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머니 시크릿
샤넬 서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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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를 꿈꾸는 당신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분노의 감정이다(p65)." 참을 인(忍) 자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옛 말도 있지만, 이 세상은 본디 그릇된 심성과 비뚤어진 의도로 가득한, 단단히 잘못된 인간들로 가득한 곳입니다. 이런 악한들이 선한 사람들에게 먼저 도발을 하는 게 보통이며, 만약 이런 자들의 나쁜 의도에 넘어가 똑같은 방법으로 분노를 퍼붓고 대응하면 결국 같은 저질의 부류로 떨어지는 겁니다. 나의 소중한 인생이, 무가치한 쓰레기 정신병자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렵혀지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습니까. 나의 원대한 계획, 부(富)를 향한 장도(長途)는 그런 것에 지장을 받으면 안 됩니다. 책은 이런 분노의 감정이 차곡차곡 축적되는 성격을 가지니, 결코 마음에 담아두어 언젠가는 폭발하는 일이 없도록 수시로 관리하라고 조언합니다. 


"사랑만 있으면 돈 따위는 필요 없다(p57)." 이런 마음가짐 자체는 여유가 느껴져 좋고 아마도 주변 사람들과도 불화 없이 잘 지내는 좋은 사람일 겁니다. 또 반드시 돈 버는 게 인생의 유일한 목적일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진정, 이 책의 제목대로 "100억 머니"를 손에 언젠가는 넣고 싶다면, 이런 자세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돈은 나에게 편리함과 자유를 안겨 주고 꿈의 실현을 도와 주고 있어. 돈아 정말 고마워.(p59)" 이게 돈 자체를 숭배하는 물신주의라기보다도, 돈 무서운 줄 알고 돈 귀한 줄 아는 사람이 돈 버는 목표를 보다 빨리 달성하고 그 돈을 잘 지키거나 잘 불릴 수 있음은 자명합니다. 또 돈은, 이 책에 나오는 대로 결국은 "나 자신 노력의 결과물"인 것입니다. 책에서 강조하는 건 "돈과 감사의 선순환 구조(p57, p121)"라는 건데, 참 멋진 말입니다. 이는 "돈을 사랑하는 마음가짐과 실천"으로 발전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p115 이하에 나옵니다. 


대체로 사회의 주류에 속하는 이들은, 예전 동양 사회의 미덕처럼 청빈 같은 걸 중시하는 무리가 아니라 아마도 돈을 많이 번 집단이겠습니다. 책에서는 당신이 지금 사회 주류에 속해 있냐 아니냐의 여부는 중요치 않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보험업계에서 크게 성공한 신화적 존재인 김승남씨의 사례를 들며, 사회에서 주류에 속하지 못했기에 남 눈치 보지 않고 과감한 방법을 선택한 결과 오히려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면서 붕불리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최대한 유리한 요소를 뽑아낼 줄 알았던 그의 기백과 의지를 지적합니다. 흙수저다 뭐다 하면서 불건전하고 부정적인 감정으로 마음을 채울 필요가 전혀 없다는 뜻도 됩니다. 김승남씨 같은 예는 책 뒤 p190에서 또 한 분이 예시됩니다. 


