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어른을 위한 정본 <<이솝우화>>(천병희 옮김, 숲)에는 탈모인에 대한 이야기가 두 꼭지가 나온다(/2358). 탈모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그렇다고 '대머리'라는 단어를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작품이니까. 일종의 세대 갈등의 희생양(1), 난무하는 뇌피셜(2) 등 우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시대에 따라, 보는 이에 따라 늘 새롭더라. 한 대선 후보의 탈모치료제 관련 공약을 지켜보다, 두 편을 골라보았다.
*은 정본 이솝우화에 있는 그 우화의 교훈이다. 아이소포스의 이름으로 우화집이 발행될 당시의 그 우화에 대한 보편적인 교훈을 기록했다는, 정도로만 여기고 비교해보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052. 반백(半白)의 남자와 작은마누라들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자에게 애인이 둘 있었는데, 한 명은 젊고 한 명은 늙었다.
나이 많은 여자는 연하의 남자를 가까이하는 것이 창피해서
남자가 찾아올 때마다 늘 남자의 검은 머리를 뽑곤 했다.
한편 젊은 여자는 애인이 늙은 것이 싫어서 그의 흰머리를 뽑았다.
그리하여 그는 두 여자에게 번갈아 머리털이 뽑혀 대머리가 되었다.
*이와 같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은 언제나 해롭다는 것이다.
097. 디오게네스와 대머리
견유학파 철학자 디오게네스1)가 어떤 대머리에게 모욕당하자 말했다.
“나는 모욕하지 않겠소. 천만에!
오히려 나는 당신의 사악한 두개골을 떠난
머리털을 칭찬해주고 싶소.”
*이 우화에는 ‘교훈’이 없다.
1)디오게네스(Diogenes 기원전 400년경~325년)는 그리스의 견유학파(犬儒學派) 철학자이다. 견유학파란 개인의 정신적인 자유 확보하려고 욕심 버리고 자연생활 영위를 이상으로 삼는 그리스 철학의 한 학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