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투스문학살롱' 소식 전합니다.('칸투스문학살롱'은 '칸투스북클럽'으로 명칭이 변경됨.)
차기(8회, 9회) 토론작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읽기를 마치면, 특집 <음악과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네 권의 음악과 관련한 책을 읽을 예정입니다. 먼저 문학작품으로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 <세상의 모든 아침>, 파트릭 쥐스킨트의 소설 <콘트라베이스>를 비롯해서 신경정신과 의사인 올리버 섹스의 <뮤지코필리아>, 그리고 음악기획자인 톰 서비스의 <마에스트로의 리허설>등 모두 네 권입니다. 아래에 책 내용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1.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 <세상의 모든 아침>, 류재화 옮김, 문학과지성사
책 소개
『세상의 모든 아침』 은 17세기, 비올라 다 감바의 거장 생트 콜롱브와 작곡가 마랭 마레의 상반된 인생을 그리며, 언어를 넘어선 곳에서 이루어지는 영혼과 영혼의 소통을, 진정한 삶의 기쁨을 보여준다. 또한 음악은 그 무언가를 ‘위한’ 것이 아니고 그저 음악이 간절할 때 지쳐 쓰러질 때까지 연주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바로 그것이 음악을 비롯한 모든 예술 창작의 본질임을 보여준다.
마랭 마레는 생트 콜롱브의 제자가 되지만, 출세에 뜻을 품은 마레가 어느 날 왕 앞에서 연주를 했다는 이유로 생트 콜롱브에게 쫓겨난다. 생트 콜롱브에게 음악이란, 정원 한쪽에 있는 뽕나무 위의 작은 오두막에서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홀로 음악에 몰두하는 것, 그것이 전부다.
신도 왕도, 그 어떤 타인이나 청중을 위한 음악이 아닌 음악 그 자체, 예술 그 자체 속에서 완전 연소, 소멸되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풍부하고 진솔한 감정을 음악을 통해서만 표현할 줄 알고 세속적인 명예나 부를 경멸하며,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와 자연 속의 소박한 삶을 추구한다.
작가의 말
생트 콜롱브라는 인물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런 거지요. 가령, 글을 쓰든 음악을 하든, 아니면 그림을 그리든 연극을 하든, 그런 것들이 모두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행복에 도달하고자 하는 각각의 방편이라는 것이지요.
행복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 것 아닙니까? 저는, 때때로 오직 돈만이 행복의 척도인 사회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듭니다. 사실 제가 작품 속에서 그려보고 싶었던 인물은, 예술을 사랑하면서 술도 즐기고, 또 끊임없이 공부하며 정진해나가는 가운데 진정한 생의 기쁨을 느끼는 그런 인물이지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세상의 모든 아침』은 세속적 욕망과 예술혼 사이의 갈등이라는 시대를 뛰어넘는 주제를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게 한다. 진정한 삶의 자세와 행복, 그리고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편안하고도 흥미롭게 펼쳐 보이고 있는 이 작품은 여러 독자들에게 폭넓게 공감과 감동을 줄 것이다.
2. 파트릭 쥐스킨트 소설 <콘트라베이스>, 유혜자 옮김, 열린책
책 소개
콘트라베이스는 덩치만 컸지 다른 악기에 비해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한다. 이 소설의 나오는 콘트라베이스 주자는 이런 자신의 위치를 잘 안다. 그는 연주하다말고 갑자기 사랑하는 여자 이름을 외쳐부르지 않는 한 전혀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평생 손가락 기술로 별다른 영감없이 지루하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도 안다. 그러기에 더욱 외로운 사람이며 자신의 인생을 어느 정도 포기한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곳에서 이 소설은 반전이 되는데.....
사실 모든 사람이 피아노 연주자나 소프라노가 될 수 없다. 그러기에 이 작품은 자기 연민에 빠지기를 강요하지 않고 자신과 나 주위의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살짝 꼬드긴다.
또한 이 소설은 악기와 음악가 그리고 오케스트라라는 사회, 그리고 콘트라베이스에 대한 애증을 잘근잘근 치밀하게 묘사함으로서 솔직한 사람과 지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유쾌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리고 그가 이 비정한 사회에 대해 흥분하며 자신의 억눌렸던 욕망을 말하는 것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다.
