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플라스틱 인간 ㅣ 우리 그림책 40
안수민 지음, 이지현 그림 / 국민서관 / 2022년 6월
평점 :
하기 싫은 집안일 중의 한 가지가 분리수거인데,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이렇게 분리수거를 하면, 이 중에 얼마나 재활용이 되고 얼마나 환경을 살리는 일이 될까. 다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일정 부분은 사실이고 어떤 부분은 기대감으로 분리수거를 계속하는 듯하다. 그중에서도 플라스틱. 많은 양의 플라스틱이 우리 집에서도 나온다. 자주 빨래하면서 많이 사용하는 세제부터, 오랜만에 과자를 하나 샀더니 그 안에 담긴 플라스틱 고정 틀, 편의점에서 사 먹은 초코우유도 플라스틱 통에 담겨있다. 말하지 않아도 너무 잘 안다. 지금 우리 생활에서 플라스틱은 너무 깊게 자리 잡았고, 없으면 불편한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플라스틱 사용의 증가로 우리가 사는 지구가 어떤 위험에 처해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 편리한 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흥미롭다. 어느 날 제임스 씨의 배꼽에서 꼬물꼬물 작은 것이 나오고 있었다. 인간의 배꼽에서? 그것도 남자가 낳은 무언가가? 낯설고 신기한 생명체에 사람들은 호기심이 끓었고, 그것에 ‘플라스틱 인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묘한 것은 영리하고 귀엽기까지 했다. 먹을 것만 있으면 알아서 잘 자랐다. 제임스 씨도 이 플라스틱 인간을 예뻐했다. 거기까지였으면 좋았을 것을, 이 작고 귀여운(?) 것은 점점 위험한 골리앗이 된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제임스 씨 배꼽에서 나온 작은 생명체는 플라스틱이다. 어쩌다가 인간의 몸에서 나오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 큰일이 난다. 제임스 씨의 하루를 지켜보면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거다. 그는 아침에 생수를 마시고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고 커피 한잔을 손에 든 채로 출근을 한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일상이라 낯설지 않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시는 생수, 매일 씻으면서 사용하는 샴푸나 목욕용품, 커피 한잔을 담은 종이컵, 걸레 대신 편해지자고 사용하는 물티슈, 매일 갈아입는 옷 같은 게 모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눈에 보이는 것 외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 생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제임스 씨가 하루를 보내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미세 플라스틱을 소비한다. 이게 제임스 씨의 이야기일 뿐일까?
읽으면서 저절로 고개가 숙어지는 건 나만이 아닐 테다. 제임스 씨의 하루를 지켜보면서, 그 몸에서 플라스틱 인간이 나오면서 느껴지는 불안함은 현실이 된다. 작고 귀엽던 플라스틱 인간은 끊임없이 플라스틱을 먹이로 섭취하면서 점점 거대해진다. 급기야 제임스 씨보다 더 커져 버린 플라스틱 인간은 이제 인간의 보살핌이나 조종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플라스틱 인간을 두려워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임스 씨의 플라스틱 인간뿐만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다른 사람들도 플라스틱 인간을 낳고 있었다. 누구나 비슷하게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에서 플라스틱 인간이 태어나는 것도 특별하지 않다는 말이다. 이제 흔하게 보이는 이 플라스틱 인간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 상상 속 존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선뜻 지울 수 없는 존재가 된 플라스틱 인간이다. 어느새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거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압권인데, 제임스 씨의 집은 이제 더는 그의 집이 아니었다. ‘이 집의 주인은 바로 나!’라고 외치는 거대한 플라스틱 인간의 표정을 보면 두려움이 밀려온다.
제목에서 이미 이 책의 내용을 보여준다. 알고 읽었는데도 막상 다 읽고 나니 충격적이긴 하다. 아는데도 습관처럼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버리고, 다시 또 사용하는 일상을 떠올려보니, 이게 마냥 그림책 속 이야기로 멈추지 않는다는 걸 다시 상기하게 된다. 플라스틱의 과한 사용은 인간의 공간을 침범하는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우리가 조금 편리하다고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어느 날 우리를 공격하게 될 거다. 어쩌면 이미 우리는, 우리가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의 공격을 받는 중인지도 모른다. 여기저기 버려지는 쓰레기 속에서 항상 걱정하는 건 쓰레기 처리 문제가 아니었던가.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플라스틱은 이제 인간 생활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생활 곳곳에서 플라스틱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으니, 이제 플라스틱 없는 일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줄이고 그 대체 용기를 생활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이야기는 플라스틱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이자,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묻는다.
플라스틱 인간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자기 집에서 쫓겨난 제임스 씨는 어떻게 되었을까? 다른 살 곳을 찾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미 플라스틱 인간들이 넘치는 세상에서 그가 머물 공간이 남아 있을까 싶기도 하다. 혹시 길거리를 떠도는 노숙자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이런 처지가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얼마나 플라스틱을 남발했으면, 플라스틱에 내 공간을 내어주고 쫓겨난 신세가 된단 말인지. 플라스틱이 개발된 지 100여 년이 지났다는데, 그 시간 동안 우리가 플라스틱과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 집과 이 지구의 주인이 누구인지, 우리가 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남겨두어야 하는지 돌이켜봐야 할 때다.
#플라스틱인간 #안수민글 #이지현그림 #국민서관 #그림책 #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
#플라스틱줄이기 #인간의지구 #지구살리기 #책 #책추천 #책리뷰 #어린이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