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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전민식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13월
전민식
북폴리오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전민식 작가의 신작,
'13월'이 독자곁으로 왔습니다. 저자 이름만으로도 이번 '13월'이 많은 기대가 되었어요.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가 따뜻한 감성을 주었다면 '13월'은 조금은 차가운 소설이라 할까요?
어쩌면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차가움이 느껴졌던 소설이었습니다.
개인의 모든것을 관찰하고 통제하는 사회안에서 인간의 고뇌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소설 속 인물 '재황'의 삶에서 그리고 그를 감시하는 누군가의 감시,
인종을 개량하기 위하여 실험한다는 비밀 정부 기관의 음모라는 시스템안에서 섞일 수 없는 듯한 이 두 인물은
인간 본연의 감성으로 이 시스템 속의 긴장감을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소설 구성이 이전에는 읽지 못한 독특한 스토리라 지루하지 않고 페이지가 빨리 빨리 넘어갔습니다.
“괜찮은 년 데려 오면 기간은 더 짧아질 수도 있어.”
광모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의 결심은 확고해 보였다. 자신과 관계없는 여자 몇쯤 망가져도 상관없다, 아니 애초에 몸 좀 팔았다고 인생이 망가졌다고 할 수 있느냐,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재황이 품어 왔던 기대, 혹은 신념은 분에 넘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주어진 생을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건 광모 쪽일지도. 홀로 거칠게 살아야 했던 지난 시간을 거치며 생존에 대한 두려움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하지만……. 재황은 본능을 제어하고 지성과 이성을 갈고 닦으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도 흔들리는 건 대학 생활 몇 년으로는 본능에 충실해야만 했던 20년 가까운 삶의 흔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었다.
(/ p.57)
재황의 그림자와 같은 수인 ,
남들이 볼때 재황은 수려한 외모에 성적도 우수한 소위 엄친아라 불리우는 학생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여유도 없고
어렸을땐 범죄와 가까운 행동을 했습니다.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쳤던 재황도 그에게 다가 오는 운명에
다시 한번 어둠의 길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이런 개인적인 스토리와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접목시켜
남 이야기가 아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는 소설 전반적인 스토리가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재황의 모습을 보면서 98년에 개봉된 영화 <트루먼 쇼>가 생각이 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우성인자 개발이라는 음모가 더해졌죠.
우리의 편리를 위하여 만들어진 시스템에서 원하던 원하지 않던 나의 모든것이 외부로 알려질 수 있다는 것이
무섭기만 한 세상에서 이 소설 '13월'은 현실적이죠.
의식하지 못하고 지내다가 어떤 연유로 그게 필요해지는 순간 제자리에 놓여 있는 가구처럼. 수인은 제멋대로 바람도 피고 제멋대로 스스로 명을 끊어버린 아버지를 대신할 남자, 잠들기 전 시린 등을 안아 줄 남자, 식당에서 홀로 밥 먹을 때 마주 앉아 같이 먹어줄 남자, 영화 볼 때 혼자라는 사실이 쑥스럽지 않게 곁에 앉아 있어줄 그런 남자를 필요로 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이제 더 이상은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수인은 그나마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가구가 사라져버리면 닥쳐올 쓸쓸함을 감당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영을 꽉 붙잡지도 그렇다고 느슨하게 풀어주지도 못한 채 관계를 질질 끌어오고 있는 것이다.
오피스텔로 들어서며 인식기를 확인했다. 그는 겨울잠을 자는 짐승처럼 여전히 자취방에 박혀있었다. 수인은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았다. 인식기를 간이 선반 위에 올려놓고 물 속에 몸을 담갔다. 불빛은 심장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깜빡거렸다. 수인은 밥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했다. 이재황, 수인과 늘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유일한 인간이었다.
(/ p.113)
소설 내부를 보면 재황과 수인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진행되는데 딱딱하고 기계적일것만같은 수인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고
'목장'이라는 회사에서의 수인의 역할과 인간 '수인'의 감정이 재황을 관찰하면서 변하게 되는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림자이기에 재황의 앞에 나설 수 없는 수인의 모습을 보며 이 소설 '13월'이 말하는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생활의 편리함과 그에 따른 외로움 , 책을 읽는 내내 조금은 먹먹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사회의 거울이라 할까요?
재황의 입장에서 수인의 입장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에서 재황과 수인이 느껴야 했던 감정들은
실제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비춰질까요.
비밀 기관의 실험 대상으로 키워진 남자와 그의 그림자가 된 여자 수인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