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세계사 창비청소년문고 5
이영숙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사’라는 단어만 들어도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데, 학교 다닐 때 거의 6년 동안 이 단어를 어떻게 참고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 아마 거의 무시하고 살았기에 그 시간을 견디었는지도 모르겠고 그 덕분(?)에 세계사 시험은 늘 하위권에 머무는 기록을 세웠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나라의 역사를 포함해서 더 크게는 그 세계의 역사를 공부하고 알아간다는 건 역시나 쉬운 일도 아니었고 그저 재밌기만 한 일도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다. 근데, 이 책 참 가독성 있다. 나에게 정말로 싫다고 인식되어 왔던 그 이야기들이 이렇게 새롭게 다가오니 페이지가 저절로 넘어간다. 엄마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형식을 취한 이 책의 흐름은 그래서 더 편안한 느낌으로 부담감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우리가 식탁에서 거의 매일 보는 것 같은 재료들의 역사가 이 책 안에서 시작된다.
다양한 먹을거리로 만들어지는 감자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익숙하게 만다는 프렌치프라이, 엄마가 가끔 쪄주시는 간식인 찐 감자, 녹말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그 감자가 아일랜드의 역사 속에서 함께 해왔다는 사실. 요즘은 저염식으로 많이 음식을 해 먹지만 여전히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소금, 그 소금이 간디의 비폭력 저항과 함께 해 온 역사. 내가 변비 때문에 매일 아침 우유와 함께 갈아 마셨던 바나나와 간식으로 주로 먹던 빵. 한국 최초의 자유무역협정으로 이루어진 칠레와의 교류에서 빠질 수 없는 포도, 세계사의 한 획을 그은 아편전쟁까지 가져온 차. 그리고 후추와 돼지고기, 닭고기, 옥수수 등등.
매일 쉽게 볼 수 있는 음식과 재료들이 어떻게 세계사 속에서 함께 해왔는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라고 말했다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도 사실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불행한 삶을 살았던 여인이 아니었나 싶게 다른 모습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강대국이 힘을 발휘해 약소국의 많은 것들을 빼앗은 이야기, 계절이 다른 나라와의 지혜로운 교류, 껍질을 벗기고 먹으면 마냥 맛있게만 느껴졌던 바나나의 실체, 흔해빠진 값싼 농작물인 것 같은 옥수수가 점점 귀해진 자태를 자랑하는 모습, 뱃사람들의 괴혈병을 막아주었다는 후추의 힘까지.

 

아, 다 읽고 나서 보면 내가 매일 먹어왔던 그 모든 음식들이 그저 음식들로만 보이지 않을 것 같다. 때로는 잔인하고 때로는 거친, 강한 힘을 가진 나라들과 약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던 그 수많은 일들 사이에서 음식과 그 재료들이 가졌던 의미들이 같이 내 입 속으로 들어올 것만 같았다.

우리가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대하는 식탁, 그 위에 오르는 음식들을 통해 세계사의 한 부분들을 즐겁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새롭기도 했고 상당히 흥미로움으로 입맛을 돋우기도 했다. 냠냠, 쩝쩝, 후루룩후루룩. 이제 그 매일 먹는 음식들, 음식을 만드는 재료에 포함되는 향신료들, 빵이나 과일들 등등 그동안 내가 봐왔던 모습 그대로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 뭐랄까, 이 음식들이 그 세계사 속에서 참 많은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기억될 것 같다는. ^^
특히나 나처럼 역사와 세계사를 잘 알지 못하고, 알아가기도 전에 부담과 두려움으로 멀리 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천천히 이야기로 들리는 것 같은 이 책의 흐름이 그 부담을 확 줄여줄 것이니 편하게 첫 페이지를 넘겨도 좋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개인적인 바람은 이런 책이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을 것 같은 작은 바람이 있다. 의류나 신발, 술, 그림 등등 하나의 묶음으로 다시 들려오는 세계사 이야기 흥미로움으로 계속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 펼쳐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