주제
작가 쥐스킨트 자신은 이 책에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인 배우가 연극을 통해 그 악기가 가지고 있는 속성과 오케스트라에서의 신분적 위치를 바탕으로 한 평범한 소시민의 생존을 다루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비록 역할은 중요하나 아무도 그것을 선뜻 인정하여 주지 않는 것에 대해 느끼는 한 평범한 시민의 절망감과,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안타까움이 제도와 관습과 인식의 굴레에 얽매이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자화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책 속의 말
소설의 주인공인 콘트라베이스 주자는 국립 오케스트라 단원이기 때문에 평생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보장된 것이죠. 그런데 그는 오히려 이런 상황에 종종 두려움을 느낌니다. 심지어 모든 것이 완벽한 이 집(오케스트라 단원)을 두고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그는 늘 뭔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고 가위눌림 같은 것을 느끼며 이런 안정된 생활에 대한 말할 수 없는 공포로 두려워합니다. 그것은 밀폐 공포증이라던가, 고정된 직업을 가짐으로 해서 비롯된 정신 이상증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텐데요, 콘트라베이스를 계속 연주하면서 생겨난 거지요. 단체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채 베이스를 자유롭게 연주하며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 베이스 주자는 평생 동안 공무원 신분으로 남을 수밖에없습니다.
3. 올리버 섹스 <뮤지코필리아>, 장호연 옮김, 알마
책 소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저자 올리버 색스가 뇌와 음악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저자가 병원에서 근무하며 만나고 관찰한 환자들의 사례와 편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신경질환에 적응하기 위해 분투하는 환자들의 사연을 따뜻한 시선으로 전하고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뮤지코필리아는 음악과 사랑의 합성어이다. 저자는 인간 본성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음악적 성향을 선천적인 것으로 여긴다. 또한 음악도 거의 생명체처럼 느껴지므로 인간의 "음악사랑" 또한 "생명사랑"의 한 형태로 본다.
음악을 듣는 동안 우리의 뇌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 책은 태어나면서부터 과도한 음악성을 나타내는 윌리엄스 증후군을 보이는 아이들, 기억의 범위가 불과 7초밖에 되지 않지만 음악 기억만은 온전한 사람, 음악을 들으면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 한 번 들은 음은 절대 잊지 않는 음악 서번트 등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음악의 힘을 펼쳐보인다.
그리고 파킨슨병 환자가 음악으로 생기를 되찾고, 말하지 못하는 뇌졸중 환자가 음악을 통해 단어를 쓰게 되고, 알츠하이머병으로 기억이 망가진 사람들이 음악으로 위로를 받은 감동적인 사연을 전하며 음악과 우리의 뇌, 그리고 마음의 관계를 밝힌다.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음악이 우리 마음에 작동하는 독특한 방식과 오류의 가능성까지도 이야기한다. 이 책을 통해 음악이 우리에게 행사하는 매력적이고 놀라운 힘을 깨닫게 될 것이다.
4. 톰 서비스 <마에스트로의 리허설>, 장호연 옮김, 아트북스
책 소개
오케스트라는 클래식 음악의 꽃이다. 특히 지휘자는 클래식 음악의 상징적 존재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자리다. 그만큼 지휘자는 과연 무슨 일을 할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리를 만들지 않고 지휘봉만 까딱거리는 사람, 그가 없다면 음악은 어떻게 될까.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지만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100여 명의 연주자들에게서 지휘자는 어떻게 조용한 몸짓만으로 마술 같은 소리를 이끌어낼까.
『마에스트로의 리허설』은 ‘지휘자는 무엇을 하는가’라는 가장 단순하고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다. 이 책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클래식 음악 수석 평론가이자 BBC 라디오 3에서 클래식 음악 방송을 10년간 진행해온 톰 서비스가 ‘리허설’이라는 도구를 통해 지휘자에 대한 궁금증을 해부한다. 여기에는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이먼 래틀을 비롯한 현역 최고의 지휘자 6인과 베를린 필·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등 유럽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직접 취재한 무대 뒤 현장의 모습을 바탕으로 지휘자와 연주자, 주변 사람 들의 인터뷰를 더해 균형을 잡았고 오케스트라의 역사와 운영 방식,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적재적소에 소개해 독자들을 생생한 음악 제작 현장으로 안내한다. 물론 그가 가장 초점을 맞춘 것은 지휘자와 음악가들의 관계, 오케스트라 연주자들 간의 복잡한 관계로,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이다.
책 속으로
“아바도의 몸짓은 독보적입니다. 다른 어떤 지휘자도 가지지 못한 동작을 보이죠. 특히 그의 왼손은 자유의 표본입니다. 왼손으로 자유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니까요. 지휘에서 그와 비슷한 자유를 보여준 다른 지휘자로는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유일합니다.
대부분의 지휘자들은 박자를 나타내고 시간을 지시하려고 하죠. 그런데 아바도는 정반대입니다. 음악의 박자를 정하는 것을 원치 않아요. 그냥 그곳에 서서 드뷔시나 라벨 음악의 분위기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몸짓으로 연주를 이끌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