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지도 - 우리의 습관과 의지를 결정하는 마음의 법칙
이인식 지음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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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내 건데, 이상하게도 그 마음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도, 사람을 대하면서도 그 마음을 읽고 이해하기가 어려울 때도 많다. 도대체 우리 마음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기에, 어떤 요소들을 품고 있기에 마음의 행방을 알기가 어렵단 말인가. 이 마음을 주관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렇게 인간의 마음은 너무도 복잡하여 알아도 끝이 없을 것 같다. 그런 우리의 궁금증을 알아서일까. 저자는 '마음의 지도'라는 안내서를 통해 단순하지 않은 인간의 마음을 정의하기에 이른다. 그렇다고 저자의 정의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져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이 궁금해서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연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마음에 관한 호기심은 공통적이었던 듯하다.

 

저자는 30여년의 조사 기간, 500여명의 학자의 말과 저서를 인용하고, 200여 편의 참고문헌으로 250년 마음 연구의 성취를 이뤄냈다. 그렇게 마음의 본질을 연구하여 집대성한 책이다. 어느 한 분야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학문에서 마음에 접근했다. 그렇게 다양한 학문의 협조(?)로 연구된 내용이라고 하면 어려울 것도 같지만,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말로 들려준다.

 

1부에서는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물으면서, 보통 사람의 마음, 특별한 사람의 마음, 행복한 마음을 말한다. 역마살이 창의력을 키운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시야를 넓혀 많은 것을 보게 되는 건 당연하게도 다른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갇힌 곳에서 보는 것은 너무 익숙하다. 사람이 많은 것을 볼 때 생각도 다양해진다는 건 자명하다. 처녀들이 봄을 타는 이유 역시 흥미롭다. 겨울의 우울증이 실재하는데, 그 때문에 봄 열병 역시 실재한다. 물론 증명하기에는 학문적 근거가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아는 마음 아니던가. ^^ 1부의 마지막 부분에 언급하는 '행복한 마음을 만드는 것'은 학문적 근거만큼이나 보편적으로 아는 내용이다. 경제적인 행복은 금액이 정해진 것이 아니고, 행복은 커다란 덩어리 하나가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거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행복을 부른다. 매 순간의 작은 마음들이 모여 행복한 마음을 만든다.

 

확장 및 구축 이론은 여러 차례 실험에 의해 입증되었다. 기분이 좋아지면 뇌가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되므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의 폭이 확장되는 것으로 밝혀졌고,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이 개선된다는 실험 결과도 나왔다. 또한 프레드릭슨은 일시적인 긍정적 정서로 인해 인지능력이 확장되면 오랫동안 긍정적인 마음의 상태가 구축되는 것을 밝혀냈다. (94~95페이지)

 

2부, 3부는 우리가 겪는 사회와 세상에 관해 반응하고 생기는 마음들을 말한다. 첫인상으로 친구와 적을 알아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순식간에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기술을 알기 위해 마음을 읽기도 한다. 인간은 이기적인 측면도 강하지만, 페어플레이할 때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도 강하다. 그런 인간의 선한 마음에 반대되는 폭력적인 마음도 있는데, 인간의 폭력적인 성향은 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착한 사람도 폭발할 때가 있다. 그리고 사이코패스에 관한 선입견 중에 폭력적일 거라는 게 있는데, 실제 사이코패스가 다 폭력적인 건 아니다. 오히려 신사적이고 친절한 얼굴을 하곤 한다. 인간에게 키스는 몸 냄새를 교환하는 행위이며, 사람마다 애착 성향이 달라서 사랑의 모습도 다르게 나타난다.

 

명품에 지갑을 여는 이유는, 생물학에서 과시적 소비에 해당하는 개념은 장애 이론으로 설명된다. 장애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로맨틱한 사랑은 필연적으로 과시적 소비인 셈이다. 상대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과도한 선물, 과도한 웃음 공세, 과도한 외모 가꾸기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과시적 소비 본능은 명품으로 상대방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할 수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한다. 인간의 신뢰나 사랑을 얻으려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잠재적 이득과 관련된 선택을 할 때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는데, 손실에 의한 심리적 효과는 이득에 의한 심리적 효과보다 적어도 두 배는 큰 것으로 여겨진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재적 이득이 잠재적 손실보다 최소한 두 배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돈을 벌거나 잃을 확률이 50대 50으로 전망될지라도 이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밑지는 건 참을 수 없다는 인간의 마음은 이렇게 설명된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무책임한 아버지 때문에 지능 발달도 더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가장은 도박이나 범죄에 휩쓸리기 수비고 바람을 피울 가능성도 크다. 아버지가 가출한 가정에서 자란 소녀는 성적으로 조숙에서 어려서 임신을 하기 쉽다. 게다가 아버지의 사랑을 모르고 자란 아이들은 지능 발달도 더디다. (215페이지)

 

4부의 우리가 모르는 불가사의한 마음은 초심리학이나 유체이탈, 예지 능력을 말하며, 과학적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긍정적인 면도 보인다. 가령, 심령요법으로 마음의 병을 고치는 등 과학이 증명하거나 해결해주지 못하는 문제들 말이다. 학문보다는 감정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 게 아닐까 싶다. 또한 죽음이나 신앙에 관한 것도 인간 마음의 아이러니를 말하는 부분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마음의 문제가 해결되면 몸이 나아지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 인간의 마음을 다 알기는 어려운 것 같다. 5부에서는 마음의 미래를 말하는데, 조금 더 먼 미래의 우리 마음 작동법을 듣는 것 같다. 과거를 생각하면 현재도 미래의 시간이었고, 불가능해 보이던 것들이 가능한 것으로 미래를 채웠다. 그렇게 생각하면 현재의 우리가 맞이할 미래의 마음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미래에는 인간의 마음도 통제될지도 모르고, 인간의 뇌를 컴퓨터가 그대로 읽게 되는 일 같은 거 말이다.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에서 봤던 것들이 실제 우리의 미래에서 마주할 수도 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2010년 4월 중순 펴낸 『자살에 관한 신화』에서 세계적 자살 이론 전문가인 조이너는 자살의 뜻을 이룬 사람은 공통적으로 두려움을 모르고 고통에 무감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아무리 자살하고 싶을지라도 겁이 많거나 숨이 끊기는 순간의 고통을 견뎌내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에 끝내 성공한 사람은 제3자가 중경상을 입거나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327페이지)

 

마음을 아는 것이 인간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오랫동안 미지의 영역으로 간주하였던 인간의 마음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해주고 있는데, 우리 일상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질문들이어서 편하게 읽힌다. 그 질문들의 답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동안 알 수 없던 마음의 이야기들을 재밌게 듣게 된다. 우리가 가진 못 마땅한 성격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 성격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전하는 말에 따르면, 성격을 바꿀 게 아니라 그 성격의 단점을 드러나게 하는 환경을 바꾸는 게 낫다는 것. 그러니 그 어렵다는 성격 바꾸기를 시도하려고 힘들게 애쓰지 말고, 성격 주변의 것들을 바꾸는 것으로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 인간에 대한 이해는 사회 시스템과 개인에게 모두 영향을 주고, 사람으로 인한 내적 갈등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럴 때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있다면 혼란보다는 대처에 능숙해질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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