앞에서 감사와 돈의 선순환을 지적하는 대목이 있었는데 책 앞인 p45에서는 이미 오프라 윈프리의 예를 들면서 매사에 감사하는 태도의 생산성과 효과를 자세히 분석합니다. 활달하고 자유로운 삶을 사는 그녀에기에 언뜻 바로 안 떠오르는 이미지이긴 하나 그녀는 한때 불규칙하고 무질서한 생활을 하던 중 신앙을 갖고 새 사람이 된 친부와의 만남 후 역시 전혀 다른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합니다. p44에는 그녀가 정해 놓고 실천했던 "감사의 십계명"이 소개됩니다. 확실히,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돈 무서운 줄도 알고 혹 실수를 한 후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무래도 세상에서 부자가 되기 위한 지침으로 정리된 것 중 가장 유명한 책은 <탈무드>이겠습니다. 유대인(p83)은 세계를 떠돌아다니면서 스스로를 지켜야했고, 이 와중에 깨달은 건 "가난이 가장 무서운 적이며 내가 힘 들여 번 돈만이 나를 지켜주는 유일한 수단"이란 교훈이었습니다. 이런 그들에게 "돈이 많은 사람들은 전부 남을 등쳐먹은 자들이다.(p114)"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스며들 틈은 없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 책에서 부동산 재벌로 소개되는데 물론 우리가 아는 미국 전 대통령 그 사람입니다. 그는 "크게 생각하기"를 언제나 강조했으며 이것은 혹 문제가 생겼을 때 "아 이 문제가 얼마나 힘든가. 그 파장은 또 얼마나 심각할까" 같은 생각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 해결책에만 온 역량을 집중하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걸 그는 "크게 생각하기"로 표현하는 거죠. 말은 쉬워도 확실히 평범한 이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자세는 아닙니다. 부정적 생각의 작은 단초라도 마음에서 빨리 몰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돈에 대한 감사의 기제가 쉽게 마련되지 않으면, 돈을 어떻게 썼을 때 내 기분이 가장 좋아지겠는지 상상을 해 보라고 합니다. 확실히, "생각만 해도 기분이 설레고 들뜨는(p121)" 그 무엇이 있으며 사람에 따라 이것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선물을 산다거나, 평소에 갖고 싶던 명품을 산다거나 하는 게 있겠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물론 이를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할 생각을 해야지, 빚을 진다거나 무리한 방법을 동원하는 건 돈을 벌기는커녕 거지로 추락하는 지름길이겠습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행복해지는 그 무엇은 성공을 하거나 돈을 버는 동기 부여가 됩니다. "능력이 없는 걸 걱정하지 말고 목표가 없는 걸 걱정하라(p146)"고도 합니다. 확실히, 돈 잘 버는 사람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 분명한 목표를 갖고 그를 집요하게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뭘 가지고 싶어만 했지 전혀 온당치 못한 방법만 쓰며 집착하고 폭주하는 유형은 그냥 정신병자이지 이 책에서 말하는 올바른 부자 타입이 아닙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버는 길은 또한 그 방법도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혼자서만 열심히 노력한다고 부자가 될까요? 돈은 결국 남으로부터 버는 것이며 타인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꾸준히 인심을 얻어야 하며, 얕은 잔꾀로 사기나 치려는 돌머리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남이 보기엔 그 시커먼, 작은 것에 반복적으로 집착하는 얕은 속이 훤히 보이는데도 똑같은 수법으로 수작을 거는 인간을 보면 이래서 양아치, 양아치 하는구나 하는 말밖에 안 나오죠. 인적 네트워크(p159)의 중요성은 그래서 이 책에서 강조됩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p189)." 이 책은 실패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불운이며, 이 불운을 어떻게 태연히 털털 털고 일어나 다시 목표에 매진할 수 있는지가 성공 여부를 가르는 중요 팩터라고 지적합니다. 부정적인 마음을 지워 내고 감사하는 마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이런 정신적 어려움을 신체적 불건강으로까지 연결시키지 않는 단호하고 굳은 의지도 필수 덕목입니다. "범사에 감사하라(p214)." 이 책은 결국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긍정심리학에서 가르치는 핵심 교훈을 내 것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은 이미 성공을 예비하고 있다고 가르치는 셈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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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비전과 마일스톤 - 글로벌 교육을 위한 아메리칸 드림의 성취
손영환 지음 / 행복에너지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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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이란 무엇일까요? 사람이 여타의 동물과 차별되는 건, 현재의 생존에 급급하여 품위와 인격을 저버리는 선택을 하지 않고, 길다면 긴 인생의 전략을 설계하고 미래에 도달할 어떤 방향을 입체적으로, 가치를 부여해 가며 꿈 꿀 줄 안다는 것입니다. 비전이 있는 인생은 설령 현재가 고난으로 가득차도 신의 가호가 함께하며, 비전이 없는 인생은 제아무리 가멸찬 부가 주어져도 비천함과 저열함을 면할 수 없습니다. 


