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단맛 매드 픽션 클럽
파울루스 호흐가터러 지음, 김인순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제목과는 너무 다른 내용의 책이다. 인생의 단맛이라? 결코 인생은 달지 않고 씁쓸하고, 또 섬뜩할정도의 피비린내가 날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통상적으로 읽었던 추리소설과는 좀 다른 시각에서 쓰여진 책이다. 대부분의 책들은 화자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 화자가 피해자일수도, 범인일수도, 그 사건을 진두지휘하는 경찰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여러사람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고는 벌어졌고, 그 사건의 범인을 찾아나선 과정에서 그 사건과 어떤식으로든 관련을 맺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그런점에서는 꽤 신선하고 박진감이 있는듯했으나, 좀 낯설고 명쾌하게 떨어지는 맛을 못느껴 안타까웠다.

 

할아버지와 게임을 즐기던 7살배기 손녀가 뭘 얼마나 잘못했다고, 방금전까지 자신과 게임을 하던 할아버지의 시체를, 그것도 머리가 으깨진 시신을 발견하게 했는지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는 항상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생각만 할수 있도록 모든 상황을 정말 평온하게 만들어주고 싶건만, 카타리나는 그런 궤도에서 많이 벗어나버렸다.

카타리나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과연 할아버지의 시체를 어떤 형태로든 본 기억을 깨끗이 지워낼수 있을지. 자신은 범인을 보지 않았기에, 그리고 어린시절의 기억이기에 성장과정을 통해 잊어버릴수도 있겠지만, 어느날 문득 그 기억이 되살아나면 어떡하나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카타리나는 실어증세를 보이고, 이러한 소녀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가 또다른 화자다.

그리고 이 사건을 전담하는 형사, 또 범인을 찾아나선 과정에서 유력한 용의자로 대두되는 사람들(아내와 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 자신의 아이를 악마라 믿는 엄마, 밥딜런의 음악에 빠져 사는 신부등)의 관점 등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과거와 현재시제를 넘나들면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도 읽을거리였지만, 그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들의 이상적인 행동과 정신장애(?)를 보면서 평온하고 온화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 곪아터지려고 하는 자신만의 아픔이 있고, 또 그 아픔을 제대로 치유하거나 치료법을 알아내지 못하면 저렇게 정신적인 장애를 일으킬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좀 섬뜩했다.

난 원래 아무리 재미있는 만화라 하더라도 결말이 해피엔딩이 아니거나, 다음권에 계속~이라는 맺음말로 결말을 모르는 책은 애써 안보는 편이다. 그만큼 처음에는 아주 힘들고 눈물도 날 정도로 슬픈 인생을 살았지만 결국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끝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요즘 나오는 책중 독자에게 그 결말을 상상하도록 한다거나, 어째 범인을 잡았어도 통쾌하지 않고 그 범인의 복잡한 심리까지 이해해야 하는 것이 참 힘들다.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인생의 단맛을 알수 있도록 넉넉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뜬금없는 바람도 들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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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자집 2011-08-26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