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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마니아
타키투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2년 3월
평점 :
“그들은 여봐란듯이 무구(武具)를 장식하지 않지만, 뱅패에만은 최고급 물감을 칠한다. 흉갑을 가진 자는 소수뿐이고, 금속이나 가죽으로 만든 투구를 가진 자도 한두 명에 불과하다.” _6장 무기와 전술, 34면
“그들은 자신들의 전열(戰列)들이 지르는 소리에 따라 적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거나 공포심에 휩싸이는데, 그들에게는 전열들이 지르는 소리가 단순한 목소리가 아니라 용기의 합창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_3장. 함성의 중요성, 28면
“(그들이) 유례없이 순수한 특별한 종족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견해에 동조한다. 그래서 그들은 인구가 많음에도 매섭게 쏘아보는 푸른 눈, 붉은 머리털, 순간적으로 힘을 쓸 때에만 효과적인 큰 체구 등 모두 생김새가 비슷하다.” _4장. 피가 섞이지 않은 단일 종족, 30면
그들은 누구일까? 영화 <글래디에이터>(Gladiator)의 초반 전투를 떠올렸다면, 그렇다. 바로 그들이다. 영화의 시간 배경은 로마 제국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와 콤모두스 황제 통치기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리스어를 못하는 민족들을 바르바로이족이라고 불렀다. 말소리가 바르바르처럼 들려서 그랬단다. 바바리안(barbarian)이라는 단어의 유래다. 그들에게는 민족의 해방자, 그러나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기술하는 저자를 포함한 로마인들에게는 반역자. 넷플릭스 <바바리안> 시리즈의 주인공 아르미니우스도 그들 중 하나다.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가 쓴 역사 『게르마니아』,는 시종일관 "그들은~"으로 시작해 "~한다."로 단락을 맺는다.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기 전 게르만족이 거주했던 지역을 통칭 '게르마니아'라 한다. 타키투스는 게르만족의 생활상과 풍습을 기록하고 있다. 책이 다루는 게르만족에는 지금의 독일인과 오스트리아인, 뿐만 아니라 덴마크인, 노르웨이인, 스웨덴인, 네덜란드인, 영국의 앵글로색슨족도 포함된다. 갈리아인들처럼 게르마니아에 속한 민족들은 제국 로마의 입장에서는 정복 대상이었고, 실제로 숱한 전투의 날들이 이어진다.
타키투스는 왜 이런 민족지(民族誌)에 가까운 역사를 썼을까? 두려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는, 우리와는 다른 데 그 면면을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다. 두 번째는 ‘우리에게는 없는 어떤 것’이 ‘그들에게는 있는’ 데서 생성된 두려움이다. 도덕적으로 타락하기 시작한 ‘우리’ 로마와는 달리 ‘그들’ 게르마니아는 질박하고 건전한 사회를 이뤘으며 상무(尙武) 정신이 투철한 용맹한 민족이었다. 한편 부럽고 한편 두려웠서 그랬던 것 같다.
'그곳에서는 좋은 관습이 다른 곳에서는 다른 곳의 좋은 법률 못지않은 효력을 발휘한다.'(63면) , ”돈놀이를 통해 이자로 원금을 늘리는 관행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그곳에서 돈놀이는 금지했을 때보다 더 효과적으로 제동이 걸리고 있다."(75면) "돈을 받는 것(뇌물)도 그들은 우리한테서 벌써 배웠다." ….
그들은 게르마니아(게르만족)이고 우리는 로마(인이)다.
하드커버이지만 분량이 워낙 짧고 간결하다. 책값 너무 비싼 것 아니냐. 불멘소리도 있다. 한데 글머리 세 번째 인용에서 보듯, 히틀러의 인종청소의 근거가 되는 등 세계사에서 가장 위험한 책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가 탐색한 오늘날 국가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북유럽을 포함한, 선진 복지국가들이 대부분이지 않은가! 거기에는 지금도 있는 뭔가가 무엇일까?
이 책을 다시 읽는 데는 계기가 있다. 근래에 『성취예측모델』,을 쓴 최동석 선생이 등장하는 유투브 콘텐츠를 보면서이다. 게르만모형이 뭐길래? 『성취예측모델』,이 장편소설 한 권 읽듯 소화할 수 있는 책은 아니고, 『게르마니아』,도 함께 천천히 읽는 동안 뭔가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