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에 우리
강선애 지음 / 스칼렛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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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스토리설정이지만 술술 잘 읽혔다.

눈부시게 빛나고, 탄탄대로가 앞으로 무한대로 펼쳐질것이라 기대되는 톱스타 혜리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 물론 그녀는 사랑을 위해 선택한 삶이었지만 그녀를 사랑했던 팬들과 연예계사람들은 그녀가 왜 사라졌는지 몰랐을뿐이다.

드라마에서 만난 열정밖에 없고 영화감독이 꿈인 조감독 선우에게 혜리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건 것이다. 그만큼 둘의 사랑은 컸고 열렬했고 찐했다.

그랬던 그들이 이혼을 했다. 생기가 빠진 눈으로 이혼하자는 혜리에게, 그 이유가 뭔지도 물어보지 않은채 오롯이 그녀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그래 그러자 하고 답을 했던 선우.

어쩜 두남녀는 상대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배려했고,  상대를 제대로 잘 몰랐기에 했던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시간이 흘러 이젠 두사람의 처지가 뒤바뀌었다.

연예계를 떠나있었던 시간이 길었기에, 그 누구도 혜리를 적극적으로 원하지 않았고, 그랬기에 그녀에게 돌아오는 작품도 시나리오도 없었다.

그런데 어렵게 그녀가 선택하게 된 시나리오가 다른 누구도 아닌 그들의 이야기였고, 역시나 그 시나리오의 작가이자 감독이 선우였다.

처음에는 길길이 뛰며 계약을 파기하려고 했으나, 하나뿐인 오빠 혜성이 계약금을 가지고 튀었다. 물론 자신의 영리를 위해 튄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혜리와 선우가 헤어진 그 이면에 그들이 모르는 각자의 이유가 있을거라는 생각때문에 이번 기회에 끝을 내든 화해를 하든 하라는 오빠만의 배려였던 것이다.

 

우여곡절끝에 영화촬영이 시작되었고, 서로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둘의 사랑이 서로를 향해 열려있고 마음이 닿을수 있어 다행이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혜리의 절친이자 혜성의 여친인 수미의 쿨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고, 혜성도 그 나름대로 수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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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오후 - 시인 최영미, 생의 길목에서 만난 마흔네 편의 시
최영미 지음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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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솔직히 시에 대해 잘 모른다. 그리고 맘 잡고 시집을 펼쳐들어도 첫장부터 끝장까지 내 마음속에 와 닿는다는 소리는 하지 못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던 이유는 아마도 작가 최영미님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시에 대해 문외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에게 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또 시의 세계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했던 그녀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시집. 정말 그때의 감동이란 아직도 선연하다 해야 할 것이다.

그녀가 세계의 명시를 한데 모으고, 또 고르고, 수정했고, 보완했고, 부연설명을 담은 44편의 시를 한권에 담아낸 책이다. 그랬기에 무조건적인 관심이 갔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알고 있었던 시도 있었고, 생소한 시도 있었던 것을 보면 역시 난 아직 갈길이 멀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최영미 작가가 세계의 명시들을 옮기면서 한글로 부드럽게 번역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가 생소한 사람들이 읽기에 편하게 만들기 위해 시어와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글도 담고 있어 좋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지 않을까? 아주 생소한 것보다는 자신이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듣는 것이 더 이해도를 높인다고.

역시나 그랬다. 뭣도 몰랐던 어린시절에 내가 참 인상깊게 들었고 기억했던 시가 있다. 물론 그때는 그게 시에서 나온 소리라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로버크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다. 매번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있다고, 갈등과 고민끝에 선택해서 걸어간 길이지만 마음 한켠에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남기 마련이라고, 그렇지만 결국엔 하나로 연결된 것이 길일수밖에 없다라는 그런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기회에 제대로 읽고 원문으로 읽다보니 더 기억이 진해졌다고나 할까?

또 한편의 시가 있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사랑을 이제 시작하는 연인들이 한때 줄기차게 애용했던 시가 아닐까 싶다.