마일스톤이란 이정표를 뜻합니다. 어떤 애국자, 성공한 기업인, 학자, 독실한 크리스천의 위대한 삶이 빛나는 이유는 바로 그 자리자리마다에 새겨진 노력과 정성과 재능과 사명감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위대한 삶은 그 전체로도 위대하지만, 그 하나하나의 지나온 지점들 역시도 타의 모범과 사표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책을 읽고 성공이라는 것의 요체가 무엇인지, 어떤 경우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란 말이 통할 수 있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한 자는 왕 앞에 선다"는 성경 구절은 미 건국의 아버지 중 하나인 벤자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에서도 인용됩니다. 이 책의 저자 손영환 박사님은 성실하고 모범적인 한국인의 표상이라 하며 또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이민자들의 모범입니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빌 클린턴, 아들인 조지 W 부시 등을 모두 만나는 영예를 가졌습니다. p147에는 당시(2013) 부통령직이었고 현재는 미 합중국 대통령인 조 바이든과 골프장에서 조우하여 함께 찍은 사진도 나옵니다. 


오늘날 인천국제공항은 영종도에 첫삽을 뜰 때만 해도 그 성공 여부에 많은 이들이 회의적 시선을 보냈으나,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원활히 작동하는 글로벌 허브로 자리잡았는데 이 역시 저자인 손 회장의 크나큰 기여(p127 이하)가 있었습니다. 그는 충남 당진 출생이지만 타 지역의 학생들을 위해서도 많은 배려를 베풀었는데 이를테면 부산지역 소재 사립대학인 경성(慶星)대학교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p194)도 만들었습니다. 이 경성대학은 한자 표기에서 보듯 구 경성(京城)제국대학과는 당연히 무관하며 옛 명칭은 부산산업대학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손 대표는 몽골의 대학생들도 지원했는데(p203) 몽골 출신의 많은 젊은이들은 현재도 대(大)명문 사립인 숭실대 대학원 등에 적을 두고 졸음이 쏟아지는 눈을 비비며 가벼운 옷차림으로 열심히 학업에 몰두 중이죠. p277에 보면 저자의 영문 자서전이 이미 몽골어로 번역되었다고도 합니다. 


그는 이러한 성공과 영예로 가득한 삶의 성취를 오롯이 그가 믿는 신의 덕으로 돌립니다. 구약의 욥기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살던 장자 욥은 하루아침에 가장 저주받은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그러나 그는 역경의 극한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고, 그가 이룬 성취의 대부분을 하나님의 은혜로 간주했듯 그가 처한 비극의 근원을 자신 속에서 찾았을 뿐 신의 탓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랬기에 그는 지옥의 밑바닥에서 다시 건져올려질 수 있었는데, 독자인 제가 보기에 욥의 화신이 바로 저자 손 회장님입니다.


아무리 영광스럽고 풍요로운 현재를 구가하는 사람도 그 자리에 서기까지 많은 시련을 겪게 마련입니다. 손 회장이 겪은 고난은 오히려 남들보다 더 지독한 것이었습니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는 말이 있듯, 이런 가혹한 시험을 딛고 그가 오르게 된 산은 범인(凡人)들이 감히 쳐다볼 수 없을 만큼 까마득히 높은 것이었습니다. 


그가 거쳐온 마일스톤 10곳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pp. 284~285에 요약이 나옵니다)


