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오후 - 시인 최영미, 생의 길목에서 만난 마흔네 편의 시
최영미 지음 / 해냄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난 솔직히 시에 대해 잘 모른다. 그리고 맘 잡고 시집을 펼쳐들어도 첫장부터 끝장까지 내 마음속에 와 닿는다는 소리는 하지 못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던 이유는 아마도 작가 최영미님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시에 대해 문외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에게 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또 시의 세계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했던 그녀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시집. 정말 그때의 감동이란 아직도 선연하다 해야 할 것이다.

그녀가 세계의 명시를 한데 모으고, 또 고르고, 수정했고, 보완했고, 부연설명을 담은 44편의 시를 한권에 담아낸 책이다. 그랬기에 무조건적인 관심이 갔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알고 있었던 시도 있었고, 생소한 시도 있었던 것을 보면 역시 난 아직 갈길이 멀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최영미 작가가 세계의 명시들을 옮기면서 한글로 부드럽게 번역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가 생소한 사람들이 읽기에 편하게 만들기 위해 시어와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글도 담고 있어 좋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지 않을까? 아주 생소한 것보다는 자신이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듣는 것이 더 이해도를 높인다고.

역시나 그랬다. 뭣도 몰랐던 어린시절에 내가 참 인상깊게 들었고 기억했던 시가 있다. 물론 그때는 그게 시에서 나온 소리라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로버크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다. 매번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있다고, 갈등과 고민끝에 선택해서 걸어간 길이지만 마음 한켠에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남기 마련이라고, 그렇지만 결국엔 하나로 연결된 것이 길일수밖에 없다라는 그런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기회에 제대로 읽고 원문으로 읽다보니 더 기억이 진해졌다고나 할까?

또 한편의 시가 있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사랑을 이제 시작하는 연인들이 한때 줄기차게 애용했던 시가 아닐까 싶다.

바로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의 <그대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그대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어떤 수식어를 붙이지 말고 그냥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주라는 말. 그 말은 아마 인간사회속에서 사랑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지켜져야 하고, 계속될 명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처럼 이 한권의 책에는 내 과거와 현재, 또 아렷한 추억들을 소환할수 있는 시들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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