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리스의 우화 작가인 이솝(Aesop, 기원전 6세기)보다 1,500년이나 앞서 그의 이야기와 거의 흡사한 우화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새뮤얼 노아 크래이머,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37~42쪽, 김용규 지음 『생각의 시대』(44면)에서 재인용)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 어디쯤, 메소포타미아(두 강 사이의 땅이란 뜻, 말하자면 삼각주처럼 입지가 좋은) 문명을 일군 수메르인들의 이야기다.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동물 말고도 식물, 사람, 신(神) 등일 뿐 아니라 ‘좋은 것들’(123)과 같은 개념도 한몫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화는 곧 이솝 우화라는 등식이 통념이 되었고 우화라고 하면, 그 주인공들 대부분 혹은 대표가 동물인 것은 분명하다. 

“우화는 현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경향이 강하다”(옮긴이 천병희 서문_이하 서문) 

이를 동물에 대입하면 자기 생활 공간과 그 주변에서 사는 동안 한두 번이라도 목격한 동물이거나 목격한 이로부터 들은 진술 속 동물이 그곳에서 생성된 우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하겠다. 이 맥락에서 주어는 대체로 인간이다. 

“기원전 4~5세기에 산문으로 쓴 우화들은 대개 이솝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이솝의 우화들이 그 무렵 가장 재미있고 가장 인기가 좋아서 모두들 그의 이름으로 우화를 발표했기 때문인 것 같다.”(서문)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가 호메로스라는 개인의 작품인가? 둘러싼 문제가 서양 고전학자들의 오래된 숙제인데 ‘호메로스 문제’다. ‘아이소포스의 문제’도 거기서 거기다. 옮긴이는 서문에서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동물들을 근거로 ‘아이소포스 문제’에 물음표를 던진다. 

“그 밖에도 다른 나라들, 특히 북아프리카의 우화들이 그리스에 유입되면서 이 또한 이솝의 이름으로 소개된 것으로 보인다. 코끼리, 낙타, 원숭이 따위의 동물이 나오는 우화들은 그곳에서 유래한 것이 확실시된다. 이를테면 코끼리가 새끼 돼지를 무서워한다는 것(우화 145번 참조)은 그리스인들은 알 수 없는 일이다.”(서문)

코끼리, 낙타, 원숭이 따위의 동물 주인공들이 그러하였듯 오늘날 기준으로 동·서양 우화에 등장하는 동물 주인공들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이야기의 구조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교훈)는 크게 다르지 않다.

천병희 옮김 『이솝 우화』의 특징은(번역 원전에 따랐겠지만) 목차를 살피면 보이는데 대체로 우화의 주인공 중심으로 이야기가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부록인데, 가나다순으로 해당 우화의 주인공 중심으로 색인을 만들어놓았다는 점이다. 

군대의 각개전투 중 철조망을 통과하는 데는 밑으로, 넘어서, 절단 후 통과가 있고 우회(迂回) 통과하는 방법이 있다(폭파 후 통과는 전술상 맞지 않으므로 제외). 우화의 메시지 전달방식은 우회적이다. ‘다른 사물에 빗대어 비유적인 뜻을 풍자하거나 나타낸다’는 점에서 우의(寓意)적이다. 단도직입(單刀直入)보다는 우회라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듣는이가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식을 선택한, 비유가 가진 품격을 실행한 초기적인 모습이면서 요원한 방법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우화는 신화, 속담, 일화, 이야기 등과 겹치기도 한다. 우화는 또한 대부분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실재 인물에 관한 일화도 소개하고 있어 그 성격을 한마디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서문) 

글머리에 소개한 수메르인들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낯익은 속담과 격언들을 사용했단다. “아직 여우도 잡기 전에 물을 끓인다.” 우리 속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와 차이가 있는가? 한자문화권 ‘사자성어(四子成語)’는 우화를 최대한 압축한 간명한 메시지다. 가령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화제가 되었던 ‘양두구육(羊頭狗肉)을 검색해 보시라. 

어느 때 어디에 살았든 살고 있건 살게 되건 인간 삶에는 보편성이 있다. 생성의 저편에 소멸. 시작이 있으므로 끝. 차이는 있다. 그런데 그 차이는 그 존재의, 존재들의, 존재함의 유사성을 전제로 존재한다. 대부분은 같은데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 차이는 틀림이 아니고 조금 다를 뿐이다.

’그럼에도‘ 또는 ’그렇기에‘ 『이솝 우화』는 상당수 한국인의 정서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우화는 대체로 동물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인간을 포함하면 거의 전부다. 『이솝 우화』도 예외는 아니거니와 『이솝 우화』가 그 대표다. 그런데 한자문화권(동양의 전체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에서 공유하는 것, 열두 띠(역학, 토정비결, 당사주) 동물 주인공들 이야기는 점이 흥미롭다. 다음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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