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의 정석 - 당신의 후반부 인생을 지탱해 줄 4개의 기둥
문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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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봤다. 그저 밥벌이니까, 싫어도 해야 하니까 하는 마음으로, 많은 사람의 생계와 직업은 그런 의미를 많이 차지한다고 여겼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일 수 있겠지만, 저자가 인생의 후반부에 특히 강조하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소득 창출을 꾀하라는 말을 듣고 이게 정말 중요한 문제구나 싶더라. 알고 있었지만 우선순위에 둘 수 없던 현실의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느라 깊이 고민할 겨를이 없는 게, 우리들 대부분의 인생살이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도 어차피 인생 후반전의 제대로 된 레이스를 해야 한다면 저자의 조언을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살면서 돈은 필요하다. 은퇴를 걱정하는 이유도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거다. 저자는 은퇴 준비를 하면서 확인해야 4가지인 돈과 놀이, 건강과 관계를 강조한다. 돈이 없으면 일상을 누릴 수 없으니 삶의 질을 따질 겨를이 없을 테고, 돈이 아무리 많아도 건강하지 않다면 의미 없는 삶이다. 일만 하다가 여유를 즐길 관심사가 없다면 인생이 재미가 없을 거고, 나 혼자 살아갈 수 없으니 타인과의 관계가 나쁘다면 혼자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너무도 옳은 말인데, 이게 어려워서 모든 삶을 통틀어서 고민하는 큰 주제가 아닐까 한다. 이 문제는 은퇴 후가 아니더라도, 어느 나이에서나 고민하게 일 아니던가. 그런데 저자의 말을 듣고 보니, 나이 들어 살면서 이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다. 젊었을 때 모를 감정의 문제까지 섞어 들면, 노년의 삶은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으니, 노후 준비는 더 탄탄하게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각자의 사정과 형편으로 누구나 똑같이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저자의 조언대로, 4가지에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하면서 준비해야 한다. 가장 먼저는 돈이다. 누구나 알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방식을 저자에게 다시 듣는 기분이다. 기분 내키는 대로 쓰는 게 아니라, 상황 판단과 알맞은 지출로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현재의 경제 상태, 소비 습관 등을 확인하면서 조절하는 게 시작이다. 혹시 자산이 아니라 빚이 있다면, 이 빚을 해결하면서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내가 가진 돈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지금 가진 것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내 몸의 변화를 스스로 느낀다. 나이라는 숫자가 늘어가면서, 나의 몸도 달라진다. 기억력을 시작으로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기도 하고, 건강 챙긴다고 하는데 성인병이 늘어나기도 한다. 분명 이 상태가 되기 전에 전조증상이 있었을 거다. 내 몸이 보내는 어떤 신호가 있었을 텐데,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방치해서 지금에 이른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 좋은 음식, 좋은 약 많겠지만, 무엇보다 기본 식습관을 유지하면서도 운동이 빠진 일상은 위험하다. 이미 아는 얘기라고 말하겠지만, 재차 강조해야 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기에 또 듣게 된다고 말하고 싶다. 알면서 못 하는 시간이 대부분이기에, 이렇게나마 잔소리(?)를 들으면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도 품어본다.


놀이라고 하니까 어디 놀러 다니는 거 생각할 수도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단순히 직장에 다니지 않는다고, 생계를 위한 밥벌이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스트레스가 없는 건 아니다. 일상의 곳곳에서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일들은 생기기 마련이고, 하루의 고단함을 늘 있다. 노후의 시간은 거기에 우울감과 불안함까지 얹어지니 더 즐겁고 정신적인 피로를 풀어주어야 한다. 인생의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일을 하지 않게 되면 이 우울감은 더 심각해진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많은 어르신들이 손에서 일을 놓게 되면서 무료함을 보이곤 했다. 바쁘면 바쁜 대로 몸이 힘들지만, 이제 더는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바쁜 게 더 즐거웠다고 말할 정도다. 내가 좋아하는 놀이, 즐겁게 시간 보낼 수 있는 일 찾아가면서 일상의 피곤함을 날릴 수 있는 창구로 삼아야 한다.


관계의 문제는 또 어떤가. 엄마는 노인일자리 참여하시는데, 당연한 듯 가시면서도 툴툴거린다. 같은 구역에서 일하는 한 아주머니와 성격이 정말 맞지 않아서 맨날 티격태격하신다고. 그만큼 살아오셨으니 자기와 맞지 않는 사람 여럿 봤을 테고, 이 정도면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무던해질 것 같은데, 그것도 아닌가 보다. 이렇게 관계에 어긋나는 경우가 생기면 마음의 병도 생기기 마련이라, 그 사람에 큰 의미를 두지 마시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어디 그게 쉬운 일일까. 저자가 노년의 삶에 필요한 4가지를 언급하면서 관계의 문제를 넣은 이유도 알 것 같다. 인간관계는 우리가 나이 들었다고 피해 갈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죽는 순간까지 우리가 신경 쓰면서 살아가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 든다. 부부 문제도 조언했는데, 이 부분은 지금 내가 들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배우자에게 무관심해지는 순간을 조심해야겠다는 다짐, 상대가 나를 배려하는 만큼 나도 상대의 의견과 마음을 존중해야 한다는 반성을 하는 중이다.


책 제목이 은퇴의 정석인데, 듣고 보면 그냥 우리 사는 동안 계속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문제들이다. 그게 노년에 다다를 때 더 큰 문제로 다가올 수 있기에, 더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는 과제로 받아들여야겠다. 개인이 바꾸거나 어길 수 없는 규칙이 있다면, 이는 그렇게 정해진 사회 안에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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