바로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의 <그대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그대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어떤 수식어를 붙이지 말고 그냥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주라는 말. 그 말은 아마 인간사회속에서 사랑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지켜져야 하고, 계속될 명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처럼 이 한권의 책에는 내 과거와 현재, 또 아렷한 추억들을 소환할수 있는 시들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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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련하숙집
은지필 지음 / 로코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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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따뜻한 소설한편과의 만남이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악조들이 어느정도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19금스런 말과 행동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이야기는 참 맛깔스럽게 진행이 되었다.

도대체 하숙집 이름이 왜 몽련일까 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지어질수 밖에 없었던 내용을 맞이하면서 가슴한켠으로 그리움과 포근함과 알싸함이 전해져왔다.

 

오래전 감정을 계속 가슴에 안고 살수 있을까? 과연 살수 있다면 그 유효기간이 얼마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주와 여주의 만남은 참 우연스러웠다. 그런데도 그 우연이 인연으로 이어졌고, 두사람의 마음이 한곳을 향해졌다 싶을 순간 어쩔수 없는 이별을 해야 했고, 그 이별후 9년이란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 둘은 서로를 알아봤고, 자신들의 가슴속에 저장해두었던 감정을 고스란히 밖으로 끄집어내는 용기를 낼수 있었다.

 

앞으로 해도 뒤로 해도 현승현이라고 소개하는 남주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고, 그의 절친 우현우도 심심찮게 등장하게 웃음을 선사했다.

뚜렷한 악조가 없어 더 따뜻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로설속에 꼭 등장하는 악조들. 물론 그들이 있기에 남주와 여주를 더 응원할수도 있었고, 왜 조연일까 싶은 호평을 받는 인물도 있기 마련인데, 몽련하숙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있었다.

오랜시간이 흘렀는데도, 혜원 할머니 발인에 우르르 몰려온 하숙생들. 아마 할머니가 제자식처럼 따뜻하게 대했기에, 그 마음이 전해졌기에 그시각에 자신의 일들을 뒤로 밀쳐두고 쫓아올수 있지 않았을까?

할머니스러운 임종이었다. 한글을 잘 모르는 자신때문에 자식에게, 손녀손자에게 아픔을 준 것 같아 평생 가슴한켠을 움켜쥔채 한글공부를 하고, 영어공부를 했던 할머니.

혜원에게 굿바이라고, 또 돈워리 비해피라고 유언을 남길수 있는 위트넘치고 멋진 할머니스러움을 보여줬다.

 

승현의 엄마가 혜원을 찾아와, 혜원에 대한 느낌과 자신의 위치(?)에 설명하는 장면이 참 좋았다. 그리고 혜원을 받아들인 순간부터는 친엄마 못지 않는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 좋았고, 혜원의 발전을 위해 1년을 묵묵히 기다려준 멋진 남자 승현도 너무 좋았다.

자칫 외롭고 힘들기만 했을 것 같은 혜원의 인생에 절친들이 있어 좋았고, 시간이 흘러도 우정과 서로에 대한 믿음이 변치 않아 더 좋았던 책이 아닐까 싶다.

언제고 마음이 헛헛할때 열어보게 될 몽련하숙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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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좀! 합시다
푸른숲길 지음 / 우신(우신Books)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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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이 분명한데 이 공간에는 무려 3커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왠지 득템한 것 같은 알찬 기분이 드는 것은 나혼자만의 착각일까?

 주인공이 도합6명이고, 이중 3명은 남매지간이다. 겨울만 있었다면 4계가 완성되었을텐데.

 상류층, 소위 잘나가는 집안에서는 아주 어렸을때부터 정혼자가 정해져 있다는 말이 결코 헛소문이 아닌 것 같다. 요즘 내가 본방사수하고 있는 주말드라마속 남주네도 아주 오래전 정혼자가 정해져 있는 상태였고, 그동안 만나거나 연락을 취하지 않았지만 일정시간이 흐른 후 약혼을 거쳐 결혼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 책속의 주인공들도 그런 형태였다.

 자신에게 자유를 부여하기 위해 이성간의 감정이 아님에도 약혼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지윤혁과 박하영.

윤혁에게 하영은 동생 그 이상이 아니다. 물론 하영에게도.

