했다네.

하나 나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네.

불경한 짓은 제 뒤에

그 종족을 닮은

더 많은 자식을 낳지만,

정의를 지키는 집에서는

언제나 훌륭한 자식이 태어난다네.

 

오래된 오만은 조만간 때가 되면

새로운 오만을 낳고 싶어하는 법,

인간의 불행 속에서 꽃피는 이 젊은 오만은

새로운 증오요, 복수하는 악령이요

싸움도 전쟁도 소용없는 불경한

만용이요 어버이를 닮은

집안의 검은 재앙이라네.

 

10011017

 

아무리 좋은 건강이라 하더라도

결국은 상하고 마는 법.

담 너머 이웃에

질병이 도사리고 있음이라네.

그와 같이 순풍이 돛 단 인간의 행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암초에 걸리는 법.

하나 재물을 구하고자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지나친 부분을 알맞게 재서

물 속에 던져버린다면

과중한 풍요로 말미암아

집 전체가 침몰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선장도 배를 바다 속에

가라앉히는 일은 없으리라.

제우스의 선물은 풍성하거늘

해마다 들판에 풍작을 내려 주시어

굶주림의 고통을 쫓아주심이라네.

 

13311334

 

인간은 부귀영화에 만족할 줄 모르누나

남들이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는 궁전을 가졌어도

이젠 더 이상 들어오지 마!” 라

이를 물리치는 자 아무도 없음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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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진영 <사랑의 주체 또는 고독의 시니피앙 : R.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  
2012.07.032015.02.28
 2. 김진영 <사랑과 죽음 그리고 사진 : R. 바르트의 밝은 방 『카메라 루시다』>  
2012.07.032015.02.28
 3. 김진영 <전복적 소설 읽기 : 소설을 읽는 8개의 키워드>  
2012.07.032015.02.21
 4. 김진영 <소설의 미로 : 이야기 혹은 화이트 노이즈>  
2012.07.032015.02.18
 5. 김진영 <상처 혹은 유리병 속의 악보 : Th. 아도르노를 이해하기 위하여>  
2012.07.032014.11.11
 6. 김진영 <꿈꾸는 우울 : W. 벤야민을 이해하기 위하여>  
2012.07.032013.07.03
 7. 김진영 <M. 프루스트, 생의 기표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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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강성훈 <영혼의 윤리학 : 플라톤의 『국가』>  
2010.07.222010.10.23
 

9. 김상봉 <그리스 비극론 Ⅰ : 서양 정신의 근원을 찾아서> / 2차수강, 3차수강

 

2010.06.22

2016.10.01

2010.09.23

2016.10.22

 10. 진중권 <서양미술사>  
2008.11.212009.04.25
 11. 이정우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읽기 Ⅲ : 삶, 죽음, 운명>  
2008.11.212009.03.24
 12. 이정우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읽기 Ⅱ : 죽음욕동을 넘어서>  
2008.08.262008.12.27
 13. 이정우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읽기 Ⅰ : 시간, 습관, 기억>  
2008.08.262008.12.27
 14. 박정수<들뢰즈와 가타리의『안티오이디푸스』읽기 : 정신분석 비판을 위하여>  
2007.12.282008.03.30
 15. 박정수 <정신분석학 입문 : 프로이트, 파농, 푸코, 지젝 탐구>  
2006.12.012007.03.04
 16. 박정하 <논리학 입문>  
2006.11.182007.02.19
 17. 김석 <라캉의 정신분석학 입문 : 욕망 이론과 주체 개념>  
2006.11.04207.02.05
 18. 조광제 <회화의 존재론 : 20세기 현대미술탐방>  
2005.12.012006.03.01
 19. 김성태 <영화 개념 : 필름에서 시네마로 나아가기>  
2005.10.262006.01.27
 20. 조광제 <현대미술, 한눈에 파악하기>  
2005.09.162005.12.18
 21. 조광제 <매체철학의 중요한 쟁점들>  
2005.09.162005.12.18
 22. 조광제 <시간, 철학을 만나다 : 플라톤에서 메를로퐁티까지>  
2005.09.162005.12.18
 23. 김상봉 <그리스 비극론 Ⅱ : 3대 비극 작품 감상 및 분석>/재수강  

2005.06.19

2016.10.23

2005.09.20

2016.11.   

 24. 진중권 <감각론으로서의 미학>  
2005.02.272005.05.31
 25. 김상봉 <그리스 비극론 Ⅰ : 서양 정신의 근원을 찾아서>/1차 수강 
2005.02.272005.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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