1) 창조, 곧 데이비드 손(저자)의 탄생

2) 학문적 우월성

3) 육사 입학

4) 미 육군 통신학교에서 수학

5)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한 이들과의 만남

6) 약사 김목자님과 결혼 

7) 한국으로 귀국

8) 리더십, 매니지먼트 분야의 본격적 수련

9) 미국에서의 아메리칸 드림 성취

10) 라이프타임 비전의 완성


책 서두에는 거인들의 추천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만 특히 고상환 목사님의 진정성 가득한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역량, 인격, 영성"이라는 세 마디로 손 박사님의 생을 요약한 이 글만 읽어봐도 책의 대의 정도는 파악될 정도입니다. 글 중 "손목자 여사"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책 p79 이하에 나오듯 이분은 배우자이신 김목자 여사입니다. 다만 서양 관습에 따라 부부의 성을 남편의 것으로 일치시켰을 뿐입니다. 김 여사의 업적은 p279에도 나옵니다. p256에 잠시 언급되는 신경림(이경림) 부총장님의 표기 경우도 그 사정이 같습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에게 세상 모든 일이 신의 역사하심과 인도 아닌 것 없듯이, 독자인 저는 저자님의 성씨 영문 표기인 Sohn도 예사롭지 않게 보였습니다. 이 단어는 독일어로는 "아들"이란 뜻이죠. 훌륭한 인재는 훌륭한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으며 그 적정한 훈육의 결정체로 길러지듯, 이미 이 "Sohn"이라는 성씨에도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그의 정해진 운명이 암시된 것 아니겠습니까, 또 저자는 "요즘 말로 하면" 타이거 맘의 표상 중 하나라 일컬을 만한 어머님의 엄격한 지도에 따라 공부에만 전념했으며 이미 어렸을 때부터 고향에서 수재로 명성이 자자했다고 합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은 이런 경우에다 쓰는 것이지 싶습니다. 


이 당시 한국 육사는 지금과는 달라서 거의 서울대에 맞먹을 만큼 엘리트들이 지원하는 인재의 요람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p72)" 서울대나 연세대 진학을 포기하고 육사에 갔다고 하죠(유감스럽게도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육사에 진학해 국가의 장래를 책임질 동량으로서의 자질을 함양 받은 것도 크게 보아 신의 뜻이라 불려 부족함이 없습니다. 어찌 이 과정이 평탄하기만 했겠습니까? 그러나 인재는 본디 혹독한 담금질을 통해 그 잠재력을 활짝 꽃피우는 존재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두고 저자 손 대표는 "자유의지(p48)"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인간이, 그저 기본 욕구나 채우는 짐승이나, 출세욕과 재물욕에만 눈이 멀어 악행을 일삼는 악마 같은 분자들과 차이가 있다면 바로 이런 요소 때문인 것입니다. 자유의자가 있기에 인간은 더러운 외양간에서 뒹구는 아우게이아스나 뷔리당의 당나귀와 차별됩니다. 


손 대표의 학문적 역량이란 어렸을 때 한문박사로 통했듯 일찍부터 중국 고전을 연구한 그 소양과, 미국 학교에서 배운 여러 방면의 지식이 절묘히 결합된 것입니다. p131에서 그는 SWOT 분석과 손자병법의 교훈을 접목시켜 ICT 컨소시움의 장단점을 분석했던 경험을 술회합니다. 동서양의 배경이 공히 작용해야 결실될 수 있는 이런 업적이, 저자로 하여금 동과 서를 주유하게 했던 신의 역사하심이 없었던들 어찌 가능이나 했겠습니까? 


교만한 인간은 탑을 쌓아 올리며 만용을 부리다가 만국의 언어로 갈라지며 상쟁하는 저주를 받았습니다. 책 p242에는 "한국어를 비롯하여 만국어로 인류를 위한 계획을 땅끝까지 전파하라는 영감을 받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는 마치 사도들에 주어졌던 방언의 은사를 연상케 합니다. 


우리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요? 저자 역시 서른이 될 때까지는 명확한 깨달음이 없었다고 합니다(p281). 우리는 어쩌면 이에 대해 명확한 비전이 생긴 후에야 생의 참 의미를 깨달으며, 또한 그때부터 조물주의 인도를 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 봅니다. 위대한 마일스톤은 그 이후에 우리가 신의 은총에 따라 만들어가는 것이겠고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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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네이버, 지금 사도 될까요
박재원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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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개발자들에게 요즘 가장 핫한 직장이 네카라쿠배라고 합니다. 가장 앞에 자리한 게 "네"와 "카"인 것만 봐도 이 두 회사가 얼마나 잘나가는지 알 수 있으며 현재 (물론 비관적인 전망도 있으나) 시총 순위도 상당히 높습니다. 이 회사들은 이미 대기업군이며 기존 제조업 중심 재벌들보다 젊은이들에게 더 선망되는 게 현실입니다. 


