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 - 빈민가 아이들에게 미래를 약속한 베네수엘라 음악 혁명
체피 보르사치니 지음, 김희경 옮김 / 푸른숲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음악에, 연주에, 오케스트라에 그들의 미래를 담다...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다른 미래를 만들기도 하고, 조금은 다른 사고방식을 담아주기도 하는... 사람에게 변화를 주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르침이 몇가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음악이 아닐까 싶다. 이 생각은 상당히 오랜시간동안 내가 해온 생각이기도 하지만, 다른이의 말을 들어봐도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는 것을 보면 아주 틀린 도구(?)는 아닌 듯 하다.

비오는 날에 들려오는 잔잔한 음악에 더욱 감성적이 되기도 하고, 주저앉고 싶을때 듣게 된 한곡의 힘찬 노래가사에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기도 했던... 완벽한게 한 사람을 치유하고 성장시킨다고 자신있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거기까지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렇지만, 한가지... 사람을 변화시키는 그 자체로 음악이 하는 역할은 충분하지 않을까...

베네수엘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나라 이름이 귀에 익숙한걸 보면 자주 들어본 나라이리라.
이 나라에서 시작된 음악의 향연, 엘 시스테마. 아는게 없으니 궁금할 수 밖에 없는데, 가장 큰 타이틀은 음악으로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빈민촌의 아이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선사해주는 일을 거침없이 해내고 있는 오케스트라... 그 시작을 알리던 멋진 한 사람이 여기에 있다.

삼십년쯤 전에 경제학자이자 음악가인 오세 안토니오 아브레우가 처음으로 국립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창립하면서 시작된 것이 지금의 이렇게 큰 규모로 많은 이들을 성장시키는 장치가 되었다. 흔히 베네수엘라는 남미 최대의 산유국이라 하지만, 또한 큰 빈부격차로 유명하기도 하다. 폭력이나 마약이 흔하게 아이들 사이에 돌고 있으며, 빈부의 격차가 만들어내는 빈민층이 많은...
그런 공간을 연주와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가난과 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해내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엘 시스테마...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시작이 조용하지만은 않았을텐데 그들은 해냈고, 이렇게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로 뻗어가는 연주로... 

엘 시스테마를 통해 성장한 아이들의 이야기와, 엘 시스테마가 더 넓게 퍼져나갈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돕고 참여한 사람들의 인터뷰, 그리고 엘 시스테마의 연주를 통한 역사가 담겨있는 이 책은 살아있는 증거이다. 음악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키고, 음악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구원하는 일이 가능한 것이며, 또한 암울한 과거는 지우고 희망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라고...

포기하고 싶었던 삶이었을지 모를 그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주고 꿈을 심어주었다. 그 아이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가장 많이 느낀점은 그 아이들에게 꿈이 있다는 부러움이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엘 시스테마를 통해 성장한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연주한다. 음악가가 되고 싶은 아이, 음악 이외의 또 다른 꿈을 가진 아이...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가 꾸는 꿈을 하나씩 이루어가게 만들어준 것이 이들의 연주이며, 이들을 이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며, 이 모든 것들을 포함하고 있는 엘 시스테마이다.

"연주하라, 그리고 싸워라( Play, and Fight)"가 모토가 되어 그들을 일으켜 세운 것처럼, 세상 모든 이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 이야기. 그들에게 탁월함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스스로 더 나아지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사람들과 환경들. 그 공간을 통해 그들이 배우는 것은 돈으로 따질 수 없을만큼 대단한 것일 것이 분명하기에... 

엘 시스테마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문득 우리나라에도 이런 계기가 될만한 일이 없을까 생각했다. 꼭 음악이 아니어도, 거리의 아이들에게, 방황하고 마음 잡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그들의 인생을 다시 설계할 어떤 중심을 심어줄 게 필요한데...
어느 잡지에서 봤던 대안학교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대안학교 하면 낙오된 아이들이 가는 곳 쯤으로 여기기 쉬운데, 그곳은 그게 아니었다. 동네 어른들 같은 선생님과 학교 안의 작은 텃밭에 직접 채소를 심고 가꾸면서 나누어 먹기도 하고, 공부를 하면서도 인간된 도리를 함께 배우는 공간이었다. 그 아이들에게 과거의 잘못들은 이제 치유의 흔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밖으로만 돌던 삶이 이제는 안의 중심이 되는 삶인 것이었다.  

엘 시스테마의 구조나 방식들이 사회의 어두운 많은 부분에서 발휘될 수 있는 힘으로 다시 거듭나길 바란다. 그곳에서의 성공이나 성장은 그걸 지켜보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동기일 수 있으니... 오케스트라를 통해서 '함께'라는 것을 배우고, 음악과 연주를 통해서 '꿈'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는 '자신감'을 동시에 키워준 그들의 노고에 또 한번 박수를 쳐주고 싶다.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것만큼 더 넓고 더 많은 이들의 시선 속에서 더욱 성장하기를...
더불어 아직 그 빛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더 밝게 비추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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