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결혼, 그리고 결혼
유리화 지음 / 마롱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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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그랬다. 서로에게 관심 없던 두 사람이었으니, 뭐 시작이랄 것도 없는 인연이었겠지. 두 할아버지의 다그침이 없었다면 그들의 결혼은 인생 계획에 없던 일이었을 터. 인예는 지금 결혼이 아니라 일이 우선이었다. 이제 막 시작된 사회생활에 충실하고 싶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편찮으시다. 마치 인예의 결혼만이 할아버지의 치료약이 되는 것 같은 분위기. 어차피 해야 할 결혼이라면, 할아버지의 평온이 인예의 결혼이라면, 이 남자와 결혼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철진도 마찬가지였다. 할아버지가 꿈꾸는 증손주까지는 몰라도, 당장의 잔소리를 피할 수 있다면, 아주 모르는 사람도 아닌 인예와의 결혼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은근 인예를 향한 눈빛도 감지한 터라 자기 아내가 된 인예를 보는 건 즐거운 일이 될 것도 같고. 응?

 

'선결혼 후연애' 혹은 '계약결혼' 키워드에 충실한 소설이다. 지금 만난 낯선 여자와 남자가 엮어가는 관계가 아니라, 비록 기억은 희미하지만 오래전 인연이 있던 사람들이다. 두 할아버지를 기점으로 한쪽은 손녀, 한쪽은 손자가 만들어낸 인연. 진짜 부부가 아니라 부부 행세를 위한 계약이었지만,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은 한 공간에서 보내는 이들이 어떻게 마음이 통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낮에는 회사에서, 밤에는 집에서, 그렇게 한 공간에서 숨을 쉬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서서히 스며드는 과정을 그렸다. 칼 같은 성격에 내 사람과 아닌 사람의 구분이 명확한 철진, 유한 성격이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며 누군가의 마음을 거절할 줄도 아는 여자 인예. 다른 것 같지만 은근 비슷한 면을 보이는 두 사람의 성격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 철진에게 향한 마음이 사랑이 아니라 집착과 스토킹이었던 미란과 자기 마음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도 아니면서 마치 자기 사람인 것처럼 행동했던 정민을 대하는 두 사람의 태도는 너무 닮았다. 어떤 사건 이후의 처리를 하는 방식마저 시원하게 비슷했다. 병적인 집착을 용서하는 게 아니라, 가만히 앉아서 희망고문을 하는 게 아니라, 적어도 인간적인 배려와 기본이 무엇인지 전달하려는 모습은 통쾌했다.

 

상사와 부하직원이면서 남편과 아내라는 비밀을 감춘 채로 하루를 보내는 두 사람의 긴장감은 볼만하다.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커밍아웃하게 만드는 조연들의 활약(?)도 흥미롭다. 특히 미란 씨. 내 것이 아닌데도 내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그 집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에휴, 안타깝구만. 정민 씨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지 않은 채로 마치 자기와의 인연이 정해진 것처럼 행동하는 거, 별로다. 솔직히 이건 현실에서도 종종 보곤 하는데, 옆에서 그러고 있으면 저절로 상대의 마음이 넘어올 거라는 계산은 별로다.

 

읽는 게 나쁘지는 않은 소설이나 한 가지 거북스러웠던 단어. '내 아내'라는 말. 철진이 인예와 대화하면서, 혹은 혼잣말 하면서, 문장의 끝에 붙이는 그 '내 아내'라는 말이 니글거려서 혼났다. 꼭 그렇게 불러야만 했니? 영화나 드라마 속의 온갖 느끼한 장면들이 계속 생각나서, 읽는 동안 몰입감 최고로 방해하던 요인이었다. 제발 그렇게 부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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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부터 비공개로 ‘절망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나 혼자 쓰고 나 혼자 보는 거다. 가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는 슬쩍 책 제목을 언급하며 주변 이웃에게 토로하기도 한다. ‘아, 진짜. 그 책 나랑 안 맞더라.' 하면서 말이다. 육두문자 섞인 욕을 대놓고 쓰지는 못하겠어서, 그 책이 왜 그렇게 별로였는지 혼자 적고 혼자 누르는 경우가 더 많긴 하지만. 그동안은 게을러서 아예 그런 목록 작성하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작성하고 싶더라. 누구에게 대놓고 전달할 것도 아니지만, ‘앞으로 이런 제목, 이런 표지, 이 작가의 글은 피해야겠다.’는 나만의 기억을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암튼, 기껏 골라서 읽은 책이 ‘절망’의 기분을 안겨준다는 게 슬퍼서 자꾸 곱씹게 된다. 가만 안두겠어! (이미 읽고 나서 기분 나쁜데 가만 안 두면 뭐 어쩌려고? 읽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기라도 하려고?)

