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공사 하시는 분들이, 비가 와서 오늘 작업은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하시면서 퇴근하셨다. 뭐, 일이 조금 늦어져도 일하시는 분들이 가시니 괜히 시간이 생긴 것 같은 느낌... 이때다 싶어 책 좀 읽어볼까 했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책을 읽지 않은지 며칠이 되었으니 지금 이런 순간은 새삼스럽지 않다. 다만, 눈으로는 책을 좇고 있으나 머릿속으로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무섭게도 활자조차도 들어오지 않는다. 보통 이런 경우는, 내용은 안 들어와도 기계처럼 활자라도 들어와야 하는 거 아닌가?
신간이 무수히도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도, 굳이 한번은 신간에 눈 돌리지 않고 이미 읽었던 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다. 바로, 지금.
새로운 책 읽기도 모자란 시간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찾고 싶었던 건지 왜인지, 굳이 예전 책을 다시 들춰보고 있다. 무심코 읽었던 책, 뜻밖의 느낌에 좋은 여운을 남겼던 책, 적어도 내 책장에서 방출하지는 않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책. 찬찬히 몇 권 남지 않은 책장을 살펴보다가 눈에 들어온 책이 한권 보인다...
어렵게 구해놓고 잠깐 잊고 있었다.
10년도 더 된 책이니 팔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읽고 싶어서 여기 저기 검색하다가 우연히 상태 좋은 책을 발견해서 득템했다. 물론 최상급은 아니어도 아직 중고로 판매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가격도 천차만별. 적당한 중고가격 같으면서도 정가의 두 배 이상인 것도 있는 걸 보면, 이 책을 나만 찾는 건 아닌가 보다. 수요는 많으나, 공급이 적으면 값은 또 오르기 마련... 이 세계도 역시 그런 것이겠지.
순간, 이 책을 한권 더 구입하고 싶다는 마음에, 중고시장이 아닌 출판사로 전화했다. 너무 오래된 책이긴 하나 그래도 출판사 창고 어딘가에 박혀 있는 때 묻은 책이라도 있을까 해서... (퇴근 시간 다 되어 전화 드려서 미안합니다...)
그런데! 재고 문의하려고 전화했다가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개정판 예정에 있단다. 올레~!!
편집자분과 잠깐 이야기하다가 알게 된 이 반가운 소식에 어쩔 줄 몰라 혼자 팔딱팔딱... 현재 가을쯤에 계획이 잡혀있고, 내용은 변동이 없으나 겉모습은 바뀔 것 같다는 말, 일정에 관련된 선생님(작가분)의 답변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일정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 하지만! 가을에 나온다는 것은 확정이라니... 얼마나 다행인가...!
담당자분께, 너무 읽고 싶었던 책이라 얼마 전에 어렵게 구해서 읽고 한 두 권쯤 더 구하고 싶어서 재고 문의한 건데, 개정판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살짝 서운하다고 말했다. 개정판 나올 줄 알았으면 예쁜 책 만날 시간을 좀 더 기다리는 건데, 기다리다, 기다리다, 얼마 전에 구한 거여서 좀 아쉽다고...
그랬더니 담당자분이, 개정판 나오면 구판이 더 귀해질 거라고 말씀하시면서 살짝 웃으신다. 나도 속으로 책테크라도 하면 될까 싶어, 혼자 웃었다. 어찌되었든 개정판이 나온다니 마냥 기다리는 그 두근거림이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 옆에서 통화하는 내용을 그대로 듣고 계시던 엄마가 하시는 말씀, “성질 급한 사람이 술값 먼저 낸다더니... 쯧~”
그러거나 말거나, 좋은 걸 어떡해... ^^
가끔 생각해보면 읽고 싶은 책이, 읽고 싶을 때, 더 이상 판매되지 않는 책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많이 속상하고, 안타깝고, 더 찾아서 꼭 읽어보고 싶은 간절함이 생긴다. 반대로, 없으니까 읽지 못한다는 마음에 급포기가 되면서, 항상 보관함 속에 머물러 있는 책으로 자리하게 되기 쉽다. 세상 돌아가는 게 다 그런 거니까 이해도 되긴 하지만, 안타까운 것도 사실...
황경신의 이 책을 득템했을 때가 생각난다...
금방 1쇄본이 품절되고, 더 이상 판매하지 않던 상태에서 증쇄했다는 기쁜 소식과 함께 2쇄본이 내 손에 들어왔다지.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모두에게 해피엔딩>은 구판 2쇄본이다. 지금은 새옷을 입고 예쁜 책으로 이렇게 자리하고 있는 모습에 혼자 흐뭇한 마음으로 푸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