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일지라도 전화를 받는 친구가 드물지만 있다. 좀 늦었지만 퇴근 중이다. 한 잔쯤 걸친 목소리다계속 다녀야할지 고민이다. 내게도 그런 고비가 몇 차례 있었지. 선생이 그러시더라.  측간(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어 봐야 냄새만 밴다, 라고 했지만 도움 될 것 같지는 않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할 일 한 것 아닐까,  그래도 마음은 편치 않다.  


354. 항아리들 

오지항아리와 청동항아리가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었다오지항아리가 청동항아리에게 말했다

멀찍이 떨어져서 헤엄치란 말이야가까이 오지 말고너와 부딪치면 나는 깨질 거야내가 본의 아니게 너와 부딪쳐도 그렇고.”


'날강도 같은 권력자의 이웃에 사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인생이 늘 불안하다.' 이솝우화 한 대목을 슬쩍 언급하지만 꼰대가 꼰대에게 하는 소리쯤으로 들릴 것이다. 시종일관 한 직장에서 일하고 정년퇴임을 한 이들이 느낄 허전함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 찾지마, 히말라야 산등성이 어디쯤에서 트래킹이나 하면서 살아갈거야,. 한 잔 하면 대학 산악반 시절을 떠올리며 호언장담하던 공무원은 지금 인테리어업자인 친구 회사에서 업무보조(데모도)로 일하는데, 일과가 끝나고 친구들과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이 그렇게 달콤하단다. 청동항아리(갑)가 오지항아리(을)의 오지항아리임을 알고 협력을 이끌어낸다면 좋겠으나 사는 것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다. 한두 차례 당한 것으로 액땜하려니 하지만, 늘 한 발 물러선 그 이력 때문에 유사한 처지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오뒷세우스는 집으로 가기 위해 무려 10년을 세상 곳곳을 떠돌아야 했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던가. <일리아스>에서 지장(智將)으로 손꼽히는 활약을 하지만, 트로이아 입장에서는 그런 그가 얼마나 얄미웠겠는가. 트로이아 편을 들었던 신들도 저주를 아끼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20년 만에 오뒷세우스는 집으로 돌아간다.  이후 삶은 행복했을까?  이후로도 그는 그간의 행위를 정화하는, 자숙의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서사시는 마무리된다.  


"퀴클롭스, 그대는 내 유명한 이름을 물었던가요? ..내 이름은 '나무도아니'요. 사람들은 나를 '아무도아니'라고 부르지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리고 다른 전우들도 모두.' (오뒷세이아, 9권, 228면) 


평범한 삶 쉽지 않다. 기회에서 벌이에서 양극화는 심화될 조짐이니 더욱 그렇다.  궤도를 벗어났을 때에야  그렇고 그런 삶이 대단하게 다가온다. 내게도 꿈이 있었다. 지굼도 꿈이 있다., 라면 좋겠는데, 완료형 마무리가 씁쓸하다.      




친구야, 최근에 <노바디>란 영화를 보았어, 주말에 찾아서 보렴.  조심조심 살아, 어쩌겠어. 그리고 국내영화로 하나 더 추천한다.  <쏜다>(2006)이던가.  


아래, 영화 <노바디> 스틸 컷. 


아래, 영화 <쏜다> 도입부,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온 박만수 인생에 어느 날 갑자기 아내는 함께 사는 게 재미없다며 이혼을 요구하고 회사는 유도리 없다고 정리해고를 통보한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박만수는 평생 최선을 다해 모범적으로 살아온 인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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