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삼바
델핀 쿨랭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웰컴,삼바

델핀쿨랭 지음

이상해 옮김

열린책들

 

 

어쩌면 이것으로 끝일지도.-5쪽

 

이 책의 첫 문장이다.

나는 새로 만난 책을 읽을 때, 첫 문장을 유심히 보는 편이다.

첫 문장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담고있다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첫 문장은 그 책을 아우르는 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의 주인공 '삼바'의 심경과 독자인 나의 생각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쩌면 이것으로 끝일지도'라는 생각을 품었는 지도 모르겠다.

 

<웰컴,삼바>는 프랑스에 체류하고 있는 소위 말하는 '불법체류자'이다.

그런데 여기서 '불법'이라는 단어로 규정되어지는 과정이 꽤 아이러니하다.

임시허가증등을 확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경찰청으로 출두한 삼바는 수갑을 찬 채로 체포되었다.

그리고 그는 한 시라도 빨리 프랑스땅에서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사실, 불법체류자등과 관련한 이민자,난민의 문제는 늘 뜨거운 감자이다.

도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현실적인 사회문제는 늘 같은 방향은 아니니까.

더군다나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면 그 문제는 더 복잡해지는 것이고 ..

 

책의 제목 <웰컴,삼바>부터 독특했다.

'삼바'는 소위 열정적이고 그 흥을 화려한 춤으로 표현해내는 열정,환희의 이미지로 느껴지는데,

'삼바'의 삶은 전혀 '삼바'스럽지 않았다.

며칠 전, 우연히 읽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카산드라의 거울'의 카산드라 카첸버그에게 묻고 싶었다.

이름으로 규정되어지는 삶의 프로그래밍에 '삼바'는 어떤 의미인가라고 말이다.

 

 

우리는 프랑스어를 프랑스어로 옮겼다. -책 70쪽

 

책의 표현이 삼바의 현실을 말해주는데 이 보다 더 간결하고 이 상황을 묘사할 수 있는 표현이 어디있나 하고 생각했다.

 

 

고향땅을 떠나 프랑스에 오기까지의 삼바의 환경은 '소설'같았다.

하지만 저자 '델핀 쿨랭'이 실제 이민자와 난민을 돕는 시민단체 <시마드>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그렸으므로, 실제 이야기가 많이 녹아 있을거라는 추측을 감안한다면,

어쩌면 삼바와 그라시외즈가 겪었던 삶보다 '더 한' 경험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의 고통의 깊이 만큼, 프랑스에 대한 꿈과 희망이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말하지 않고 삼킨 모든 것이 그를 서서히 질식 시켰다.

-250쪽

 

 

 

 

'달려 삼바'

삼바 속에서 외쳐지는 소리는 실제 현실에서는 헛되었고, 의미 없었다.

삼바와 같이 달리는 독자인 나 역시, 프랑스의 현실은 유럽 여행의 관광지가 아닌, 현실 그 자체가 그대로 보였다.

사회 구성원들이 꺼려하는 일들을 하면서 도움이 되고 ,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암묵적 동의에 의한 상부상조였고

수면위로 떠오른 동의의 문제는, 서류상으로는 인정 될 수 없는 상부상조였다.

여기서 오는 괴리감은 삼바가 느꼈던 감정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 역시 삼바에게  위로의 말도 건넬 수 없을 것 같았다.

비단 프랑스의 문제만이 아닌걸 안다.

우리 사회 역시 이런 문제들을 안고 있는 만큼, 프랑스의 분홍라인 지하철 처럼 우리 지하철안에서도

삼바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스칠 수도 있다.

이 땅의 모든 '삼바'들을 품어 줄 수 없는 것 또한 잘 안다.

자기의 고향땅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고, 타향땅에서 정정당당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은 어쩌면 유토피아적인 것으로 끝날 수도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 끝에 다르기 전까지는 삼바는 어딘가에 늘 있을거라 생각한다.

관용,합리를 가장한 불합리 속에 '나'자신을 온전히 버리면서 살아가야 하는 오늘의 현실이 무겁게 느껴졌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독자인 나에게 조금 '더'라는 시각이 열린 것 같았다.

 

또한 이 책은 <언터처블>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서, 영화화 된것 만큼,

여러 매체를 통해 우리 사회 역시 같은 물음표를 받은 느낌이었다.

사회구성원들과 이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꿈이 같을 수 있을까, 같을 수 있다면 서로간의 어떤 노력을 더 해야하는지

삼바의 이야기는 책을 덮음으로써 끝났지만, 여전히 그 화두는 남아있는 것 같았다.

 

삼바의 시선으로 프랑스를 보았다.

그리고 물음표를 받았고..

 삼바에게 말하고 싶다. '웰컴, 삼바'

 

<웰컴,삼바>의 서평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