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게장은 밥도둑’이라는데 ‘OTT는 시간도둑’이라고 해야겠다. OTT. '동영상스트리밍플랫폼' 서비스의 일상화로, 이어서 몇 편씩 보기, 모두 몰아보기를 하다가 불현듯 한정된 내 인생 내 시간을 떠올리고 심지어 죄책감(?)이 들곤 한다. 예전 같으면 독서 휴가를 받았구나(대왕세종은 신하들에게 독서휴가를 주었단다), 좋아 좋아, 좋아라하면서 베개(종이책은 나무 재질이니 목침)로 써도 좋을 두께의 고전 읽기에 몰입했을 나. 그런데 몰아보기에 집중하다 보니 이젠 활자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종이책보다는 e-Book에 적응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하기로 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장시간 영상물 시청에 몰입하는 것.
*드라마의 경우, 미드(를 비롯 서양)의 경우, 시즌 하나에 6부 혹은 8부 혹은 그 이상, 나름 흥행한 우리 드라마의 경우 16부(기본) 이상으로 편성되어 있다. 때문에 주어진 시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 선택이 무척 중요하다. 시간은 돈이니까, 돈이라고 하니까, 가성비는 여기서도 적용된다. 곳곳에 시간 먹는 하마, 도처에 그렇고 그런 지뢰가 매설되어 있는 전장.
**그러나 장점도 있다. 알고리듬에 따라 추천되는 동영상을 무심코 시청하노라면 그동안은 접할 수 없었던(참고로 필자는 넷플릭스) 문화권, 언어권, 가지가지 나라들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세계 곳곳 여러 나라를 두루 여행하고자 하는 꿈은 이룰 수 없으리라 체념했지만, 배경(나라)과 문화(언어)가 다양한 영상물들을 통해, 국내산(토종) 정서와 다름(틀림이 아니다)과 비슷함(맞음이 아니다)을 확인한다.
***또 하나의 즐거움은 ‘서양’으로 분류되는 문화권에서 제작한 영상물에서 그들 문화의 원천이었을 서양 고전들이 바탕에 깔린 대사들을 만나는 일이다. 글로벌시장 구축을 위한 제1과제가 언어 장벽 넘기일 것인데, 그런 투자 덕분인지. 번역도 깔끔하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이 아니면, 제대로 된 번역에 적절한 투자가 이뤄질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더구나, 번역 영상물 자막은 최대한 간명하기에, 거기에 깃든 배경(스토리, 신화, 에피소드)가 순식간에 스치고 지나가기 마련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다. 그래서 <See & Read>라는 카테고리를 생성하고 굳이 책(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상물이 아니라도, (서양)고전 읽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발견’들로 페이퍼를 작성하기로 한다. 고대 서양 고전들을 주로 읽었던 독서 경험들이 도움을 줄 것 같고, 여기 집중하는 이유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함도 있지만, 검색으로 확인 가능한 차고 넘치는 관련 정보들은 과감하게 배제한다. 일부러 그런 영상물을 찾아가는 것은 아니기에 얼마나 알찬 콘텐츠가 쌓일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일종의 브렌딩이다.
-Mete4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