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심장을 바치다 심장을 바치다 1
찬연 / 동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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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런 집착이 있을까? 사실 나는, 로맨스소설 읽으면서 보이는 집착을 그다지 즐겨하지는 않는다. 내 기준에서 억지스러운 느낌도 강하게 있기도 하고, 그러한 집착이 보이는 광기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걸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예전에 내가 읽은 집착을 강하게 보이는 로맨스소설 몇 권은 그랬다. 그래서인지 강한 소재는 잘 읽게 되지 않았다. 이번에 만난 <심장을 바치다> 역시 그런 느낌이 강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했다. 맥락도 없이 등장하는 집착에, 마치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건 성관계밖에 없다는 듯이, 그게 모든 일의 해결과 마무리를 끌고 올 거로 예상했다. 읽어가다 보니 좀 후회가 되기도 한다. 읽기도 전에 내가 오해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세아가 유현을 자극하는 방법이었다. 억지로 못된 말을 하고, 그가 싫어하는 행동으로 화를 돋우는 일을 자처했다. 마음 속 말들은 그게 아니었는데,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모두 억지스러운 것들이었다. 유현이 듣고 화를 내기에 충분한 말들. 유현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는 세아를 아낀다. 세아의 재능(그림)을 사랑한다. 그녀에게 나는 물감 냄새가 머리를 아프게 하지만, 그것마저 그녀의 일부였으니 싫어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못되게 구는 건 세아나 유현이나 똑같다. 그런데 여기서 좀 다른 점은, 두 사람 각자 과거가 작용하는 현재의 모습이다. 세아는 고아다. 입양과 파양을 거듭 경험하면서 외로움에 싸여있다. 누군가에게 버려진다는 게 세상의 공포였다. 유현이 자기에게 접근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유현에게 버려질 날을 기다리는 게 싫다. 처음부터 악다구니 써가며 단 한 방울의 정도 그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리라 다짐한다. 유현은 세아를 본 순간 돌아가신 친엄마를 떠올린다. 닮았다. 분위기도, 외모도, 표정도. 세아에게 엄마를 봤다. 그가 상처 입은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느끼게 하는 여자였다. 그러니 그가 필요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세아를 이용하면 된다. 그것뿐이다. 엄마를 닮은 그녀가 그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올 필요는 없다.

 

두 사람은 무슨 관계일까. 세아는 그림을 그리고, 유현은 세아의 그림을 가지기로 한다. 세아의 생활을 유지시켜주는 게 그림의 대가이고. 그렇게 두 사람의 관계를 이어가던 중, 세아는 변한다. 그녀를 둘러싼 외로움을 표현한다. 유현에게 더는 현재의 관계를 이어갈 수 없다는 걸 느낀다. 그가 주는 마음을 보는 순간, 일방적으로 누가 누구를 보살피며(구체적으로는 돈으로 생활을 영위하게 해주는) 이어가는 지금이 싫다. 그와 어떤 관계로 이어가지 못할 지라도 현재의 모습으로 남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묻는다. 자기가 그린 그림 값이 어떻게 계산되어야 하는지를. 그녀가 가진 것이라고는 그림 그리는 재주밖에 없으니, 그 그림으로 그의 욕망을 채워주고 있으니, 이제 그녀에게 가진 것을 전제로 새로운 계산법이 필요했던 거다. 아, 그 순간. 이 여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 읽게 된다. 이 남자가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고 그녀를 봤으면 하고 기도하게 된다. 집착으로, 구속하듯 묶어놓는 게 아니라, 좀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는 두 사람이 되기를 말이다. 실제로 조금씩 변하는 모습으로 소설은 결말을 맞는다. 세아는 새로운 학교, 새로운 친구들로 삶에 웃음을 불어넣는다. 유현은 여전히 세아를 구속하지만, 그 구속의 모습이 피식거리게 할 만큼 힘을 잃었다는 게 안타깝지만, 뭐, 어때. 그렇게 좋아지는 두 사람의 표정을 보면 해피엔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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