 

곰곰 생각해보니, 사실 그런 느낌(별로였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책을 제대로 고르지 못해서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내 취향인가 하는 고민, 그 책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살펴보려고 하는 노력, 무슨 목적으로 그 책을 선택하려고 하는지 하는 확신이나 이유 같은 거를 확인하지 않은 채로, 특히 외형만 보고 골랐던 책에서 그런 느낌을 종종 받았던 것 같다. 책이 목적이 되지 않고 다른 이유가 책을 고르는 목적이 되어버리니, 그 책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것이 되어버린... 특히 책의 디자인, 책의 제목 때문에 골랐던 경우 후회할 때가 많았다. ‘어머, 이 표지 너무 예뻐!’라던가, ‘무슨 책의 제목이 이렇게 예쁠 수가 있지?’라는 듯한 호기심과 호들갑에 맞이했던 책들. 말하고 보니 모두 예쁘다는 이유로 골랐던 게 되어버렸네. 쩝~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외형을 무시할 수는 없는데, 어느 날 가슴을 파고 들어온 제목에 설렐 수밖에 없는데, 역시 사람이나 책이나 외형보다는 내면의 것이 중요하다는 것일까? 줌파 라히리의 두 번째 산문집 <책이 입은 옷>을 읽으면서, 책의 외형을 대하는 마음이 더 오락가락해졌다. 독자가 아닌 작가가 보는 책의 디자인을 대하는 자세를 듣고 보니 책의 외형을 무시할 수만은 없었던 거다.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또 이렇게 다른 느낌을 받는 건가 보다. 그동안 줌파 라히리의 작품을 펼친 적은 많았으나 완독한 적이 없어서 그녀의 작품이 어떤 느낌이라고 한마디로 말하는 건 어려웠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녀의 작품 분위기가 어떤 느낌일 것이다.’ 라는 추측은 가능하게 됐다. 시니컬하고, 담백하다. 뭔가 할 말 다하는 것 같지만 그것도 아닌 듯하다. 지나고 나서, '이런 말을 해야 했는데!'라고 머리 콩콩 찧어가며 후회하거나, 끝까지 말해도 관철될 수 없는 일에 양보하면서 속상해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의 말을 옆에서 듣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책의 표지 이야기를 하는 내내, 그녀가 그랬다. ^^

 

완벽한 표지는 뭘까? 존재하지 않는다. 표지 대부분은 우리의 옷처럼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표지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날짜가 새겨지고 난 뒤 특정한 시간 동안에만 사랑을 받는다. 시간이 흐르면 옛날 번역을 다시 번역해야 하듯 표지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바꿀 필요학 있다. 책에 활력을 주기 위해, 책을 좀 더 현실감 나게 하기 위해 새 표지를 입어야 한다. 새로워지지 않고 그대로 남는 것은 바로 원래 언어로 적혀진 오리지널 텍스트다. (책이 입은 옷 79페이지)

 

'책이 입은 옷'이라는 제목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단순히 책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특히 그녀가 자랄 때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작가로서 그녀가 책의 표지에 많은 관심과 애착을 두는 이유도 이해가 된다. 벵골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한 그녀가 자라면서 겪었을 많은 혼란이 그대로 드러난다. 보통의 미국 소녀처럼 입기 원했던 그녀에게 엄마는 인도 전통 의상을 강요했다. 엄마의 사고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미국에서 사는 인도 사람, 이방인으로 보였을 그녀가 학교나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모습으로 지내왔을지 저절로 그려진다. 때와 장소에 맞게 적당한 옷을 입어야 하는 일은 일상인데, 그녀에게는 그 '옷을 고른다.'는 고민이 계속됐다. 차라리 교복 같은 유니폼이 낫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 옷으로 남들이 보는 나를 생각한다. 옷과 책표지. 다르지만 닮은 두 가지를 작가는 참 맛깔나게 이야기한다.

 

내용에 걸맞은 표지는 내 말이 세상을 걸어가는 동안, 독자들과 만나러 가는 동안 내 말을 감싸주는 우아하고 따뜻하며 예쁜 외투 같다.

잘못된 표지는 거추장스럽고 숨 막히는 옷이다. 아니면 너무 작아 몸에 맞지 않는 스웨터다.

아름다운 표지는 기쁨을 준다. 내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이해해주는 느낌이다.

