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환 - 1집 목소리
정승환 노래 / 지니(genie)뮤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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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에서 남자가 된 것처럼, 목소리가 그렇게 들린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고르는 노래도 딱이더만, 역시 듣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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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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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와 연결해서 읽어야 하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 자체로도 궁금증이 생긴다. 아픔이 지나고 난 자리에 깊게 박혀있을 게 뭔지, 그녀들의 삶에서 끌어올 행복과 확신이 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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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 다녀가신대
이주송 지음 / 하늘붕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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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 이렇게 사랑스럽고 이렇게 예쁜 이야기를 읽게 된 게 너무너무너무 기쁘다. 이렇게 웃기고 울리는 소담이 때문에, 아니, 소담이네 동네 사람들 때문에, 아니아니, 산타클로스를 데려오고야 말았던 사람들의 따뜻함 때문에 너무 좋아서 막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선물이란 건 예쁜 인형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공주처럼 샤랄라한 옷이 아니라, 돈이 아니라... 간절하게 바라는 것을 이루게 해달라는 것, 그게 가장 크고 멋지고 아름다운 선물인 거였다. 일 년에 딱 한 번, 산타클로스는 그 선물을 배달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거였다. 그런데 그걸 무시해? 똑바로 일 못 해? 근무태만이고만!!! 이리 와, 혼 좀 나야겠어!!!! 그래서 당신을 사기죄로 고소한다!!

 

 

 

뭇사람이 산타클로스의 죄를 말하길!

선물을 미끼 삼아, 울면 안 된다고 아이들을 을러댔으니 공갈협박죄요.

굴뚝을 통해 남의 집을 제집처럼 드나들었으니 주거침입죄요.

여권과 비자 없이 제멋대로 국경을 넘나들었으니 영공 침해와 밀입국죄라.

하지만 가장 큰 잘못은 착한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이를 지키지 않았으니! 그건 사기죄라!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매년 12월 24일만 되면 야간근무가 필수요, 상황에 따라서는 연장근무도 불사해야만 하는 노동자 산타클로스가 고소를 당했다. 그것도 일곱 살 소녀에게 말이다. 죄목이 뭐냐고? 사기죄다!! 일곱 살 소담이에게 거짓을 말한 죄가 어마어마해서 절대로 용서할 수가 없도다. 착한 일 하면 선물 들고 찾아온다고 해놓고 오지 않은 죄,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 준다고 은근 협박하여 울지도 못하게 한 죄, 무엇보다 크리스마스이브, 산타에게 선물을 받겠다고 간절하고 목이 빠져라 기다렸는데, 그날 하루를 위해 일 년 동안 울지 않고 착한 일 하며 그 긴 시간 기다리게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죄가 크더라 이 말이다.

 

 

일곱 살 소담이는 착한 아이다. 동네에서도 인사 잘한다고 소문이 났다. 유치원에서도 다른 아이들은 막 어질러놓고 그냥 가는데 소담이는 그걸 또 다 정리하고 간다. 집에서도 할머니 심부름을 잘한다. 집 안 청소도 소담이가 하려고 앞장선다. 할머니의 아픈 어깨에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안마도 톡톡톡 매일 해드린다. 주사를 맞을 때 아픈데도 참는다. 울면 안 돼,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울 거야, 라고 다짐하면서 눈물을 꾹 참는다. 오직 한 가지 소원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기 위해서다. 산타클로스가 주야장천 노래로 그 규칙을 정하지 않았던가! 우는 아이에겐 선물도 안 준다고 했다. 오늘 밤에 다녀가실 때 그걸 다 파악하고 선물을 주고 간다고 했다. 그러니 말 잘 들어야 한다. 착한 일 해야 한다. 절대 울어도 안 된다. 그래서 일 년 동안 열심히 노력했다. 산타클로스가 다녀가실 때 선물을 꼭 받을 수 있도록!!

 

 

그런데.... 그런데.... ㅠㅠ 산타클로스가 안 왔어~!!!!!!!!

이게 말이 돼? 일 년 동안 노력했단 말이야! 엄청나게 기다렸단 말이야! 받고 싶은 선물이 있었단 말이야! 하라는 대로 다 했잖아! 착한 일도 계속 했다고! 인사도 얼마나 잘했는지 알아? 울고 싶을 때 많았는데 울지도 않았어! 주사도 아팠는데 울지 않고 참았다고! 넘어져서 무릎에서 피가 났는데도 안 울었어! 왜냐고? 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때문이잖아~!!!!

