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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이 공감은 무엇이란 말인가. 일상의 모든 것이 중독이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저절로 손가락이 움직인다. 먹고 나서 꼭 후회하는데, 나는 오늘도 집에 들어가는 길에 요기요에서 4천 원 할인하는 치킨을 포장 주문하고, 시간 맞춰 픽업하면서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며 신나게 걸어갔다. 뜨끈한 치킨 냄새에 코로 먼저 맛보고, 남의 살 뜯는 맛에 푹 빠져들어, 손에 기름 덕지덕지 묻혀가며 열심히 먹었다. 아, 물론 별점 5개를 위한 사진도 찍었다. 리뷰 이벤트로 받은 서비스에 책임을 다해야 하니까. 근데 이거 뭐냐. 이상하게 맛이 떨어지는 기분이 드는데도 열심히 발골하며 먹었는데, 뭔가 부족하다. 더 이상한 건, 이 느낌 전에도 있지 않았었나? 맞다. 그때도 이렇게 충동적으로 치킨을 사 먹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정말 간절히 먹고 싶을 때 한 번 정도는 먹어주자는 게 치킨을 향한 나의 마음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부족한 느낌을 반복하는 이유를 모르겠네.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아무래도 나, 이거 중독인가 보다.
저자가 풀어놓은 9가지 중독의 장은 뭐랄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중독의 늪이라고 해야 하나. 물론 이 주제가 모두에게 똑같은 중독으로 다가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도 마찬가지다. 어떤 것에는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공감의 손뼉을 치며 읽었지만, 어떤 부분은 이 정도가 무슨 중독일까 싶은 것도 있었다. 그러면서 궁금했다. 우리는 왜 이런 중독에 빠져드는가. 아마도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도 이런 게 아니었을까. 중독이라고 표현하지만, 굳이 유행을 좇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이 현상, 이 마음을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 흥미로웠다. ‘갓생’에서 시작된 이 중독의 문은 요즘 젊은 세대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는지도, 뭐든 열심히 하는 자세로 즐기는 것 같지만, 그렇게 해야 하는 어떤 불안감에 중독의 늪에 빠지는 건지도 모른다.
솔직히 나는 방 꾸미기보다는 일단 정리에는 관심이 많다. 이 지저분한 것을 어떻게 정리하나 싶을 때 인테리어 정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걸 사서 정리하면 깔끔하겠구나, 저걸 사서 이 자리에 놓으면 한층 더 분위기 있어 보이겠구나 싶은 마음. 나만 보기 좋으면 그만인 것을, 굳이 사진으로 찍어서 불특정 누군가에게라도 보여줘야만 이 정리를 인정받을 것만 같은 건 또 뭔지. 다행스럽게도 나의 귀차니즘은 정리는 물론이고 꾸미기에 열을 올리면서 사진을 찍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도 이 관심을 끊을 수는 없다. 열정적으로 요즘 흐름을 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알고 관심 있다는 생각이 주는 안심 같은 걸 표현할 길이 없네. 동시에 타인의 생각을 알 수 있다는 것도 이 중독 현상의 이유가 되는 듯하다. 요즘 세상 이렇게 흐르고 있구나 싶어서 말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 중독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청년들이 살아가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시사한다. 나도 이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는 게 일상의 지침에 위로가 되는 것일까.
한때 당근마켓에 빠져 정리한다는 핑계로 집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판매 목록에 올렸다. 이건 잘 안 쓰니까, 저건 너무 많으니까. 너무 구식이라 이걸 팔고 새것을 사야지. 이유는 많았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것도 한때였다. 중고 거래하고 싶은 물건을 사진 찍어서 올리는 것조차 너무 귀찮아서, 이제는 꼭 필요한 것을 찾는 목적이 아니면 당근마켓에 얼씬거리지도 않는다. 데이트 앱은 사용해본 적도 없고, 시시때때로 사주 풀이를 하지도 않는다. 카톡이나 문자를 씹는 것도 거의 안 한다. (‘거의’라고 하는 이유는 혹시 그런 적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기억은 정확하지 않아서) 이 흐름에 내가 속해 있는 건지는 중요하지 않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오늘을 살면서 이런 현상에 동참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이런 현상에서 발견하는 사회적인 문제나 방향이었다. 배달 앱의 별점 5개의 진실, 빠른 배송으로 높은 별점을 유지해야 하는 배달 노동자와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영끌’해서 집을 마련해야 하는 게 많은 이의 현실인데, 갈수록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는 세상에서 인테리어 관련된 분야의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묻는다.
처음에는 이 중독 현상에 나도 포함이 되는지, 이 중독에 빠지지 않으면 시대를 읽지 못하고 뒤처지는 게 아닐까 하는 시선으로 읽기 시작했다. 점점 그 시선은 씁쓸한 현실 직시로 이어졌고, 어쩌다가 이 중독에 빠지게 되었는지 깊게 들여다보고 고민하다 보면 자본 없는 자본주의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보인다. 갈수록 욕망은 커지고, 그 욕망을 흡수하려는 마음은 현실과 멀어져 있기만 하고, 그러다 보면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해야 하는 순간은 오기 마련. 뭐, 언제는 이렇게 살아오지 않았겠느냐만, 끊임없이 유행처럼 따라가는 중독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이 중독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 현상에 빠져들거나 무시하거나 하면서 살아갈 수 있겠지만, 그 욕망을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 보면 중독 너머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 답을 향해가는 시선도 알게 되겠지. 심지어 그 중독이 그저 욕망이라고 해도 어디에서 비롯된 감정인지 찾아가다 보면, 우리의 속내를 더 듣게 되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많은 것 중의 하나가 아닐까. 중독 그 너머의 삶을 상상하는 일이 여기에 있다.
저자 자신의 모습을 너무 많이 풀어냈나 싶으면서도, 우리 삶에 스며든 중독의 양상이 참 재미있다. 진지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읽게 되는 책이다. 세상을, 사회를 보는 새로운 시선을 배운 것 같아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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