보기 흉한 표지는 날 싫어하는 적 같다. (책이 입은 옷 25페이지)

 

우리가 생각하는 책표지와 그녀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책표지의 의미는 닮았으나, 독자와 작가의 차이만큼 다른 점도 있더라. 예쁘고 책의 내용과 어울린다는 느낌이 드는 표지를 보면 만족스럽고, 책표지와 내용이 다른 느낌이어서 와 닿지 않는다는 마음에 서운하기도 한 건 독자의 마음이다. 내가 쓴 글의 많은 것을 표현해주는 이미지를 표지로 삼고 싶은 마음 간절하나 내 의견이 그대로 반영되지 못해서 포기해야 하거나, 생각지도 못하게 너무 만족스러운 표지를 만나는 건 작가의 기쁨인 것 정도의 차이. 둘을 모두 만족하게 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긴 하다. 어떨 때는 책표지가 충동구매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 글과 책표지가 하나의 길로 독자에게 가는 길은 꽤 어려운 듯하다.

 

<책이 입은 옷>은 작가의 글과 책표지가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 작가와 표지 디자이너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책표지와 예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작가의 생각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글 쓰는 과정이 꿈이라면 표지는 꿈에서 깨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그만큼 글과 표지의 만족도가 같아지는 게 어렵다고 생각된다. 동시에 작가는 글과 책표지를 자신의 성장 과정의 옷 입기와 연결하면서,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보게 되는 인식의 차이를 언급하기도 한다. 하나로 보이는 유니폼이어서 좋은 점, 또 그렇게 일률적이어서 찾기 어려운 차이점들을 생각한다. 특이한 것은 작가는 어렸을 적 도서관에서 봤던 '발가벗은 책'을 그리워하기도 하는데, 도서관 이용자들이 많이 공감할 듯하다. ^^ 내가 찾던 책이 비치 중인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결국 사서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데, 내가 착각한 거였다. 책표지가 있던 상태의 책 색깔만 생각하고 찾다가, 책표지가 벗겨진 채로 서가에 꽂힌 책을 못 본 거였다. 작가는, 자유롭게 책을 읽던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꺼낸 말이겠지만, 나는 나의 실수담으로 더 와 닿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도서관의 모든 책을 책표지를 입은 채로 비치해달라고 하면, 책의 비닐커버를 씌우는 또 한 번의 작업이 필요한 것 같아서 강력하게 요구하지는 못하겠던데, 그건 도서관만의 차이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 도서관은 본관 포함해서 5개의 도서관이 있는데, 같은 책도 어느 도서관에서는 커버를 벗기고 비치해놓고, 어느 도서관은 책표지 그대로 비닐커버 씌워서 비치해놨더라는. 각 도서관의 입고 담당자가 그렇게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많은 도서관의 책은 줌파 라히리가 말한 것처럼 옷을 벗은 책 상태로 비치되어 있을 거다.

 

표지의 역할과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완벽하게 만족하지 못할 감정을 떠올려본다. 작가가 말하는 책표지의 상업적인 역할도 충분히 공감한다. 표지가 책의 내용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지만, 아름다운 표지의 매력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는 것. 책과 표지가 말하는 게 달라 진실과 거짓이 대립할 수도 있기에 작가는 바란다. 표지가 자신의 책의 정신을 그대로 반영해주기를. 그렇게 서로 다른 두 정체성 사이에서 보는 책과 표지의 관계로 작가가 평생 겪어왔던 갈등을 연결하며 하는 이야기에 불편함은 없다. 다만, 앞으로도 그 갈등을 계속 확인하고 고민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우리의 운명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표지가 단순히 책의 의미나 내용을 반영하는 세상에 살지 않는다. 오늘날 표지는 책에서 또 다른 비중을 차지한다. 표지는 미적인 목적보다 상업적 목적이 더 크다. 표지가 책의 성공 혹은 실패를 결정한다. (책이 입은 옷 41페이지)

 

 

 

 

 

 

 

 

 

 

 

나는 이은규의 시집 <다정한 호칭>을 읽었으나 사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번에 마리몬드 콜라보 버전으로 나온 책표지가 예뻐서 사고 말았다. 나름대로 이유를 붙여가면서 말이다. '이미 읽었지만 굳이 사고 싶기도 했어, 가끔 생각나기도 했거든, 그런데 굳이 살 필요까지 있을까 고민하면서 사지 않았는데, 이번 표지는 너무 예쁘잖아, 그러니 이번에 사야 해, 원래 다시 읽고 싶었던 거잖아?!' 이런 마음으로 그 책을 사는 것에 후회나 충동구매보다는 기쁨과 만족을 끼워 넣었다. 절망의 리스트를 열심히 작성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표지의 상업적 목적에 충분히 빠져든 독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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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YZ의 비극 올블랙 한정판이 나왔다.

