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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ㅣ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평점 :
인생은 우라지게 희한한 것이다. 우리는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가며 인생의 여러 가지 측면을 관리하려고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인생의 대부분을 규정한다. 우리는 이해를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가장 좋았던 기억도, 가장 나빴던 기억도, 이해는 언제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595페이지)
전작 『베어타운』을 만난 독자라면 대부분 나와 비슷한 느낌이었을 것 같다. 소설은 끝났지만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우리 사는 세상에서 느낀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일들이 여전히 소설 속에 남아 우리를 더 아프게 하고 있다는 것을. 소설이 현실을 담았다는 점에서는 잘못한 게 없지만, 한편으로는 소설에서 보고 싶은 독자의 바람이 있다.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베어타운』은 소설로의 재미와 충분히 감동적이었지만, 내 안에 남은 화까지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그런 독자의 아쉬움을 알기라도 한듯, 작가는 이렇게 후속작을 내놓았다. 『베어타운』 그 후의 이야기.
소설의 배경은 여전히 '베어타운'이다. 작은 소도시 베어타운은 쇠락해가는 듯하다. 미래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알다시피 그곳은 아이스하키에 매달려 마을의 영광을 이뤄냈다. 청소년 아이스하키팀으로 전국 대회 준결승에 진출하면서 마을을 살릴 기회가 찾아오는 것 같았는데, 우승을 눈앞에 둔 그때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그러니 지금 마을의 분위기가 어떨지, 얼마나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을지 알 것 같다. 이 작품은 그 사건 이후의 몇 달 후인 마을의 상황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베어타운의 하키팀은 흩어졌고, 몇몇 선수들은 옆 마을 헤드 하키팀으로 옮겼다. 이제 베어타운에 남은 선수들에게는 팀의 해체라는 선택만 남은 듯하다. 그러면서 베어타운과 헤드의 신경전은 점점 치열해진다. 두 마을 사이에 돈과 정치라는 문제가 끼어있고, 그 너머에는 생존의 문제가 존재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견딜 수 없을 만큼 단순하다. 우리는 모두에게 가장 좋은 방향을 원하지 않는다. 대개 나에게 가장 좋은 방향을 원한다. (283페이지)
하키가 전분인 것 같은 베어타운에 새로운 코치가 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선수뿐이었고, 사람들은 팀의 선수들을 위해 모금도 한다. 그리고 검정 양복을 입은 사람들도 같은 뜻을 모았다. 그 중심에 하키팀 단장 페테르가 있다. 팀을 유지하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무너져가는 베어타운의 하키팀에 손을 내민 정치인의 손을 잡기도 해야 하는 현실이었다. 그만큼 하키팀의 존재는 그 마을의 전부라는 말로 들린다.
『베어타운』 이후로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더 커진 상태로 소설의 전반부를 채운다. 마야의 아버지 페테르는 팀에서 쫓겨나고, 성폭행 피해자인 마야는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지 못한다. 베어타운 하키팀의 선수들은 헤드로 이적한다. 그 안에서 머뭇거리는 듯한 벤이의 모습은 무엇인지 하고 싶은 말을 잔뜩 머금은 것만 같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마을은 더할 수 파도에 휩쓸린 것처럼 혼란스러워진다.
전작의 느낌을 크게 한 가지(성폭행 사건과 권력에 의해 묻어지는 사건)로 보게 된다면, 이번 작품은 좀 더 스케일이 크고 넓은 사건과 사고를 담는다. 성소수자의 문제나,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차별, 정치인이 끼어들면서 움직이는 권력, 여러 가지 문제로 또 한 번 확인하게 되는 인간의 심리. 우리 살면서 많은 문제와 부딪히고 불평등한 결과에 분노하고 좌절하는 일들 겪게 되는데, 소설에서도 인간사의 그 많은 문제가 그대로 펼쳐진다. 두 마을 사이에 하키를 둔 싸움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 안에 자리한 온갖 감정들의 향연이라고 해야 할까.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글이더라는...
작가가 자기만의 분위기로 풀어낸 소설 한 편이 감동으로 마무리되면서, 인간으로 평등하게 살아가는 방식을 들려준다. 사실은 우리가 그런 방식을 몰라서 행동하지 않았던 게 아니었다는 반성이 더 깊어지지만, 이런 시행착오의 감정을 겪으면서 우리는 또 성장하고 나아지는 삶을 배우게 되는 것일 테다. 오늘날의 세상과 다르지 않은 소설 속 무대에 씁쓸하고 안타까운 순간이 많았지만, 그래서 더 담아두고 싶은 이야기다. 이 소설이 가고자 하는 방향처럼, 우리도 갈 수 있을 것을 알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