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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욘더 - Good-bye Yonder, 제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김장환 지음 / 김영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굿비아, 욘더』, 이준익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 첫 OTT 드라마 원작소설 리뷰. 사는 동안 숱한 만남이 그렇지만 그 수 많은 책들 중에서도 한 권의 책을 만나는 사연도 천태만상이다. 언젠가 지방에 사는 동기가 지인이 소유한 건물 1층을 리모델링하여 카페로 만드는 작업을 돕는다며 며칠 머물러, 가본 적이 있는 데가 있다. 그런데, 작년 7월인가, 그 동기가 카톡을 날렸다. 유명한 영화감독이 드라마를 처음으로 만드는데 그 카페에서 촬영하겠다며 감독과 관계자가 왔다 갔다는 얘기였다.
원작소설이 『굿비아, 욘더』(김장환, 김영사)라고 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설(작품)을 읽으면 그 작품 원작 영상을 보지 않는다거나 그와 반대의 경우도 삼가곤 하는데(그 이유를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이번엔 예외가 되었다. 2022년 방영 예정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욘더'. 영화 <자산어보>, <박열>, <동주>, <사도>, <꾼>(의 제작진도 참여)을 만든 이준익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이자 첫 OTT(티빙 오리지널) 드라마다. 신하균, 한지민, 이정은, 정진영, 최대성 등 출연진도 화려하다.
배우 한지민의 인스타그램에 따르면(기사) 얼마 전 1월 7일에 촬영을 마쳤단다. 이준익 감독의 드라마 진출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중문화 콘텐츠 소비자들의 시선이 영화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옮겨간 흐름과 연관이 깊다. 영화감독들 다수가 드라마 연출에 참여하면서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모호한 콘텐츠가 등장하는 즈음인데, 이준익 감독은 티빙 1주년 간담회에서 “이젠 극장과 OTT 간 간격이 없어져 가는 게 아닌가”라며 ‘영화 같은 OTT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우연으로 만난 소설을 띠지에 적힌 ‘1억원 고료 제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문학상 수상작’이란 것만 확인하고 읽었다. 그런데 판권을 보니 초판 발행이 2011년 1월 20일(오늘은 2022년 1월 20일이다)이다. 만으로 11년째 녀석의 생일인 셈이다. 소설의 시간은 30년 후이고 공간은 ‘뉴서울’(통일이 되어 있다)이다. 문학상 수상은 2010년, 감안하면 소설 속 시간은 2040년, “30년 후의 서울, 현실과 사이버 스페이스가 한 데 섞이고 인류가 기계와 어울려 새로운 진화를 꿈꾸는 유비쿼터스 월드에 사는 기자” '홀'이 남자 주인공이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 ‘후’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다 ‘욘더’(Yonder: 저기, 저편의)라는 가상 공간(혹은 세계)로 아내를 만나러 간다는 설정의, 장르 소설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의 유효기간은 언제 끝났을까, 기억할 수가 없다. 그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앞서, 실제로 작품 집필 시기와 출간 시점을 파악하지 못한 채 작품을 읽었다는 점을 거론했는데, 작가가 전제했던 일상이던 ‘메타버스(가상세계)’가 첨단과학과 첨단산업의 화두로 부상한 요즈음을 감안할 때, 필자가 간과해버린 12년쯤의 시차는 각별한 의미이고 발견일 수도 있다. 당시의 미래학(비전)에 기반하여 작품 속 배경이 필자로서는 그렇게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는 얘기다. 아직 뉴서울이 아닌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2040년이면 가능할까?) 문학상 이름에도 있듯이 당시 ‘뉴웨이브’는 지금 ‘웨이브’가 되어 있다, 그런 느낌이다.
영상과 텍스트 중심의 원작소설은 다르다. 메인 주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지만, 그래픽을 비롯하여 영상은 최신 기술을 동원할 수 있기에 남다른 고민이 있을 것이다. 12년 전에 상상한 2040년의 시간이 이제 20년 남짓 남은 상태인데, 이준익 감독의 영상물은 어디까지 담아낼 것인가, 기대하게 된다. 2011년 개봉되어 745만 명 관객을 동원한 영화 <써니>, 1980년대가 배경인 이 영화의 명대사는 “물을 사 먹는 시대가 온다고 그래라”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 맴돌던 한마디다.
“'미래가 또 하나의 신화'라는 생각, 그 사소한 아이디어에서 내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수십 년 뒤, 아니 몇 년 뒤에 우리 삶이 얼마나 변해 있을까 생각하는 일은 늘 내게 즐거움을 가져다준다.(328면, 김장환)”
수상소감에 근거하여 작성한 ‘작가의 말’ 중 일부다. 작가는 ‘미국 오리건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그래서일까. 서양의 신화와 철학 등 고전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이야기의 줄기는 오르페우스 신화를 떠올리게 한다. 뮤즈의 여신 칼리오페와 아폴론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오르페우스. 그는 에우리디케와 결혼하였는데, 에우리디케가 그만 독사에 물려 죽고 말았다. 슬픔에 젖은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구하고자 저승으로 간다.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11권)나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로마 신화)와 같은 서사시에서도 저승(하데스) 풍경을 엿볼 수 있디. ‘불신지옥’과는 다른 ‘저기, 저편’의 풍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심스럽지만 『국가』(동굴 비유), <파이돈>(혼불멸론) 등 플라톤의 주요 대화편이 소개하는 신화적인 발상과도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본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국내산)인데, 제목은 떠오르지 않고 자주 등장하는 대사 하나는 또렷하다. ‘추억은 기억의 전리품’이라고 했던가, 출처를 찾으려고 시간을 할애했으나 실패. 혹시 <굿바이 욘더>가 아닐까(전자책 음성으로 먼저 듣고 종이책을 읽음)? 검색 그러나, 이 소설은 아니다.
”추억은 꼭 과거에 한정된 것이 아니에요. 새로 만들어질 수도 있죠.”(<여보 나 여기 있어>, 23면)
‘진정한 행복은 기억이 아닌 망각에 있다는 역설’(심사평 중)을 감안할 때 이 짧은 인용마저도 대단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추억은 기억의 전리품’, 그 출처는 찾지 못했지만 검색 과정에서 발견이 있었다. 이 작품에서 ‘기억’이란 단어는 모두 114번, ‘추억’은 12번 나온다. 원작소설의 설정부터 영상물(드라마) 제작까지, 경계가 허물어지는 묘한 시간여행을 하고 있다. 그런 느낌이다(아래 사진 촬영 당일, 그 카페의 풍경, 카페 주인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