책 p20에는 "'네이버와 카카오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투자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같은 문장도 나옵니다. 실제로 많은 투자자들이 "자식에게 물려줄 주식"으로 이제는 이 두 회사를 염두에 두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주식은 역시 삼전, 현대차, 포스코겠지"를 고집한다면 너무 구식 같죠. 그러나 판단은 우리 독자들이 냉철하게 해야 하며, 네이버나 카카오에 대해 부정적인 애널리스트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균형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음은 물론입니다. 


저자가 이 두 주식을 주목하는 이유는 첫째 이 두 기업이 모두 "플랫폼 기업"이라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둘은 한국을 대표하는 플랫폼 기업이며 왜 그런지는 우리 모두가 알며 더이상의 설명은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책은 "플랫폼은 아직 정복되지 않았으며 우리가 플랫폼인 줄 몰랐던 OOO도 실은 플랫폼이었다" 같은 주장도 합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아 아직 우리가 플랫폼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구나. 그럼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공부해야 할 게 많겠구나" 같은 생각을 하게 되죠. 


책에서는 심지어 넷플릭스도 플랫폼 기업이라고 합니다. 일단 다양한 컨텐츠를 제작하여 방영하는 이 기업을 모르는 사람은 없고 한국인들도 상당수가 이 채널에 가입해서 새 컨텐츠를 즐깁니다. 잘나가는 기업인 줄은 알겠으나(이 독후감을 쓰는 시점 기준 최근 나스닥에서 고전 중이긴 하지만), 넷플릭스가 어째서 플랫폼 기업이기까지 한가? 저자는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플랫폼 기업의 첫째 본질은 바로 "연결"이라고 하면서. 


이 플랫폼은 제품, 서비스와 고객을 연결하는 걸 사명으로 삼고 연결성이 오직 첫째의 사명이다 보니 각종 경계를 허물면서 진화합니다. 책에 잘 나오듯 여태 여러 연구자들이 플랫폼을 분류하고 기업들을 각각의 범주에 넣곤 했습니다만 이런 학술적 노력이 무의미하게 변하는 게 추세입니다. 그 이유는 각 기업들이 "파괴적 혁신(p41)"를 통해 경계를 허물어 왔기 때문입니다. 과거 같으면 지극히 한국적인 발상과 배경을 가진 <오징어 게임> 같은 컨텐트가 유저들에게 연결될 자본과 채널을 찾기 어려워 아이디어 단계에서 좌초했겠으나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의 혁신 덕에 열광해 줄 세계의 관객들을 제대로 만나 대히트를 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책의 주장대로, 과연 넷플릭스가 "플랫폼" 기업의 한 대표 유형이며 플랫폼의 본질이 "연결"이라는 점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창조성의 본질은 연결"이라는 잡스의 명언도 p64에 나옵니다. 


테슬라도 플랫폼 기업인가? 답은 자명합니다. 앞으로 자동차는 그저 전기(배터리)를 동력으로 움직인다는 것 외에도, 운전자(운전도 안 하지만)를 망에 연결시켜 가능한 모든 활동을 지원하는 하나의 단말이자 궁극적으로는 서버가 된다는 것도 명백합니다. 자동차 제조 기업이 플랫폼이 못 된다면 도태되겠다는 점도 예측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플랫폼, 저것도 플랫폼이라면 플랫폼이 너무 많지 않나, 또 과연 미래의 모든 경제활동에 플랫폼이 일일이 관여할 만큼 비중이 커지긴 하겠냐는 의문도 들 수 있고 이것이 "플랫폼 버블론(p51)"을 제기할 여지를 줍니다. 