 

 

소담이는 슬펐다.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데, 얼마나 노력하면서 기다렸는데 안 오신단 말인가? 오늘 밤에 다녀가신다고 하더니, 왜 안 다녀가신 거냐고요! 그래서 옥탑방 고시생 청달이 아저씨한테 부탁했다. 같이 경찰서에 가자고, 산타클로스를 데려다 달라고 말하자고... 휴우... 청달이는 그런 소담이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서 경찰서까지 끌려가기는 했으나, 차마 이 말도 안 되는(?) 고소를 할 수가 없어서 경찰서 문 앞에서 소담이와 승강이를 벌인다. 그에 억울한 소담이는 울고불고 난리가 나고, 청달이는 우는 소담이를 달래느라 힘들었던 그때, 사람들은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고, 경찰서 민원실 접수 직원은 말도 안 되는 일로 귀찮게 하지 말라며 소담이와 청달이를 내친다. 그 상황은 모두 동영상으로 촬영되고 TV에 나오기에 이른다. 사람들은 그 사태를 보고 동심을 몰라준다며 경찰서를 욕했고,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지 못한 소담이의 문제를 누가 해결해줘야 하는지 옥신각신하기 시작했다. 누구의 책임인지 묻기 시작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급기야 인터넷에는 소담이를 응원하는 팬카페가 생기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산타클로스의 문제를 논의한다. 그리고 청달이는 소담이의 변호인이 되어 산타클로스를 고소했다.

 

 

 

산타클로스~ 소담이의 얘기를 듣고 보니 당신은 문제가 많다. 그것도 아주 많다.

사람들은 못됐다며 산타를 욕했다. ‘선물을 주려면 기분 좋게 그냥 주지, 눈물을 흘리면 선물을 안 주겠다니, 어디 무서워서 울겠는가!’ 라며 협박죄를 적용했다. 또,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알고 있다고 했는데 도대체 무슨 수로 안다는 거지? 감시나 도청, 미행 등의 불법을 저질렀다는 건가? 그래서 산타에게 사생활 침해, 즉 비밀침해죄를 물었다. 그리고 오늘 밤에 다녀가신다고? 깊은 밤에 몰래 다녀가는 당신은 주거침입죄까지 저질렀던 것이다. 소담을 응원하는 카페의 마왕은 더 깊은 죄를 묻는다. 산타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데, 어떤 나라도 그에게 비자를 발급해준 적이 없다는 것!! 결국, 산타는 영공 침해와 밀입국을 일삼았다는데... 듣고 보니 참, 산타의 죄가 크다. 이렇게 많은 죄를 저지르고도 한 번도 붙잡히지 않았네? 인터폴은 뭐하는 것이여?

 

 

그래서 소담이의 고소 건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고? 고소장이 접수되었으니, 검찰로 넘어가고, 산타는 피의자가 되어 재판이 진행된다. 여러 증인이 출석하고, 왜 산타가 피의자가 되어야만 하는지 구구절절 읊는다.

“판사님, 소담이 나이 이제 겨우 일곱이에요. 그런데 그걸 다 참아냈어요. 그 정도 했으면 선물 받아야지요. 백번 양보해도 이번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잘못했네요. 제 생각은 그래요.” 동네 미장원 사장님도 이렇게 증언하지 않았는가. 판사의 판결 봉이 울릴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결론은 이미 났으니까. 산타가 잘못했네, 뭐. 늦었지만 이제라도 용서해줄 테니, 선물을 내놓으시라~~~~!!!!!

 

 

마지막의 반전 때문에 더는 이야기 못 하겠다. 사실 뻔한 예측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나는 정말 그런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줄 몰랐다. 산타의 사기죄가 그렇게 성립하고, 그렇게 재판이 진행되고, 그렇게 결말 내려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거다. 정말로 산타(?)가 잘못했다. 잘못해도 정말 많이 잘못했다. 사람들의 한결같은 마음이 표현될 때마다 웃음이 나서 낄낄거렸는데, 또 그 마음이 모여서 만들어낸 일들 때문에 막 울었다. 이 아이의 마음속에 들어갔다가 나왔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산타를 고소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산타가 피의자가 된 게 두루두루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사건이 없었다면 누군가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일조차 하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냥 커다란 인형 하나 머리맡에 놓아두고, 밤새 산타 할아버지가 다녀가셨대~ 라고 임무 수행하듯, 일 처리하듯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상기하게 하잖아. 일곱 살 아이가 떼를 쓰며 징징거리는 거로 생각했는데, 아 정말, 다 읽고 나서 나도 반성 많이 했단 말이야. 그까짓 크리스마스가 뭐라고, 선물 한 번 못 받는 게 뭐라고, 하면서 생각했던 순간에 고개를 푹 숙이고 미안해했다고... ㅠㅠ

