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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보고서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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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나' 대신 '당신'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조금은 색다르게 그의 성장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자기의 모습을 한발 떨어져서 회고하고 싶었을까.

 

소년이 자라 청년으로, 작가로 자리하기까지의 이야기가 좀 남다르게 들려온다. 일단은 2인칭 시점으로 서술하는 게 그렇고, 다음으로는 특별할 것 없어 보였던 이야기에서 뭔가가 자꾸 솟아오르려고 하는 기운이 그렇다. 폴 오스터가 걸어온 그 시간의 궤적을 말하는 『내면 보고서』는 그의 유소년, 청년 시절의 시간을 걸으며 그 시절을 복원한다. 이제 와 몇십 년 전의 시간을 복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물을지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짐작한다. 그의 글과 그의 인생, 그의 사랑까지 이 복원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그의 아내가 된 연인과 주고받은 연애편지, 세상을 보는 그의 시선을 만든 체험들. 다소 두서없이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가 다시 불러오는 그 기억들은 우리가 몰랐던 그의 모습을 확인시켜주기도 하고, 그가 그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떠올릴 순간들의 흔적이기도 하다. 순수했던 모습, 작은 것에도 심장이 두근거렸던 생생함, 사물과 사물 사이의 연결고리를 그리기도 하고, 상상으로 만든 또 다른 세상을 살았던 것처럼 생명을 불어넣었던 시간.

 

전작 『겨울 일기』와 닮았다고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아직 『겨울 일기』를 읽지 못했다. 그저 오랜 시간 그의 작품에 대해 들어왔을 뿐이다. 여전히 읽으려고 시도하고 있고 읽다가 만 책들이 많아서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뭐라고 말할 자격이 없지만, 이 책 『내면 보고서』를 통해 뭔가 조금은 가까이 다가간 기분이다. 그가 전개하는 회상으로 어린 시절부터 계속되어 온 그의 내면의 흐름을 조금 맛본 듯하다. 어린 시절의 그와 지금 어른인 그가 완전히 같지는 않겠지만, 그 같음과는 별개로 변화하는 것까지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시간의 축적이, 다양한 경험이 그의 글과 그의 내면을 숨 쉬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작은 사람, 당신은 누구였나? 어떻게 당신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나? 당신이 생각할 수 있었다면 당신의 생각은 당신을 어디로 데리고 갔나? 오래된 이야기들을 파고들어 가서 찾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다 헤집어 보고 파편들을 들어 올려 빛에 비춰 보기로 하자. 그렇게 해보자. 한번 해보는 거다. (11페이지)

 

남들과 똑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특별하지도 않은 그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지는 독자라면 이 책을 펼쳐도 좋겠다. 그때부터 꾸준히 이어온 그의 역사에 좀 더 접근할 기회가 되어주니까. 너무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들이 대부분인데 오히려 그런 일들이 강한 여운을 남긴다. 우리의 기억을 더듬어 봐도 비슷한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과거의 시간을 역추적하면서 꺼내는 것들은 대개 그런 소소한 일상에서 일어난 것들이 많다. 개구쟁이 같은 모습, 순수해서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엿보이는 일,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실수마저도 모두 그를 이루는 것이 되어가는 것이니까.

 

순수해서 아름다운 소년 시절이나 불안하고 치열해서 애틋한 청년 시절까지의 이야기가 폴 오스터를 이해하는 걸 도와주고 설명하고 있다. 그가 본 영화로 철학적 사유에 이르기도 하고, 다양한 책을 접하며 많은 것을 이해하려 애쓰고, 많은 사람과의 교류는 그를 성장시킨다. 그의 아내와 주고받은 편지까지 더해져 인간, 남자 폴 오스터를 볼 수 있다. 이 한 권의 책이 그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는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그가 인간과 세상을 탐색하고 싶었던 갈증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듯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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