나 이거 읽고 싶었는데, 한 편도 못 읽어서 그냥 계속 궁금하기만 했는데,

이번 기회에 사서 읽어볼까 싶은...

예쁘게 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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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7-09-20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왜 최후의비극이 빠진거죠 결말때문에 비극시리즈를종결짓는 권인데

2017-09-20 16: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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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f657 2017-09-20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xyz만 유명한가.........최후의 비극은 시그마북스에서 한번 나오고 절판된후 다른곳에서 내내 xyz 만 나오다가 검은숲 출판사에서 엘러리퀸 전집에서 간신히 비극시리즈 마지막 드루리레인의 마지막 사건 최후의 비극편이 나왔는데 이번 합본편에서도 제외되었네요 페이지 문제로 제외한것인가.헐.......이번 합본판 최후의 비극편이 없어서 구매안합니다.
 

 

디큐브 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브로드웨이 42번가> R석 2매권 양도합니다.

http://www.d3art.co.kr/

디큐브아트센터 홈페이지

 

관람일자 : 9월 27일 오후 8시

 

만 7세 이상 관람 가능.

실물 관람권을 가지고 현장에서 좌석권과 교환해야 합니다.

관람 전, 최소 30분 전에 티켓 교환 완료해야 합니다.

(공영시간 1시간 30분 전부터 좌석권 교환 가능)

원하시는 분 계시면 제가 관람권 등기로 발송해드립니다. (등기 비용 제가 부담합니다.)

다음주 공연이라 시간이 별로 없어서

빠른 처리 위해 오늘 오후 3시까지만 댓글 및 배송정보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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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9 15: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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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9 15: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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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9 15: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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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9 15: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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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9 18: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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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9 18: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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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1 12: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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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2 1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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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공부지능 - 3세부터 13세 부모가 꼭 알아야 할 공부 잘하는 머리의 비밀
민성원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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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누구라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것, 이왕이면 공부 잘하는 아이로 자라주었으면 하는 것, 그 공부로 인해 내 아이의 미래가 좀 더 활짝 열리기를 바라는 것. 그래서 이런 책을 더욱 집중해서 선택하는 듯하다. 나는 아직 아이가 없지만, 조카들을 비롯해 주변의 많은 아이와 아이들의 부모님을 보고 있으면 언제가 화두에 오르는 공통적인 주제다. 아이의 지능과 관련하여 많은 책이 나오고 옳다고 여기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지만 늘 부족하다. 믿음을 두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알면서도 잘 행해지지 않은 습관 탓도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꾸 이런 부류의 책에 관심을 보낸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받아들이고, 또 시도하여 내 아이의 공부가 삶을 평온하게 해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공부지능'이라는 말이 낯설지는 않지만, 구체적인 것은 잘 몰랐다. IQ, EQ, 지능에 관련한 단어가 많지만, 공부지능이라는 단어는 저자가 적당한 의미로 고른 단어이다. 분위기로 보자면 EQ 쪽에 가깝다. IQ가 지능의 바탕이 되긴 하겠지만, 그 이외의 요인들이 아이의 공부에 미치는 영향을 적나라하게 전한다. IQ뿐만 아니라 창의력과 집중력, EQ까지 망라한 지능이다. 특히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부분은, 선천적인 부분보다는 후천적으로 개발하면 가능해지는 부분이 있더라는 말씀. 그러니 무심코 흘려듣거나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아이의 행동에 좀 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관심을 조금만 더 둔다면 내 아이의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길이 충분하다는 것을 저자가 전한다.

 

EBS <육아 학교> 공식 멘토 민성원이 전하는 우리 아이 지능개발 실전서다. 사실 나는 저자의 이름을 처음 들어봤는데, 주변 분들에게 물어보니 이미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라면 저자의 이름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아이의 공부 잘하는 머리가 어떤 비밀을 품고 있는지 알려준다고 하니 어느 부모인들 이 말을 흘려듣겠는가. (부모는 다 똑같다) 공부지능은 타고난 머리를 뛰어넘는다. IQ가 낮은데도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궁금해하는 부모라면 이 책을 정독하면 귀한 정보를 얻게 된다. 특히 3세부터 13세의 아이들에게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듯하다. 공부하는 모든 시간에 적용할 방법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기간이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말하는 걸 보니, 그 효과가 발휘되는 어느 정도의 기간이 분명 있는 듯하다.