이 책에서는 그 질문에 대해 p56 같은 곳에서 "아라마의 법칙"을 거론하며 "모든 기술은 단기적으로는 과대평가되며, 장기적으로는 과소평가된다."고도 합니다. "거품은 꺼지고 난 후에야 그것이 거품인 줄 알게 된다"는 유명한 말도 나오는데, 책의 이런 (솔직한) 점이 좋았습니다. 결국은 각자가 냉철하게, 언제 치고들어가서 언제 빠질지 판단(주식 투자라면 말입니다)하라는 거죠. 이런 건 누구도 섣불리 예측 못하는 겁니다. 특히 책 저 뒤 p211(5장) 이하에서 버블에 대한 주의사항이 다시 다뤄지네요. 


일론 머스크에 대해 아직까지도 천재다, 미친X이다 등 설이 분분합니다. 과연 이 사람에 대한 적정평가는 언제쯤이라야 우리 모두가 공유하게 될까요? "테슬라는 전기차 그 이상의 것을 만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보틱스 회사가 될 것(p88)"이라는데 헛소리로 치부할 것만도 아닌 것이 지금까지도 모두가 비웃었던 꿈을 그는 현실로 일일이 바꿔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호언장담을 마냥 믿을 건 아니고, 다만 천재이니 만큼 우리가 각자 미래상을 그릴 때 크게 참고는 해야할 것 같습니다. 


디즈니는 사실 태생부터가 혁신기업이었습니다. 그런 컨셉에 그런 사업 구조가 돈이 될 줄은 당시만 해도 아무도 몰랐고, 창업주의 사업 지향과 개인 성향에 대해 많은 비판도 있었으나 여튼 그의 기업은 신화로 남았습니다. 현재는 기업의 비전이 많이 바뀌어서 과거 보수적 가치의 완강한 보루처럼 여겨지던 컨텐츠들이 지금은 오히려 PC의 화신처럼 되었는데 이 역시 시대의 변화에 적응한 결과(싫어하는 이들도 많지만)이겠습니다. 


김범수씨나 이해진씨 모두 서울대 공대 출신이며 삼성SDS에 몸담았던 것도 비슷합니다. 한게임의 성공을 통해 네이버의 신화에 거대한 지분을 가질 수 있었던 김의장은 2007년 네이버를 떠나 2년 후 카카오를 창업하여 다시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후  "무료 문자"를 내세워 메신저를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그가 뭘 하는 건지 아무도 알 수 없었으나 지금은 그 이뤄진 성과를 보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제 카카오는 은행부터 택시잡기, 심지어 미용실까지 일상의 거의 모든 활동(p145)에 플랫폼이라며 한 발을 걸치니 한국인이라면 이 거대한 인프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시피합니다. 물론 이에 대해 문어발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4장에서는 벌써 이 시대의 화두가 된 "메타버스"를 놓고 이 분야 선구자인 로블록스라든가, 최근 핀테크 강자로 떠오른 토스, 중고시장을 근본에서부터 변혁하여 또하나의 플랫폼으로 떠오른 당근, 그 외에 야놀자라든가 디어유 같은 기업이 소개됩니다.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것도 있었나 싶은 사업 활동의 예들도 있었습니다. 5장에서는 왜 야후가 닷컴시대를 가장 앞서가다가 실패했는지가 나오는데 이미 검색창에 powered by google이라는 문구가 찍힐 때부터, 평범한 유저들도 망하겠다는 낌새를 챘죠. 마윈의 엔트그룹 역시 쇼핑몰을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나 당국에 찍혀 결국 좌초해 가는데 이 책을 보면 왜 공산당과 플랫폼 기업이 근본적으로 그 생리가 안 맞는지 분석이 나오네요. 


쿠팡에 대해 "적자의 늪에 빠졌다" 등 비관적인 진단이 나와 이게 언젯젓 이야기인지 잠시 의이했으나 미국 상장과 손정의의 투자에 의해 활로를 찾았다는 과거에 대한 설명이더군요. 잘되었으면 좋겠으나(한국의 수많은 20대들에게 라이더라는 좋은 job을 마련해 준 고마운 기업!) 이 독후감을 쓰는 현재 기준 미 증시에서 상당히 고전하는 중이며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죠. 그루폰의 실패를 보고 배우라는 게 이 책이 제안입니다. 