쉽사리 집에서 안정을 취하지 못하는 하영을 위해 윤혁은 사무실 근처에 작업실 겸용 집을 얻게 되는데, 그 빌라의 주인이 내건 조건과 윤혁이 바라는 조건이 통해 밀당없이 계약성립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2층소아과 원장인 이봄에게 관심이 간다. 그녀의 씩씩함과 예쁨이 윤혁에게 고스란히 투영되고, 이를 눈치챈 하영은 자신 때문에 윤혁이 어렵게 다시 찾아온 사랑을 놓칠까 싶어 파혼을 하자고 한다.

그리고 너무나도 예쁜 하영이 어느날 자신의 눈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파고든 이여름. 그는 이봄의 남동생이다. 처음에는 윤혁의 약혼녀인줄 알았다가, 그게 아님을 깨닫게 된 여름은 자신이 처한 환경 때문에 아주 잠깐 멈칫했으나, 외로워보이고, 홀로 서있는듯한 하영의 곁에 머물 용기를 낸다.

또 잘나가는 배우 한시준은 성질이 뭣 같아서 매니저 정우를 빼고는 그 누구도 그와 일하는 것을 기피한다. 어렵게 모셔오다시피 한 이가을 메이크업아티스트를 내쫓으려 하는 시준에게 급기야 정우가 성질을 내고.

자신은 뭐든 느린편이라고 말하는 이가을이 시준은 마냥 귀엽고 예쁘기만 하다. 느리다고 말하지만 결코 시준의 빠름에 뒤처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 더 귀여웠다.

 아주 잠깐 하영을 여름과 떼어놓고 자신의 회사에 득이 되는 혼처를 구했던 하영의 아버지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마지막에는 하영과 여름을 포용하고, 또 여름의 아이들까지도 스스럼없이 손자로 인정하는 모습이 대인배처럼 보이기도 했다.

 난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 모두가 살아있는 캐릭터라 좋았다. 그리고 봄여름가을의 엄마인 순옥여사도 용감무쌍해서 좋았다. 자신의 집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을 편견없이, 또 차별없이 받아들이고 내자식인것처럼 다독이는 모습이 진정한 엄마의 모습으로 보여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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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면 좋겠다
최윤서 지음 / 마루&마야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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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대한 감정이라는 것은 정말 다양한 형태로 다가오는 것 같다.

여주의 인생에 남주가 없었다면, 남주의 인생에 여주가 없었다면 어떠했을지 가상이지만 상상만으로도 우울하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환경이 제아무리 암울할지라도 서로를 향해 빛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그둘의 인생이 더 밝지 않았나 싶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일구게 되면 그 아이가 어느정도 성장할때까지 의지가지가 되어주는 것이 최고이지 싶다.

경제적여건만 봤을때 여주 남궁아라는 어쩜 부족한 것이 없을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녀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되는 요소들을 가족들중 그 누구도 제 아픔처럼 다독여주거나 위로해주지 않았다.

선천적으로 신장에 문제가 있었던 남궁아라. 그녀의 엄마도 똑같은 병으로 유명을 달리했기에 어쩜 그 고통을 제일 잘 알것 같은 여주의 아빠는 참 매몰찼다. 물론 그 나름대로 고통을 잊어보기 위한 또다른 탈출구였을지 모르겠으나. 학교도 어렵게어렵게 다니면서, 신장이식을 받을수 있기를 기다리던 남궁아라.

그녀의 막막한 어둠을 조금이나마 밝혀줬던 것이 주말이면 늘상 찾아가던 카페에서 아주 우연히 듣게 된 가수의 노래였다.

처음 그를 만나게 된 장면이 운명스러웠다. 비가내려서인지...카페내 아라를 빼고는 아무도 없는데도, 그 가수는 노래를 하겠다고 무대위에 올랐고, 그의 노래를 책을 읽으며 듣던 아라는 그 음색에 빠져들게 된다.

그게 참 운명적인 만남같아 좋았다.

 

남주 사주혁은 참 진득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결코 화려하게 드러내지 않은채 여주를 배려하고, 여주를 지켜봐준다. 난 그런 다정함이 참 좋았다.

그렇기에 남궁아라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덮어줄수도, 또 그 과거가 떠오르지 않게끔 앞만 보고 달려갈수 있게끔 도와줄수 있는 남주가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이 둘의 사랑이 찌릿찌릿함과 열렬함을 담고 있지는 않으나 잔잔한 물흐름처럼 너무 고요하게 흘러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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