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나비꽃 에디션) - 세상의 모든 딸, 엄마, 여자를 위한 자기 회복 심리학
박우란 지음 / 유노라이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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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정리하기가 어려워서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다가, 계속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있게 된다. 말 그대로,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는 말을 알 것 같았다. 나를 봐도 그렇고 주변의 많은 모녀 관계를 봐도 그렇다. 이상하게도 엄마를 정말 사랑하는데, 엄마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애증 관계라고 하는가 보다. 그런데 이 애증 관계는 한 세대에 머물지 않고 대물림하듯 세상의 모든 모녀 관계로 이어진다. 정말 이상하지? 그러면서 고민하고 갈등한다. 자기와 엄마가 겪은 그 감정의 묘한 관계를 자기와 딸의 관계에서는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한 여자의 마음 말이다.


저자는 이런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례와 연구를 독자에게 들려주면서 이 관계 회복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 시작점을 찾아야 한다. 엄마와 딸, 두 존재가 서로에게 감정적으로 어떻게 집착하고, 그 집착에서 왜 벗어나기 어려운지 이유를 찾아야 했다. 그 이유는 참 많겠지만, 여성 특유의 심리적 기질을 눈여겨보게 한다. 타인의 빈 곳에 나를 채움으로써 존재를 찾으려는 일. 보통 보이는 게 남편이나 아들에게 집중하며 돌보고 그들의 부족한 것을 채우려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딸에게는 같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연대하는 마음을 요구한다. 엄마뿐만 아니라 딸도 비슷하다. 엄마의 감정과 자기감정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한다. 정말 사람의 복잡한 심리를 보는 기분이다. 딸의 처지에서는 자기도 받고 싶은 사랑을 외면한 채 요구만 하는 엄마를 미워하기도 하지만, 마냥 미워할 수만도 없는 마음을 감당해야 한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복잡한 감정으로 변하고, 문제가 되는 상황에 이른다.


계속 이렇게 지낼 수는 없다. 딸도 엄마도, 이 관계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에 저자는 조건 없는 관계를 지우라고 말한다. 그래야 엄마와 딸의 애정 관계를 유지하면서 각자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여러 사례를 듣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내가 겪은, 내 주변의 많은 여성이 겪은 일이 생각나기도 한다. 은근히 남자 형제를 더 아끼던 엄마의 태도, 같은 상황에서도 아버지나 남동생을 챙기는 게 우선이었던 순간 같은 거. 그때는 그래야 하는가 보다 하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나고 나서도 외로움과 불평등한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분명 엄마도 같은 경험을 하면서 자랐을 텐데, 왜 같은 감정의 고통을 딸에게 고스란히 물려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작정하고 그런 건 아닐 것이기에 더 감정을 해소하기가 어렵다. 엄마가 그렇게 살면서 겪은 감정 찌꺼기가 딸을 향한다는 이야기에 이상하게 밀려오는 서러움은 뭘까 싶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치유의 길로 들어선다. 나의 고유한 시선으로 나의 삶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 자기가 어릴 적 마음속에 담았던 엄마의 시선을 떨치고 진정한 나 자신과 마주해야만 내 안의 엄마를 지울 수 있다는 거다. 나의 시선과 엄마의 시선을 분리해서, 내 안에서 엄마를 내보내야 자기도 딸도 감정의 대물림을 끊어낼 수 있다. 결국, 엄마를 사랑하지만, 거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마음을 살피면서도 내 욕구를 채워 넣지 말라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딸과 분리된 상실을 받아들이며, 그 빈자리를 나 자신으로 채우는 연습을 하라는 것. 딸과 나의 삶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일까.


내 삶의 주체가 누구인지 떠올리게 하는 말에 처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계속 노력하고 연습하는 것만이 나 자신의 삶을 완성하게 하는 것 같다. 딸과 엄마, 모녀 관계의 이 험난한 감정 소모를 더는 하지 않게 하는 지침에 조금은 귀 기울여도 좋겠다. 나 역시 엄마와 따로 살기로 하면서 가장 걱정하던 게 혼자 남은 엄마의 삶이었는데, 나만 마음 편하게 살면 괜찮을까 싶어서 죄책감에 고통스럽기도 했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마음을 조금 달리 먹게 된다. 나는 분명히 엄마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서로의 적당한 거리는 서로를 더 살피고 아끼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 모든 모녀 관계가 애증이 아니라 서로의 다른 삶을 인정하고, 적당히 가깝고 적당히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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