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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청춘, 문득 떠남 - 홍대에서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모로코까지 한량 음악가 티어라이너의 무중력 방랑기
티어라이너 글.사진 / 더난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느린 청춘, 문득 떠남
글, 사진 티어라이너
더난출판
매일 반복되는 현실에서 ,
평범함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은 특별한 일들을 꿈꾸는
나도 알 수 없는 이런 기분들이 특히 가을저녁에 스물스물 올라오는것 같다.
한 때는 내가 이뤄야 할것들에 대해 그 결과 이후를 생각하며 여행을 꿈꾸었고 꽤 구체적으로 그리며
도서관에 일렬로 나열되어있는 여행서적들을 마치 내 이야기가 될것인듯 마냥 마구잡이로 읽던 시기가 있었고
그 분(?)인지 서당개 삼년이라고, 얕은 지식이
조금씩 쌓여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지식적으로 그리고 감성적으로 느껴질때가 꽤 있었다.
그리고 이내 바쁜 현실에서 핑계아닌 핑계처럼 회색빛 도시와 같이 조금씩 그 색이 희미해졌던것 같다.
이런 와중에 만난 오랜만에 만난 여행기, 티어라이너의 <느린 청춘, 문득 떠남>.
책 제목 이 여덟음절에 잠시 생각에 잠겼었다.
아, 그동안 내가 잊고 살았구나
이 책은 커피프린스1호점 음악감독 티어라이너의 여행 에세이이다.
스페인,포르투갈, 그리고 모로코까지 .
많다면 많은 이 루트의 여행기들과 이 책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새롭게 느껴질까하는 호기심반 기대반으로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복잡한 악보를 보면, 이런 콩나물들이 어떻게 아름다운 선율로 연주될 수 있는지 아직도 신기하기만 하다.
악보는 내게 엑스레이에 투영된 희멀건 뼈와 다를 게 없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성이라도 앙상한 갈비뼈 엑스레이는 볼품없듯이 나는 악보에서 곡의 아름다움을 읽어내지 못한다.
악보를 못 읽는 대신 절대음감을 가졌다면 근사하겠지만 그렇지도 못하다.
배우지 못한 나는 누군가 악보를 보면서,
더 정확히는 악보‘만’ 보면서 곡의 분위기나 멜로디를 인지하고 평가하고
연주하는 사람들에게 암호해독가나 마술사에게서 느끼는 일종의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
악보도 그릴 줄 모르면서 곡을 쓰니까 ‘나는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창작하는 진정한 뮤지션이야’라고 자위하거나 우쭐거릴 수는 없다.
음악은 감성에 호소하는 마음끼리의 대화인데 이깟 기록이 무슨 소용이냐고 폄하할 수도 없다.
어떻게든 아름답게 포장해보려고 해도 악보를 읽고 쓰지 못하는 싱어송라이터는 극복 가능한 선천적 장애를 가진 어린아이일 뿐이다.
_p. 079 '콩나물 음악가'
'~ (중략) 그래서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와 같은 뻔한 형식과 스토리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글을 읽을 수 있었다.
가끔 어떤 느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가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느낌들을 정말 맛있게 표현해서 아마도 티어라이너가 느꼈던 생각들이 내가 책에서 읽었던 느낌과
똑같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경치를 보다가 순간 감정이 북받쳐올랐다.
언제부터인가 감성의 우물은 말라버렸다고 치부했는데,
사실은 얇은 살얼음이 얼어 있었던 모양이다.
어떤 계기를 통해(아마도 여행 그 자체가 계기가 되었을지도)
살얼음에 금이 가서 틈이 생기기 시작했고, 음악이 작은 돌멩이가 되어 감성의 우물에 옅은 파동을 일으켜준 것 같다.
파동이 퍼지는 데는 작은 돌멩이 하나면 충분하다.
여행은 이렇듯 오래전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했던 혹은 깨지기 쉬운 여린 감성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감성은 삶이 팍팍하고 힘들 때는 잘 보이지 않지만,
사실은 자아를 비추는 감성의 우물처럼 항상 마음속에 존재해 있었다.
내가 그걸 보지 못했을 뿐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누군가처럼. _p. 107 ‘감성의 살얼음 깨기’
맛있는 글과 함께 사진들도 짤막한 글과 함께 실려있어서 책을 읽는데 그 느낌을 더했던것 같았다.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오늘의 시간 앞에 , 많은 위로와 여행의 그 느낌 그대로를 받고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라는 시간을 기약하며 가보고 싶은 부분을 표시해보기도 했고,
약간의 설렘과 함께 오늘을 더 충실하게 살 수 있는 힘도 되어주었다.
이런 마음이 드는것이 여행에세이의 장점이자 계속 찾게 되는 매력인것 같다.
오랜만에 좋은 글과 사진을 마음껏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일상에서 읽는 <느린 청춘, 문득 떠남>이 여행지에서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꼭 그곳에서 다시 읽고 그 느낌을 다시 새롭게 서평으로 남기고 싶다.
이 가을, 후회보다는 약간의 설렘을 더한 오늘을 만들 수 있도록 <느린 청춘, 문득 떠남>과 함께 해보기를 권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