 

'IQ가 낮아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으로 포문을 연 이 책은, 저자가 명명한 '공부지능'의 정의와 방법을 실천에 옮김으로써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증명하는 것으로 글을 맺는다. 타고난 머리가 부족해도 괜찮으니 후천적인 과정을 습득하게 해주는 것, 영재나 천재는 더는 찾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는 것도 공감한다. 아이의 양육과정이나 성장 환경이 아이의 공부지능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굳이 저자의 말이 아니어도 주변에서 자주 확인하곤 한다. 유전과 환경이 아이 성장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하지만, 후천적으로 작용하는 환경의 영향을 크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이뤄진 공부지능은 부모와 아이가 같이 하는 그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 미처 보지 못한 아이의 성향이나 잠재적인 가능치를 발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저자의 방식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이어지는데, 공부지능은 무조건 그 힘을 발휘하지는 않는다. 공부지능을 결정하는 '적기'와 '조기 교육'이 있다. 그 타이밍이 맞춰졌을 때 최고의 효과를 낸다. 영유아시기를 시작으로, 신체 능력이 골고루 발달하고, 언어, 모든 영역의 집중력, 추리와 논리력이 발달하는 시기로 진행한다. 그때마다 생활습관이 공부지능과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그렇게 공부지능은 발견, 반복, 강화, 실현의 순서로 진행하여 올바른 교육법으로 자리 잡는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 발견, 반복과정으로 아이는 공부의 자신감을 키우고, 인내심으로 계속 도전하는 아이를 응원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만나는 그 결과의 실현을 마주하는 일. 그런 기대감으로, 긍정적인 바람으로 이 시도와 노력을 계속하는 듯하다.

 

특히 챕터4와 챕터5를 눈여겨보게 되는데, IQ(인지능력)와 EQ(정서지능)가 공부지능과 어떤 협력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그러한 협력으로 어떤 효과를 이뤄내는지 설명한다. 암기는 노력으로 강화할 수 있으며, 어휘력은 모든 공부의 바탕이 되므로 국어 교과서를 어휘력의 강력한 교재로 활용하라는 것. (이 부분을 듣고 굳이 아이가 아닌 어른에게도 국어 교과서는 필요할 듯하다. 나부터도 짧은 어휘력에 절망할 때가 많으니...) 연산력과 공간지각력 등 학습 수준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그에 이어지는 정서 지능은 아이의 성적과 사회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아이의 EQ를 높여주기 위해서라도 부모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의 성장 시간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게 가정, 부모일 것이니까 말이다. 긍정적 자아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의 지인을 통해 증명했다. 특히 아이들의 EQ를 높여주는 습관 3가지를 듣고 놀랐다. 흔하게 들어왔고 어려울 것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인데, 살면서 생각해보니 그게 절대 쉽지 않았던 거다. 삶에서 중요하다고 여겼던 요소들을 저자는 공부지능의 협력자로 언급했던 거다. 기다리고, 감사하고, 경청하는 습관으로 아이의 EQ를 높여주라는 말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집중력, 창의력이 공부지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까지 설명하면서 마침표를 찍는 이 책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지침과 저자의 경험을 함께 언급하면서 신뢰도를 높인다. 문제를 찾고 답을 구해야 하는 것에 저자의 설명이 믿음을 준다. 뭐로 보나, 아이가 공부를 좋아하게 하는 것,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잘하게 할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 비결을 저자가 드러냈다. 차근차근, 저자의 설명을 밟고 따라가다 보면,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의 공부지능도 어느 정도의 효과를 드러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중요한 것은 이 공부지능의 큰 영향력을 받거나 노력의 지침으로 삼아야 할 대상은 우리의 아이겠지만, 그 아이에게 이러한 방법들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부모가 늘 함께한다고 생각하면, 같이 성장하는 시간을 만들어낼 거라는 것이다. '적기에 발달만 잘 시켜줘도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는 아이'의 행복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적기가 3세부터 13세까지다. 나이의 지능을 개발해주는 기초체력을 길러주는 일, 그 기초체력으로 무엇이든 가능하게 하는 인생을 만들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며 기쁨이다.

 

무엇보다, 아이를 향한 관심과 긍정의 시선은 그 '공부지능'의 발견과 발달을 위한 기본적이고도 훌륭한 시작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모가 아이의 행동과 생각에 올바른 판단을 했을 때, 공부지능의 최대 효과의 시작일 것이다. 내 아이의 지능 향상과 그 끝에서 마주할 행복의 시간을 이뤄내는 기적을 모든 부모가 맛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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