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은 늙은 아이들이란다 I LOVE 그림책
엘리자베스 브라미 지음, 오렐리 귈르리 그림, 김헤니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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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면 애가 된다.’라는 말을, 완전하지 못하고 실수도 잦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해해야 한다는 말로 생각했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 말에 꼭 한마디 덧붙인다. ‘애는 귀엽기라도 하지!’ 그 말에 또 살짝, 무슨 말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또 들고. 그러니까 귀여운 아이라고 생각하며 이해할 수 있는 것도, 늙은 모습에 실수하는 건 귀엽지 않으니까 밉다는, 뭐 그런 마음일까?


요즘 엄마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물건 하나 주문해달라고 해도 뭐가 그리 요구하는 게 많고 거슬리는 게 많은지, 그렇게 까탈스럽게 할 거면 그냥 사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적도 여러 번이다. 그 순간 뜨끔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 역시 엄마보다 젊은 나이이지만, 물건 하나 구매하는데 하는 행동이나 생각은 엄마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ㅠㅠ 아, 아직 노인이 아닌 나도 늙으면, 지금과 같은 행동을 했을 때 밉게 보이려나 싶은 생각이 들면 우울해진다. 어디에 소속되거나 존재감을 느끼지 못할 때 찾아오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서 말이다.


노인복지 관련된 영상을 보다가 이 책이 언급되어서 찾아봤는데, 나이 듦을 공감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기본이고, 노인의 말과 행동을 더 깊게 잘 이해하게 하는 그림책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들. ‘노인들은 모두 머리가 하얗게 세거나 완전히 대머리가 되기도 하지.’ 대화하듯 이어지는 문장에는 게다가 우리는 이제 치아가 없어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종종 쩔거덕거리는 하얀 틀니를 끼고 견뎌야 한단다. 무척 불편하고 재미없는 일이야.’라는 말로 앞선 문장을 설명하듯 말한다. 치아가 없어서 틀니를 끼워야 하고, 음식 먹을 때마다 틀니가 움직일 수도 있고, 잇몸과 틀니 사이에 끼는 음식물들을 씻어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과 불편함을,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비단 불편함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지금 이런 내 모습이, 내가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왔을까 하는 마음이 들면 한없이 울적해지기도 할 거다. 가끔 어떤 상황에서 젊은 사람이 노인의 말과 행동에 틀딱이라고 조롱하며 무시하는 때도 봤다. 물론 나이 먹고 어른답지 못한 사람이 있긴 하지만, 단지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많은 것에서 배제하고 우습게 여기는 것도 문제이지 않을까.


누구나 부모를 잃는다. 우리의 부모가 그랬고, 내가 그렇게 될 것이다. ‘그래도 자식이 있는 노인들은 부모로 살아가거나, 조부모가 되기도 해.’라는 말을 들으면 뭔가 잘 채워지는 가족 관계가 이어질 것만 같다. 자식이 있는 노인들은 시간이 나면찾아오는 아이들을 애타게 기다린다는 말을 계속 생각했다. 그마저도 자주 오지 않으니 이런 만남이 결코 충분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없는 시간 쪼개서 시골에 가고, 한 번 더 통화하며 안부를 묻는 것을 무슨 생색내듯 생각한 적도 있다. 각자의 일상을 살다 보면, 바로 코앞에 살아도 찾아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여겼으니까. 굳이 명절에 시골에 가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하는 이유로 남편과 싸우기도 했다. 이제 나도 늙어가고, 엄마는 혼자 계시고, 여전히 일상은 바쁘지만 챙겨야 할 목록에 늙은 부모가 당연하게 자리했다. 남편에게는 형제가 없고, 우리 부부에게는 자식이 없다. 언젠가는 나와 연관된 모든 가족 관계가 끝날 테지. 그때는 어떤 기분일까. 애타게 기다릴 자식이 없으니까 가끔 찾아오는 자식에게 느끼는 서운함도 없으니 나쁠 것도 없지, 라고만 생각하기에는 머릿속이 복잡하다.


노인의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서 더 의미 있는 책이기도 하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인이 버텨 내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하지만, 어떤 노인은 다른 이의 도움을 반기지 않기도 한다. 때로는 자기 삶에 불평불만을 쏟아내며 시간을 보내는 노인도 있지만, 많이 웃으면서 살아가는 노인들의 눈가에 예쁜 햇살 같은 주름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나이에 비례해서 얼굴에 담아내는 주름의 아름다움을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이 말이 가슴에 꽂힌다. 인상만 쓰다가 박제되어버린 사나운 주름이 아니라, 나도 많이 웃고 행복하게 늙어가는 예쁜 주름을 갖고 싶어진다. 그러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하는 고민이 덧대어지는 이야기에, 이 짧은 표현들에 울컥해지기도 한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이 세월의 흔적과 인생의 끝부분에 닿았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면서도, 감히 어떤 모습도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만이 정답인가 싶어서.


생일을 축하하는 일도, 지나온 세월을 추억하는 일도, 늦은 나이에 찾아온 사랑을 하는 것도 다른 나이의 사람과 다르지 않음을 얘기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여행을 가고,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두는 것도 똑같다. 그러면서 더 나이가 들고 몸이 내 말을 듣지 않는 순간이 오면 어딘가로 떠나게 되기도 한다. 병원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기도 하고, 주변의 많은 것을 정리하며 어떤 순간을 준비하기도 한다. 이 책 속의 노인은 당부한다. ‘혹시나 우리 정신이 오락가락하거나 기억이 그다지 또렷하지 않거나 잊어버리고, 같은 얘기를 자꾸 되풀이한다 해도그게 노인들이 멍청하다는 얘기는 아니라고. 그냥 평범한 사람, 우리가 태어나서 자라듯이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사람, 사랑으로 삶의 맛을 느끼는 사람일 뿐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노인이 된다면’, 상상하기는 쉽지만, 상상 속 현실을 감당하고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다.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운 곳만 봐도 쉽게 알게 되는 현실 속 노인의 모습이 있다. 언젠가 우리도 노인이 된다는 사실만 잊지 않으면,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은 물론, 그 시간을 사는 지금 노인의 일상을, 인생을 알게 될 거다. 모른 척하려고 해도 모를 수가 없게, 빠르게 고령화되어가는 세상을 모습을 본다. 특히 대한민국의 고령화는 속도가 겁나게 빠르다지. 이런 흐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노인에 대한 이해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관계를 유지하고 소통하는데 필수요소가 된다. 이 책이 그 역할을 하며, 노인의 모습을 어둡게만 그리지 않으면서, 그 일상의 섬세한 감정까지 전달하고 있다. 노인의 현재이면서 자신의 미래가 될 시간을 공유하는 이야기에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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