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무 숲의 겨울
오월 지음 / 청어람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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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같은 온도만큼으로 사랑하는 거, 그렇게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일... 

사랑이라 이름 붙여 놓고, 우리는 가끔 최선을 다하지 않거나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이해라는 요구를 한다. 사랑하니까, 한번만, 이해해 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다시 또 그러면, 다시 또 한번만, 그리고 영원히 안녕을 고하는 사람이 마치 자신을 버린 것처럼 만들어버리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가끔은 그런 착각 속에서 사랑이란 이름에 도금을 한다, 우리는... 

그 남자 강선우. 34세. 사진작가.
그의 애인 난형은 술을 좋아한다. 고주망태가 되어도 다음날은 안그럴께 미안하다는 한마디로 그리고 특유의 아양으로 선우를 한번 더 참게 한다. 결국 선우는 그 끝에서 난형에게 이별을 고하고, 또 마지막까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한다. 사랑이 뭐길래, 인간이 뭐길래...
그래도 이 남자, 적당한 온도로, 적당한 마음으로 다시 사랑을 하고 싶어한다.

그 여자 나세윤. 24세. 학생.
스무살 첫사랑의 정교수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고 유학을 떠난다. 서로가 사랑이었는데 정교수는 사랑이 아니란다. 세윤 혼자 자기를 홀린거란다. 세윤에게 사랑이라는 것의 나쁜 것만 남겨두고 떠난 사람인데, 더이상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이 여자, 다시 나타난 떨림의 대상에게 더없이 솔직한 사랑을 시작한다. 

딱 그 거리만큼 눈으로 보고 자로 잴 수 있는 어떤 수치처럼, 사람의 마음도 계산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어린 마음에 그랬겠지. 이 정도 나이를 먹고 보면, 사실 그게 얼마나 허무맹랑한 생각인지 더 말할 것도 없이 너무 잘 알게 된다. 그저 속상한 마음에 그렇게라도 생각을 하고 싶었나 보다. 사람이라는 대상에 대해 어느 정도만의 마음을 허용할 것인지 생각하고 정하고 그만큼만 보여주고 넘겨주고... 다시 그 끝이 해피엔딩이 아닌 이별이었을 경우의 수까지 다 계산을 마친 다음, 거두어들일 수 있을 것까지 계산을 끝낼 수 있으면 세상에 마냥 슬픈 이별은 없을 것이라고...

이 두 사람에게 과거의 사랑들은 어땠을까. 그 사랑이 끝나고나서 쿨하게 거두어들일 수 있을만큼의 마음이 또 남아있었을까...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하고 싶었으나, 돌아온 것은 실망을 안겨준 배신감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다시 시작한 사랑은 과거의 실패한 사랑에 대한 절망감이나 의심들이 아니었다. 지나간 사랑의 실패로 다시 한번 더 배운 것들을 이번 사랑에 적용시켰던 것. 그래서 그들의 노력은 이뻤고, 다시 또 이별이 다가온다고 해도 실망하거나 절망하는 걸로 그 마음을 끝낼 것 같지는 않다. 서로를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은 남겨두었으니까...

그리고, 그 믿음을 둘 사이의 감정을 쌓아가는 기본이 되었기에 두 사람은 더욱 지금 사랑에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 같다. 각자의 인생에 대한 계획과 진행을 하면서도, 서로에게 강요하지 않고 묵묵히 생각을 또 하게 되는 절차를 거쳐, 또 한번의 믿음이라는 정답을 내놓았다.
이야기니까 그런거 아니냐, 현실에서 그러는거 쉽지 않다, 누군가 한명의 포기를 강요하게 되는 건 인간이기에 다 그런 것이다...라고 부정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런 우리의 매마른 감정들에 조금은 단비 같은 물을 뿌려주지 않았을까, 새싹이 돋아나도록... 

잔잔한 분위기에 읽어가는 재미보다 느껴가는 재미가 더 컸다. 두 주인공의 평범한 성격과 설정들, 그리고 그 감정선의 연장... 누구나 한번은 겪어봤을지 모를 일들에 대한 생각에 그들의 감정을 더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여운까지...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꼭 사랑이 아닌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도) 무엇보다 믿음과 솔직함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살아가는 그 맛을 더 느끼게 되는 인생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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