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드 세트 - 전2권 - 가난한 성자들 조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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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가 시작되었을 때 가장 먼저 제목을 찾아봤다. 조드... 내가 접하기에는 낯선 단어였고 낯선 의미였다.
조드 : 유라시아 내륙 평원에서 일어나는 대재앙. 물이 부족한 건조지대에서 겨울철 가뭄과 추위가 겹치며 정점에 이르렀을 때, 유목민의 생명줄인 가축이 한꺼번에 수천 마리씩 죽어나가는 사태를 지칭한다. 섬나라나 해안에 인접해 있는 땅에서 맞이하는 기후적 재앙인 '쓰나미'와 정반대 개념.
안타깝게도 연재를 계속 보지는 못했다. 계속되는 이야기를 만나고픈 그 기다림은 사람 애간장을 타게 하니 빨리 종이책으로 만나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만을 뒤로 한 채 책이 출간되는 순간을 기다렸다지. 그러다가 체험판을 먼저 만났다. 딱 100페이지. 정말 맛보기다. (웃음)

시작...
100페이지 분량의 내용은 전설 같은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잿빛 눈을 가진 종족들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알랑고아가 달빛을 받아 낳은 아이, 강한 면을 보여주던 자무카, 그리고 칭기스칸의 토대가 된 소년 테무진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늑대 떼와 말들의 싸움에서 자무카와 테무진이 함께 하는 내용이 흥미로우면서도, 어느 역사의 시조를 이야기하듯 시작하면서 점점 상당히 거대하게 들려오는 분위기가 상당했다. 늑대 떼와의 싸움은 스케일이 큰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느낌이었고 낮은 파도 같지만 강하게 밀려올 것을 예감하는 듯한 분위기를 그려내고 있었다. 단순히 칭기스칸의 활약상만을 확대 해석하는 영웅서사시가 아니라 몽골 유목민족을 통일해 가면서 진정한 칸이 되어가는 이야기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드디어 서막이 울린 것이라고 보인다.

몽골...
더욱 이 책이 시작부터 계속되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이유는, 몽골이란 나라의 문화와 기후, 그리고 테무진이 자라서 보여줄 칭기즈칸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어린 추위, 젊은 추위, 늙은 추위라 표현하면서 급하게 파고드는 추위를 표현하는 방식도 특이했지만 전체적으로 작가가 있는 그대로의 몽골을 보여주고자 애쓴 흔적이 보인다. 몽골이란 나라의 특징에 대한 솔직한 표현들, 단어 하나 그대로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나 하는 것들, 마치 내가 몽골 그 곳에 서서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분위기가 이 소설에게 좀 더 다가가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칭기즈칸의 무대였던 몽골의 초원이나 정착민이 아닌 유목민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을 글로써 볼 수 있는 것은 상당히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작가가 오랜 시간 몽골에 대한 관심과 10개월간의 몽골 체류로 만들어낸 이야기는 그 생생함을 더해주기도 하는 듯하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이미 정착민이다. 그렇게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어딘가로 떠돌기를 원하는 삶을 역마살이 끼었다고 말하기 쉬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런 고정관념이나 생각들은 몽골의 유목민의 삶을 선뜻 쉽게 받아들이거나 이해하기는 어렵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들의 살아가는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오는 듯한 것도 사실이다. 작가가 직접 몽골에서 경험한 일상이었을 수도 있고, 들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이 바탕이 되어 그려지고 있는 이 이야기 『조드』는 조금 더 사실적으로 그곳의, 그들의 이야기가 들려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물론 소설이 만들어낸 허구는 분명 있을 테지만.) 소설이지만 음이 있는 노래로 들려오는 듯한 느낌으로 계속 읽어가려 한다.

칭기스칸... 그리고 테무진.
그동안에도 칭기스칸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있어왔지만 실제 이렇게 그 출처를 밝혀내듯이 시작되는 이야기를 나는 처음 만난 것 같다. ‘칭기스칸’이라는 그 단어에서부터 밀려오는 과격함과 무서움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그려지는 테무진은 굉장히 포용력 있는 지도자로 나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복선들이 있다. 상당히 괜찮은 인물로 그 활약이 그려질 것만 같다. 단순히 칭기스칸의 영웅적인 이야기만을 들려주는 것이 아닌 처음 시작부터 제대로 들려주고 싶었던 게 작가의 의도와 바람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을 갖게 한다.
12세기의 초원에 버려진 한 소년이 파란만장한 생존투쟁을 통해 당대 정착민들이 꿈꾸던 ‘가공된 유토피아’를 뒤집어버린 사실을 인류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람 테무진의 가치관이 ‘칭기스칸제국의 체제정신’과 다르다는 확신이 들어 이 소설을 썼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의 말'에서 보이는 의도대로 읽고자 한다. 그동안 보아왔던 많은 칭기스칸의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 김형수가 풀어내고자 하는 의미대로 그 칭기스칸을 읽어보고자 한다.

세 살배기 수컷들도 미끄러지는 고개 위에
세 마리의 노루가 끄는 짐을 버렸네
등자 소리가 나는 높은 고개 위에
네 마리의 노루가 끄는 짐을 버렸네
서리 낀 동굴을 집 삼고, 눈 더미를 이불 삼아
가죽신에 구멍이 나도록, 땀이 다 마르도록
(100페이지)

체험판은 이 노래로 100페이지가 끝이었다.
사람의 입맛을 들인 체험판을 기회로 결국은 종이책 세트를 구매해버렸다. 100페이지 그 이후가 너무 궁금해서 어쩔 수 없었다지. 이제 그 다음 이야기, 101페이지를 시작하려 한다.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인 듯하다. 그 초원에서의 일상들은 어떻게 계속 이어질 것인지를 지켜봐야할 것이겠지. 테무진은 어떤 삶을 거쳐 칸이 된 것인지, 책의 소제목인 ‘가난한 성자들’이란 문구는 왜 나온 것인지를 이제부터 제대로 확인해야 할 시간이다.

테무진은 천지사방에서 엄습하는 초원의 위험 앞에 전면 노출되어 하루하루를 연명했지만 도망자 신세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도 딱히 방법이 없으니, 언제나 침묵했고 날마다 고독했다. 제길, 운명은 하늘의 것, 간밤에도 그가 볼 수 없고 확인되지 않는 세상 밖에서 천 개의 별이 태어나고 천 개의 별이 죽는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79페이지)
아버지인 예수게이의 죽음 이후로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테무진이 그 유목민들을 통합하고 이끌어나갈 그 활약을 저절로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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