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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식기 전에 ㅣ 커피가 식기 전에 시리즈
가와구치 도시카즈 지음, 김나랑 옮김 / 비빔북스 / 2019년 7월
평점 :
묘하다. 그렇게 귀찮은 규칙이 있는데도, 찻집 푸니쿨리 푸니쿨라는 그 전설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아마 성가신 규칙을 무시하는 것보다 자기가 확인하고 싶은 그 순간을 다시 만나고 싶은 간절함이 더 크기 때문이겠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보통 이런 설정을 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대개 과거로 돌아가 어느 순간을 변화시키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바뀐 과거의 영향으로 현재도 바뀌는, 뭐 이런 내용이 대부분 아니었나? 그러니까 우리가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 그냥 과거의 그 순간을 구경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현재의 어떤 상황을 바꾸고 싶기 때문인 경우였다. 현실에서 마주한 불행 같은 것을 없애고 싶어서, 그때 그 선택을 바꾼다면 현재의 불행도 달라졌겠지 싶은 확신 같은 바람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찻집의 규칙에는 과거로 돌아가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그럼 무엇을 기대하고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기꺼이 선택하는 것일까.
‘현실이 바뀐 게 아니야. 바뀐 건 두 사람이야. 고타케 씨와 히라이 씨가 과거로 돌아가서 달라진 건 바로 ’마음‘이야.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고타케 씨는 후사기 씨와 부부로 함께하는 시간을 되찾았고, 히라이 씨는 여관을 잇겠다는 여동생의 꿈을 이뤘어. 그건 그들의 ’마음‘이 달라졌기 때문이야…….’
그렇다. 찻집의 마법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무언가를 바꿔놓기 위한 게 아니었다. 현실을 바꿔놓을 수는 없지만, 어떤 시간을 보고 온 우리의 마음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바뀐 마음은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데 분명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고, 과거를 보고 오기 전의 현재와 다른 삶의 방식을 만들어갈 것이다. 찻집의 사람들은 그걸 알고 있었다. 바꿀 수 없는 과거 같은 것은 그냥 지켜보기만 할 수 있다고, 그렇게 지켜본 잠깐의 시간으로 현재의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돌이켜보게 한다는 것. 결국,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든 것이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거였다. 눈물과 후회와 감동을 안고 돌아오는 과거로의 짧은 시간 여행이 현재의 우리에게 엄청난 위로를 주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야기다. 바꾸고 싶은 과거에 연연하면서 ‘만약’을 생각하는 것보다, 바꿀 수 없지만 현재의 삶을 돌보는 ‘마음’을 만나는 시간을 떠올려 보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어느 순간을 돌이키고 싶은 우리에게 묻는다.
“자, 그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누구를 만나러 가시겠습니까?”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