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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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서늘해지면서 여기저기 축제가 한창이다. 실내의 에어컨보다 자연의 바람과 꽃과 단풍을 찾아다니는 계절이 왔다. 연휴가 찾아오면서 평일 낮 시간대의 시내 도로가 막힐 정도인 걸 보니, 사람들이 어딘가로 계속 이동하고 있다는 걸 알겠더라. 이 많은 사람은 어디로, 누구와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러 가는 걸까. 굳이 찾아보려고 애쓰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어딘가에 쓰레기가 많이 쌓여 있다면, 바로 거기가 사람들이 다녀간 곳을 테니까 말이다. 인간의 역사가 쓰레기의 역사와 같다는 말이, 인간이 있는 곳에 늘 쓰레기가 있었다는 말이 증명되는 셈이다. 기후 위기를 강조하지 않아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번 여름이 그랬고, 몇 년 전 겨울의 혹독한 추위가 그랬다. 이제 우리나라의 봄과 가을은 있는 듯 없는 듯 스쳐 지나가고 있고,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산더미 같은 쓰레기가 남곤 했다. 쓰레기 산, 쓰레기 해변, 쓰레기 섬 같은 말이 주는 공포는 이제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럼, 이 쓰레기들은 어디에서 왔고, 언제부터 쌓이기 시작했을까?


이 책이 말하는 쓰레기의 역사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문명과 과학의 발달로 인간이 편해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을 활용하고, 그때부터 당연하게 인간 주변의 쓰레기가 늘어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쓰레기의 역사는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거의 기원전 1만 년에서 기원전 6천 년 사이에,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 쌓이는 쓰레기와 마주했다. 매일 버릴 게 생기고, 사람들은 나름대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했다. 구덩이를 파서 묻거나, 그냥 집 밖으로 던져버리거나. 그냥 내 눈에서 안 보이면 쓰레기 문제는 더는 문제가 아닌 게 되는가 보다. 중세에서 넘어오던 시대에도 쓰레기를 계속 배출됐다. 특히 가축의 배설물 처리는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그때뿐만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산업화 도시화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보다 구체적인 쓰레기 처리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도시에서 떨어진 곳으로, 폐기물을 어떻게 내보내야 하는지 의논했다. , 이 폐기물을 단순히 버리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활용하는 대안까지 생각했다. 쓰레기의 내용물만 살짝 다를 뿐, 오늘날 우리가 고민하는 쓰레기 문제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특히 2차 세계 대전 후에 쓰레기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그 증가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 쓰레기를 처리할 획기적인 방안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20년 안에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가 거의 두 배(지금보다 거의 75% 이상)에 가깝게 늘어날 거라고 경고한다. 처음에는 쓰레기가 재활용할 수 있는 상태이기도 했고 지금처럼 처리 불가능할 정도로 많지 않았기에 심각성을 몰랐다. 가축의 배설물을 농사에 이용하기도 하고, 옷이나 물건 등이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면서 재활용의 의미가 있었다고 하니, 여러 의미로 순환되면서 감당 못 할 정도는 아니었던 듯하다. 그러던 게 산업화되면서 전혀 다른 문제가 되었다. 세상은 풍요로워졌고, 인간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제품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필요한 것을 다 갖추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물건이 필요했고, 남아도는 물건들을 처리할 방법을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쓰레기는 갑자기 너무 많이 늘어났고, 생명체의 배설물은 농사에 더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었다. 화학비료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요즘 엄마가 자주 돌보는 작은 텃밭에서도 여러 가지 비료와 거름, 농작물을 해치는 벌레를 물리치기 위한 농약 등이 쓰이는 걸 보니, 진짜 인류의 시작과 다른 세상이 되었다는 게 그대로 느껴진다.


인간이 풍요로워지자 쓰레기도 엄청나게 늘었고,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오늘날 쓰레기 문제의 대표로 느껴질 정도의 플라스틱은 심각하다. 기후 위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플라스틱은, 생산되고 처리되는 모든 순간에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하는데, 올여름 내가 기절할 것처럼 느낀 더위는 플라스틱 때문인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만.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기후 문제가 비단 플라스틱 하나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플라스틱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건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면, 우리가 배운 플라스틱 재활용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것도 요즘 의심스럽기는 하다. 며칠 전 봤던 뉴스 보도에서, 우리가 수십 년 동안 분리수거하면서 기대했던 플라스틱 재활용이 사기극이라는 말을 듣고 무서워졌다. 정말 어느 기업의 거짓말인지, 아니면 진짜 조금이라도 재활용이 되고 있어서 기후 위기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해도 좋은 건지... 플라스틱이든 다른 쓰레기의 재활용이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기술적 대처와 비용 문제가 뒤따른다. 특히 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쓰레기 처리와 재활용 문제의 어려움은 지속되지 않을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내 눈에 안 보인다고 쓰레기가 사라진 게 아니다. 각 국가는 자기 나라의 쓰레기를 나라 밖으로, 식민지로 이용하는 국가로, 저개발국가로 떠넘긴다. 바다 위 쓰레기 섬이 만들어지는 게 새삼스럽지 않을 일인데, 사실 현재 보이는 쓰레기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아직 없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이런 문제는 우리가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로 남겨두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어떤 방법이 없어서 간단히 설명할 수 없어서 특별하게 언급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소비와 생산을 줄이면 괜찮아질까? 어떤 방법이 있을까? 단순한 머리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봐도 딱히 개운한 방안을 떠올리지는 못하겠다. 날씨가 추워지니 예쁜 텀블러 하나 마련해볼까 생각하다가, 지난번에 환경 전문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일회용품 줄이겠다고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건 좋지만, 예쁘다고 텀블러 이거 사고 저거 사고 그럴 바에는 그냥 일회용 종이컵을 쓰라고 하더라. 텀블러 하나가 소비될 때마다 얼마나 환경이 오염될지 생각해 보라고. 그랬다. 내가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텀블러 하나면 족한 것 같다. 이게 망가지고 더 사용할 수 없어지면, 그때 하나 마련해도 된다.


쓰레기 문제의 개선과 방안을 위해서 다양한 해결책을 전해주는 책은 아니다. 쓰레기의 시작과 과정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는 것을 들려주면서, 우리 생활의 변화가 쓰레기의 변화까지 같이 흐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문제의 다양한 접근법이 있겠지만, 현재 우리가 직면한 쓰레기 문제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보다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위해 많은 전문가의 의견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겠지만, 그 가운데 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면서 사는 것이 또 나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내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소비, 그거면 되지 않을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정도인 것 같아서 아쉽지만, 오늘도 쇼핑몰을 기웃거리며 가을옷 마련을 향한 갈증은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게 이 책을 읽고 난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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