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까지 우중충한데다 종일 최순실게이트건으로 기분이 무겁고 찜찜하다. 오후가 되자 자꾸 시계쪽으로 시선이 간다.  불길한 소식을 이토록 기다리다니... 저녁 9시 JTBC 뉴스룸을 기다리는 심정은 정말이지 애가 타들어간다. 이런 식의 긴장과 초조로 뉴스를 기다리기는 아마 IMF 이후 처음일 것이다.    

 

식탁을 거실로 옮기고 뉴스 시청하며 식사를 했다. 기다리던 손석희 앵커가 등장하자 시작도 하기 전에 가슴이 벌렁거린다. 과연 어떤 소식을 전해줄지 앵커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믿음직스럽다. 앵커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하자 느닷없이 떨려온다. 왜 이러지? 마치 내가 큰죄를 진 기분이다.    

 

숟가락이 입에 들어가는지 마는지 테레비에만 온 시선을 집중했다. 드디어 뉴스가 끝나자 거의 맨붕 상태가 되었다. 아, 대체 이 나라는 어데로 흘러가는걸까. 우울한 기분에 하릴없이 컴퓨터만 들여다봤다. '다음' 포탈에서 가슴 찡한 댓글을 하나를  우연히 발견하고 여기에 옮긴다. 댓글은 그때그때의 심정을 간단히 쓰기 마련이라 정제된 글과 다르다. 하지만 이것저것 고려하지 않고 쓰기 때문에 어떤 점에서는 더욱 진솔할수도 있다.      

 

"자고일어나면 가슴아픈 사건 사고가 너무 많이 일어나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아픕니다. 대한민국이 아프고 나도 너도 우리 모두가 아픕니다.

아픈데 아프다고 말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 현실이 더욱더 아픕니다.

한 여자가 내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을 조종하고 있었다, 라는 현실에 기가막힙니다.

대국민사과를 보면서 얼마 전까지 기고만장 배째라는 식으로 진실을 숨기려했던,

국가의 녹을 먹는 자들의 행동이 생각나서 더욱더 치가떨립니다.

인간이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들과 더불어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게 지극히 정상이건만

10년을 설치류와 조류와 무당이 인간 세상을... 휴우~ "


댓글(3)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매너나린 2016-10-25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봉건시대도 아니고..아바타 에게 내 나라를 맡겼다는 사실이 통탄스럽습니다.아이에게 부끄러울 노릇입니다.ㅜㅜ

조율연 2016-10-26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젯밤 JTBC 뉴스에 이어 오늘 아침 한겨레 기사를 보고 두 번 놀랍니다. 한 나라의 정치를 일개 강남아줌마, 가방장사, CF감독, 부동산업자 등 몇 명이서 들었나놨다 했다니.....더욱 놀라운건 그들을 지휘했던 강남아줌마의 식견이 전문성이 전혀 없는 보통 사람 수준에 불과했군요. 이쯤되면 절망적입니다.

조율연 2016-10-26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이 지경이 되도록 이 나라의 잘난 지식인들, 종교지도자들, 언론, 정치인들은 무엇을 했을까요. 테레비만 켜면 연일 뉴스를 쏟아내는데 왜 이제야 이런 소식이 한꺼번에....믿을 수 있는 정론이라는게 겨우 티브이 방송 하나, 일간신문 하나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