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2월 23일 김영삼은 대통령에 취임했다취임한 지 13일 만인 3월 8일 권영해 국방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렀다아마 독대였을 것이다.

김영삼군인들은 그만둘 때 사표를 제출합니까?

권영해군대에서는 사표를 내지 않습니다명령 하나면 됩니다.

김영삼그래요그럼 됐구먼내가 육참총장과 기무사령관을 오늘 바로 바꾸겠습니다당장 예편하라고 하세요.

김영삼은 가장 강력한 무력집단인 군대의 수뇌부를 해체하기 시작했다-39면, 사회적 성취의 기반-역량의 의미 中

   

거침없이! 군사 쿠데타의 육묘장이며 잠재세력인 하나회 해체는 시작되었다검찰마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해괴한 눈치로 사는 때였다최동석은 성취 예측 모형』 1장에서 YS를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빛나는 개혁을 단행한 대통령으로평가한다공과(功過)가 극과 극이나 인정할 건 인정하고 있다. 시대가 소명을 만들고 그것을 할 때 인물이 탄생한다

그래요그럼 됐구먼.‘ 이 대목을 읽다 나는 문득 9년차 전쟁이 한창이던 트로이아 해변 어디쯤으로 간다, 시간여행이다. 생각처럼 앍기가 쉽지 않다는일리아스』 2(2/24)의, 전반부 어디쯤이다.  2권 대부분은 이 책읽기의 악마의 코스라는 함선 목록인데바로 그 앞의 에피소드다. 테티스의 청원에 잠 못 드는 제우스는 아가멤논에게 승리를 확신하게끔  거짓 꿈을 보낸다. 아가멤논은 원로들의 회의를 소집하여 대대적인 공격을 기획한다여기에는 공격 전에 전사들의 사기를 가늠하기 위한 트릭이 있다. “우선 관례에 따라 말로 그들을 시험해보고자 나는(아가멤논) ..달아나자고 권할 테니" 그대들(참석한 군 지휘관들)은 말로 그들을 제지해보라는 것. 

전사들의 마음을 읽는 절차다.  그들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다. 트로이아군보다 숫적으로 열 배나 많은 그리스연합군이지만 전사들의 전투의지가 해이된 상태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함선들과 막사들에서 떼 지어 회의장으로 몰려온 전사들은아가멤논의 철수 선언에 술렁인다. 환호가 분명한 이 분위기돌이킬 수 없다곧이어 전사들은 함선들을 끌어내리고 그간의 전리품을 챙기는 등 귀향을 서두른다아킬레우스 없이도 전투는 가능하다. 하지만 그가 없는 전투에서 승리는 상상할 수 없다. 아가멤논이라고 별 수 있겠어,! 아가멤논의 오만에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전투 파업을 선언한 상태(1)아가멤논이 대규모  공격을 히려는 이유, 아킬레우스와의 대결에서 실추된 권위 등, 만회하려면 반전이 필요했다. 최고사령관이니 인간들의 왕이니 뭐니 해도 아킬레우스 없인 안 돼!‘전사들의 마음은 그렇게 흔들렸고 돌이킬 수 없는 상태다.

 

원로들의 회의에 참석했던 장수들에게도 철군(撤軍)은 기정사실이다. 사태 수습에 공식처럼 오뒷세우스가 등장한다. 모든 전사들이 다시 모인 회의장. "이의 있습니다!‘" 당당하게 오뒷세우스에게  맞서는 전사가 있다. 테르시테스(Thersites)수다쟁이지껄이는 사람. 그는 트로이아 전쟁에 참가한 그리스군 중 제일 못생긴 사내였으며유명한 독설가다평소에 그가 말칼을 날리는 상대는 아킬레우스와 오뒷세우스였고, 두 지휘관의 미움을 샀다이번엔 아가멤논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가장 아픈 데를 후빈다. 그대 혼자서 붙들어놓고 사랑을 즐길 젊은 여인을 원하는 것이오?” 이어 아킬레우스를 변호하며 겁쟁이이며 수치 그 자체라며 아가멤논을 비난한다.

"원망하되 전쟁에는 일절 관여하지 마라." 아들에게 여신 테티스는 당부했다.(1권) 이 어미에게 '계획이 있다.'.  너의 분노를 이해하지만 (아들의 성정을 알기에)  한두 발 물러서서 관전만 하라.  아킬레우스는 말씀을 받아들였다. 테르시테스는 그런 아킬레우스마저 소환한다.  "아킬레우스는 마음속으로 노여워하기는커녕 태연했소. 그렇지 않았던들."(67면)  아가멤논-오뒷세우스 VS 테르시테스-아킬레우스'라는 연대와 갈등 전선이 형성된다. 그리고 침묵하는 다수, 전사들이 있다. 우리도 이 전쟁의 당사자라는 발견. 아킬레우스는 전투 파업을 선언했지만 아직 미련이 있다. 그리고 인간 테르시테스는 전쟁 반대를 외친다.  말은 못해도 대다수 그리스군 전사들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고향마을죽음이 내일모레인 부모님늙어가는 아내와 눈에 밟히는 자식들훗날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반대하는 그리스 곳곳 시민들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전력 우위만으로 전투(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전력에는 군사력이, 군사력에는 군사들의 사기(전투 의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 에피소드에 이어지는 생소한 지명(地名낯선 인명(人名)투성이인 <함선 목록>은 무력시위쯤으로 보면 된다앞세워야 할 것은 승리겠다는 전사들의 열망이니까오뒷세우스는 국면을 잘 수습하고 대규모 전투가 재개된다머지않아 아킬레우스도 전투파업을 풀 예정이다그런데그리스연합군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의 입장에서 일련의 사태(1권에서 2권 전반)를 복기해보자.

전쟁 중 명령불복종엔 엄혹한 처벌이 따른다충무공은 난중일기(혹은 영화 <명량>)에 탈영병 등을 즉결 처분(참수)한 기록을 남겼다아가멤논은 왜아킬레우스의 전투파업을 방치하고일개 전사인 테르시테스를 처분하지 않았을까군인들은 그만둘 때 사표를 제출합니까?‘ 대한민국 군()의 통수권자(統帥權者)인 대통령이 정말 몰라서  물었을까알 수 없다전시(戰時아니라고한반도는 지금도 휴전(休戰상태다다만쿠데타와 유사 쿠데타로 집권을 연장한 군인 정치의 날들의 너무 길었다다음(Daum)에서 문민 대통령이라고 검색하면 김영삼‘ 아니냐고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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