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심장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1
조지프 콘래드 지음, 황유원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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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인 는 동료들과 함께 말로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말로가 꺼내는 어떤 모험을 끝까지 듣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는 거의 없는 그들 중 한 명이다. 말로는 다양한 지역을 항해했던 선원이었고, 그의 간절한 바람 중 하나는 콩고에 가보는 것이었다. 말로는 어린 시절부터 지도 보기를 좋아하면서 세계 여행을 꿈꾸었고, 거대한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듯한 모습의 콩고에 매료되었다. 이번 항해는 콩고를 향하는 증기선 선장이 되어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여정을 하게 된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설레면서도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불길한 기운이 그를 둘러싸여 있다. 같이 항해하는 선원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건, 이 항해가 절대 순탄하지 않을 거라는 경고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바라던 콩고를 향한 마음을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출항하고 거의 한 달이 지난 후, 말로의 배는 콩고에 도착하지만, 그가 도착한 곳은 콩고강 하구였다. 그가 가야 할 곳은 콩고강 상류여서, 한참을 더 가야 하는 그는 작은 기선으로 갈아타고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가 도착하고 난 후 보게 된 것은 예상 밖의 광경이었다. 문명화 작업이 한창이었고, 철도 건설은 제대로 되는 건지도 모르게 열악했다. 가장 끔찍했던 건, 쇠사슬에 묶인 흑인이 노예처럼 강제 노동을 하고 있던 거였다. 이곳을 지배하는 이들이 정한 말도 안 되는 법을 어긴 죄로 끌려온 이들이 여기를 벗어날 방법은 없는 걸까. 많은 흑인이 죽어 있었고, 겨우 목숨이 붙은 채로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다. 이 참혹한 광경에 놀라는 것도 잠깐, 그는 목적지로 향해 가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 광경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드는 그였다. 그도 항상 떳떳하게 살아왔던 건 아니었고, 인간이 욕망을 품으면 이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혹시 이건 악마의 장난인 걸까? 그게 아니라면 이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이가 있을까? 말로가 관리자를 만나 서류 업무를 확인하면서 커츠라는 인물에 대해 듣게 된다.


커츠그는 누구인가. 콩고강 상류에 위치한 교역지의 관리자로 남들보다 몇 배의 상아를 보내는 인물이다. 굉장히 업무 수완이 좋은 인물인가. 요즘 그의 행방이 묘연하다면서 그의 생사 확인과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닌지 확인하는 게 말로의 첫 임무가 된다. 그리고 말로는 이 회사의 관리자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걸 알지만 모른 척한다. 그렇게 커츠를 찾으러 가는 길, 점점 지금과 다른 시대로 진입하는 느낌이 들고, 커츠가 있다는 곳에 도착했을 때는 원주민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은 곳에서 커츠를 만났으나, 오히려 커츠는 무덤덤했다. 열병으로 죽어가는 그가 더는 바라는 삶이 없게 된 것인지 왜인지, 같이 떠나자고 하는 손을 붙잡지 않다가 다시 배에 오른다. 돌아가는 길의 배 안에서 커츠는 사망하고, 벨기에로 돌아간 말로는 커츠의 약혼녀를 만나러 간다.


어떤 이야기 한 편을 꽤 오래 듣고 있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 이야기 곳곳에서 인간의 욕망과 나는 그 욕망을 모른 척하고 살아갈 수 있는지 수도 없이 묻게 된다. 콩고 강에 도착해서 말로가 본 광경들,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며 살아가는 게 잘못된 거라고 여길 것 같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말로가 만난 커츠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며 그곳을 지배하듯 살아왔지만, 정작 내가 그곳에서 커츠로 살았다면 다른 모습으로 그들의 문화에 동화되어 살아갈 수 있었을지 말할 수 없었다. 말로 그 자신은 아닐 거로 자신만만했을지 모르겠지만, 회사 관리자의 비리를 보고 모른 척하고 지나가며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게 인간이다. 그런데도 말로가 마냥 바닥인 인성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건,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취한 행동이라고 해야 할까. 그가 마지막에 알게 된 진실(?), 인간이 저지를 수 없다고 여긴 악행을 세상에 알린 일이다.


'당신은 파멸하고 말 겁니다' 나는 말했어. '완전히 파멸하고 말 거라고요' , 때로 번뜩이는 영감 같은 게 찾아올 때가 있잖나. 나는 옳은 말을 했던 셈인데, 물로 그 시점에, 우리의, 앞으로 지속될, 심지어 끝까지 지속될, 끝나고 나서도 지속될 친밀함의 주춧돌이 놓이던 바로 그때 그는 이미 더는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긴 했지만 말일세. (156~157페이지)


읽으면서 괜히 더 궁금해지는 건 커츠였다. 회사에서는 엄청난 양의 상아를 보급하던 그가 소식이 없자 당연히 찾아나서야 했고, 정작 커츠의 업무 수완을 확인하게 됐을 때는 잔인하기 그지없는 인물일 뿐이었다. 자기 삶의 터전을 공격 받은 건 원주민이고 침입자는 외부인들인데, 침략자에게 착취당하고 희생당하면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약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힘을 가하게 되는 무자비함이라니. 엉터리로 된 물건을 팔고 뒷수습은 나 몰라라 하는 영업왕을 보는 기분이랄까. 그가 보여준 결과만을 보고 우러러 보는 인간들의 잘못된 눈은 어디에서 씻어줘야 하는지, 그런 커츠를 따르며 숭배하는 이들은 또 어떤 지옥을 만들려고 그러는지 한탄스러웠다. 말로의 말처럼, 이곳이 지옥이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다른 출판사의 판본으로 가지고 있지만 읽다가 말았고, 이번에 조지프 콘래드 사망 100주기 기념판으로 나온 작품으로 읽게 되었다. 마냥 편하고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닌 것 같지만, 어느 정도 분량을 넘어가면 어둠의 심장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 원작으로도 유명하다는데, 영상으로 옮겨진 이 작품의 매력은 또 어떨지 궁금하다. 이 소설 말고도, 저자 조지프 콘래드가 콩고의 경험담을 살린 다른 작품도 있다고 하니 더 찾아서 읽어도 좋을 듯하다. 문명과 야만의 구분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아니, 굳이 문명과 야만을 구분 지어야만 하는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누군가에게는 오랜 원시생활로 이어져 온 그들의 생활 방식이면서 문화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변해가는 세상을 환영하면서 살아가면 그만일 뿐일지도 모른다. 어느 선을 넘어 가면서 타인의 방식에 참견하고 우위에 있으려고 하는, 인간의 욕망이 문제라면 문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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