 

 

항상 시끄럽고, 매일 싸우고, 늘어진 추리닝이 추레하게 보여도, 소중한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이니 못할 게 없는 거다. 세상에 기적을 일으키고야 말았던 사람들이 시끌시끌 모여 사는 그 동네는 어떤 모습일까. 환상의 나라를 여행하고 온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고, 그냥 판타지가 아니라 저기 골목 끝 어느 집에 소담이가 있을 것 같고... 이미 확 늙어버린, 선물을 받는 게 아니라 주는 처지가 되어버린 나이에 나도 커다란 양말 하나 걸어놓고 싶고, 막 그래. 콩닥거리는 로맨스소설을 읽을 때보다 더 마음이 간질거리고 설레고 두근거리고 그런다고. 영화관에서 힐링 영화 한 편 보고 나온 기분? 아, 뭐라고 말 못하겠어. 지금도 눈물 나고 웃음 나고 그래서, 막 이 책을 주변의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지고 그렇다니까!

 

 

 

이 책을 다 읽고 내가 처음 한 일은, 온라인으로 과자를 주문하고, 마트에 가서 수입 과자 몇 개 사고 음료수를 사는 거였다. 11월 말이었나? 군대에 있는 조카가 전화 왔을 때 과자가 먹고 싶다고 하기에, 군대 매점에 넘치는 게 군것질거리인데 그냥 사 먹으라고 했더니, 외부에서 반입된 과자가 먹고 싶다고 했다. 먹을 거에 집착하지 말고 군 복무나 열심히 하라고 구시렁거리면서 전화를 끊었는데, 아, 이 책을 읽고 나니 스무 살이 넘은 늙은 큰조카가 생각나는 거다. 안 되겠다. 명절에 받아놓고 버리지 않은 커다란 사과박스를 찾아내서 펼쳐놓고, 배송된 과자를 막 담았다. 커다란 박스 안에 과자와 음료수, 몇 가지 생필품을 넣어 택배로 보냈다. (아, 다 챙겨 넣고 보니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과자의 금액이 상당하다. ㅠㅠ) 그쪽 사서함에 도착했다는 알림문자가 오늘 도착했으니, 며칠 후에는 받겠지? 박스를 열고 포장을 하나하나 풀어놓고 흐뭇하게 사제 과자를 먹을 큰조카를 생각하니, 별것 아닌 과자 몇 개에 내 기분이 또 설레는 거다. 양말 걸어놓고 밤새 기다리는 마음이 그런 건지도 몰라. 아, 정말이지, 다음에 전화 오면 뭐라고 하지 말고 잘 들어줘야지. 보내달라고 하지 않아도 가끔은 먼저 챙겨서 보내줘야지. 그거 과자가 뭐라고, 그치?

 

 

다시 전화가 오면 ‘여보세요’가 아니라 이렇게 인사해야지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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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0 16: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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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0 10: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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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0 20: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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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3 1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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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3 23: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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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3 22: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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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hH
로랑 비네 지음, 이주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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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되 소설 같지 않고, 다큐멘터리라고 하기에는 마냥 무겁지 않음이 이 소설의 매력인 듯하다. 물론 나 같은 역사 문외한이 함부로 덤비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소설이기도 하다. 활자를 따라가면서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몰라 허둥대다가, 어느 지점에서는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행동에서 한 시대를 떠올리기도 한다. 사실인가? 아닌가? 사실 속에 집어넣은 소설적 설정은 늘 작가의 추측이라는 고백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니 이 소설은 소설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럴수록 제목 때문에 가졌던 호기심은, 어느새 아픈 역사의 이면에 빠지면서 누군가의 최후를 보게 한다. 당연한 죽음인가? 그런 최후를 맞이하는 게? 개운하다거나 당연한 벌을 받는 거라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그가 저지른 모든 일이 그의 죽음과 함께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므로. 그게 모든 세계, 오늘의 대한민국과 흡사하다고 생각하며 읽게 된다.

