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운동장 - 아파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
김은식 글, 박준수 사진 / 브레인스토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아파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 ,
<동대문 운동장>

김은식이 쓰고 박준수가 찍다.
브레인스토어 출판사


온전히 빼앗겨버린 동대문운동장의 추억 ,
그리고 우리 삶의 추억에 대해 묻는다.

"왜 아무도 아파하지 않는가.?"

이 단 한줄의 물음이  명확한 대답하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나는 동대문운동장에 대한 추억이 없어서인지 '동대문운동장'에 대한 남아있는 감정이 없었다.
단지 학교등교할때 지나치는 수많은 역들 중 익숙한 동대문운동장역이었을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새 동대문운동장역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이 되었고
낯선 역이름 앞에서 동대문운동장역을 조금씩 추억했던것같다.

동대문운동장을 추억하고 사람들의 열정이 있었던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여러 사진들과 작가의 말을 통해 우리가 머무는 장소에 대한것을 생각해보게되었다.
동대문운동장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민주화시대와 함께 그 자리에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경제성장을 하고 그 일대 주변의 큰 형님이었던 동대문운동장은
어느새 의류쇼핑몰의 빌딩숲속의 천덕꾸러기처럼 작아만졌다.

우리의 지난날이 꼭 천덕꾸러기가 된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없어도 되는것, 반드시 새롭게 태어나야하는것, 불필요한 것과 같은 수식어가
동대문운동장을 설명할때 동대문운동장에 살아 숨쉬었던 추억과 열정도 함께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무언가에 쏟아붓고 있는 이 열정과 청춘이 훗날 '변화'의 발걸음에 맞춰서
흔적조차 사라지는 일을 또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씁쓸한 생각도 했다.

아무도 아파하지 않는 동대문운동장의 끝을 보면서
이 책의 글과 사진들을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것들이나 간과했던것들에 대해
다시한번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축구부가 있는 초등학교와 야구부가 있는 중학교를 다녔던 내 기억속의 동대문운동장 역시
21세기에 들어 그 존재를 위협받기 시작했다.
축구장은 2004년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밀려난 상인들을 수용하는 풍물시장으로 용도 변경되어
운동장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고,
2007년 철거직전까지 야구장에서 크고 작은 경기가 열리면서 근근이 명맥을 이어갔을 뿐이었다.

공간의 해체는 역사와의 단절을 의미했고 정체성의 혼돈과 기억이 왜곡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공간이 사라지면서 공간과 함께 해온 역사와 이야기 역시도 망각 너머로 사라졌다.
경쟁과 성장을 강요하는 시대에 추억의 가치와 사람의 자리는 없었다.
낡고 가난한 것은 부끄러운 것이 되어 밀려나버렸고, 그곳을 찾았던 그곳을 살았던 우리는
무엇을 잃어가는지도 모른 채, 슬퍼할 겨를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삶을 꾸려나가기에 바빴다.
결국 우리의 암묵적인 동의와 함께 청계천 상가와 동대문운동장과 피맛골은 차례대로
서울에서, 그리고 우리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져버렸다.
-책 소개중

공간의 해체와 그 곳을 살았던 사람들의 정체성과의 관계.
무언가 소중한것을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하루아침에 만들어버리는것.
그 공허함과 허탈함속에서 바라본 동대문운동장은 쓸쓸하고 처연했던것같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동대문운동장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사라질것이다.
'그땐 그랬었지'라는 잠깐의 생각도, 높은 빌딩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틈바구니속에서 그런 여유조차 가지지 못한채
1분1초를 앞다투어 살아야할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공간과 추억을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고 동대문운동장이 이 책에서만큼은 살아숨쉴 수 있도록 해준 책.
<동대문운동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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