 

HHhH. '히믈러의 두뇌는 하이드리히(Himmlers Hirn heißt Heydrich)'의 약자라고 한다. 독일이 체코를 합병한 1938년. 히틀러는 독일 제3제국 보호령 체코 총독으로 SS(나치스 친위대)의 2인자인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를 임명한다. 보통은 히틀러를 더 기억하곤 하지만, 실제 유대인 대학살 정책의 주인공은 금발의 짐승이자 독일 제3제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로 불리던 하이드리히다. 그의 별명만 봐도 위험과 잔인함이 감지된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그 시대를 주무르고 있었는지 눈에 훤히 보일 지경이다. 하이드리히가 나치의 많은 비밀공작과 정보 정책을 주도한 뇌였던 거다. 언제까지 그럴 수 없음을 증명하고 싶었던 걸까. 체코 망명정부 베네시 대통령과 영국은 가브치크, 쿠비시를 포함한 낙하산병을 침투시켜 하이드리히 암살 계획(유인원 작전)을 실행하지만 완전하게 성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불완전한 암살시도는 곧 하이드리히의 사망으로 연결된다. 그때의 부상으로 그가 죽게 되니까. 소설의 마지막 부분이 안타까워, 잠시 이게 허구로 가득한 소설이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밀고자의 제보 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이겨내고 유인원 작전의 완벽함을 보았다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이 소설은 하이드리히의 사망을 보게 하는 여정을 참 느리고, 차분하게 서술한다. 제목만 보면 하이드리히가 이 소설의 주인공 같지만, 오히려 유인원 작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더 길게 보여준다. 상당히 아프고 잔인함이 넘치던 시절이었지만, 소설은 그 시절의 모습을 오히려 담담하게 읽게 한다. 전쟁이나 싸움을 동적으로 보게 하는 것보다, 어떤 술수나 계획, 어느 단계에 이르기 위한 그들의 움직임을 그린다. 의외였던 것은, 하이드리히가 주인공처럼 보였지만 실제 소설의 흐름은 유인원 작전을 배경에 있는 인물들이었다. 체코에 잠입하여 그들의 고통을 없애기 위한 청년들의 노력과 안타까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작가는 그 시대의 시간을 사실로 서술하되 자기의 생각 또한 담는다. 그때마다 이게 소설인가 실제인가 헷갈릴 수 있음을 방지하며 자기의 추측이라는 말을 항상 덧붙인다. 사실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마음과 드러나지 않은 마음을 상상하며 같이 읽고 싶은 마음을 저저는 알았던 건지도 모른다.

 

토대 소설이라고 해서 어떻게 전개되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막상 읽고 보니, 때로는 역사적 사실을 소설과 허구의 중간쯤에서 읽게 되는 흥미로움보다, 이 소설처럼 소설이지만 사실의 대부분을 그대로 읽게 하는 이야기가 자주 나왔으면 하고 바라게 한다. 실재 인물과 사건, 오디오와 속기 자료를 토대로 구성되었다고 하기에 더 사실에 다가간 기분이 들어서다. 이건 사실이구나 하는 판단으로 읽게 하면서, 혹시 독자의 호기심과 궁금증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저자는 자기 말을 덧붙이면서 공감을 구한다. '혹시 이러지는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같이 해보자는 의미처럼 들리기도 한다. 영화화되어 2017년 개봉이라니 영화까지 기대되는 건 당연하다.

 

새롭게 읽는 역사 소설이어서 그런지 분위기도 신선하고,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만나는 이런 느낌 괜찮더라. 묻히지 말고 드러나야 할 것들을 다시 접하는 자세도 경건해진다. '대량 학살을 무슨 과제 처리하듯 물건 정리하듯 저렇게 할 수 있나?' 묻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 이렇게도 잔인할 수 있구나 하는 하이드리히의 생각과 기획에 치를 떨면서도, 오늘을 사는 우리는 얼마나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묻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이드리히 같은 인물이 그 시대에 다 죽은 건 아니니까, 여전히 우리 삶에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고 있으니 말이다. 작가의 토대소설이라는 시도가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알아야 할 것들, 확인하고 지켜야 할 것들을 끊임없이 물으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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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에 폭설이 쏟아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하늘이다.

완전 잿빛.

흐리고 또 흐려서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지려고 하는...

 

 

 

 

 

 

 

 

 

조용조용하게, 하지만 큰 울림으로 읽힐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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