그래서 이 책 제목대로, 네이버나 카카오는 지금 사란 말인가요 아닌가요? 책에서는 신중히 결론을 내고 있으니 최종적으로는 독자들이 이 책(을 포함한 다양한 근거 pool)을 직접 읽고 알아서 판단해야 하겠습니다. 농담이 아니고 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알 수가 없죠. 똑같은 상황 자료를 놓고도 이 사람은 이렇게, 저 사람은 저렇게 해석하는 법입니다. 다만 이 책은 결론을 향해 독자가 요모조모로 잘 판단하게 과거의 선례나 현재의 유망 기업들을 놓고 네이버나 카카오의 미래에 참고가 되게 상당히 교묘하게 제시합니다. 직접적으로 뭐라 결론만 안 내놓았다뿐 의도는 분명히 보입니다. 그래도 역시 독자에 따라 각자의 결론은 다앙하게들 나오지 싶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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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크리스마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3
쥬느비에브 브리작 지음, 조현실 옮김 / 열림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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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원에서 나온 "프랑스 여성작가" 시리즈 세번째 권입니다. 20년 전인 02년에 이미 초판이 나왔었고 지금 나오는 이 책들은 표지도 산뜻하게 바뀐 개정판들입니다. 앞의 두 권, 즉 아니 에르노와 마리 르도네의 장편들은 물론 걸작들이긴 하지만 분위기가 둘 다 너무도 어두웠는데, 이 작품은 그나마 좀 명랑해서 읽기에 덜 부담스러웠습니다. 


역자 후기에 보면 주인공이자 화자인 도서관 사서 누크에 대해 "예술가로서의 끼를 억지로 누르고 사는(p274)" 싱글맘(사실상)이라는 말이 나옵니다만 사실 독자로서 저는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작중에 이런 말은 있습니다. "아무튼 누크 언니는 전에도 무슨 일에든 다 부정적이건 게 기억나네요(p220)." 저는 오히려 이 말이 누크의 개성을 가장 잘 요약하는 한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아주머니들도 워낙 감성들이 잘 계발되고 말솜씨들이 좋으셔서 수다를 듣다 보면 별의별 기발한 표현이 다 나오는데 이 소설 중의 누크보다 못할 바도 뭐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이 작품은 1990년대 중반에 나왔으며 작중 배경도 대개 같아 보입니다. 브래드 피트도 언급되고.... 여튼 혹 그렇다면, 한국 중년 여성의 대략 40%(물론 근거는 없습니다) 정도는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예술가 기질이 다분한 이들이 아닐까 생각도 됩니다. 이분들에게 어떤 제도적(?) 지원이 베풀어지면 참 좋을 텐데...


그걸 떠나서 누크(뿐 아니라 그 친구분들)의 수다는 듣기에 즐겁습니다. 친구들(마틸다, 니콜, 클로틸드, 웬디 등)도 장난 아니라서, 소설을 읽다 보면 깜짝깜짝 놀라곤 했습니다(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직접 확인들 해 보시면....). 모전자전인지 엄마인 누크도 인정하고 들어가는 게 또 그 아들인 으제니오의 별난 감수성과 스타일입니다. 어느 나라나 택시 기사들의 언변은 못말리는 수준인데 그 중 한 분은 어린 으제니오한테 면박을 당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누크네는 그닥 형편이 넉넉해 보이지도 않는데 이동 수단으로 별나게 택시를 고집하는 게 조금은 의아했는데 아니나다를까 p126에 니콜이 누크에게 한소리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아들 버릇 잘못 들이는 거라고 말입니다. "우리나라(프랑스)의 대중 교통 수준은 세계적인데.." 저는 이 대목을 읽기 전에 "프랑스는 택시비가 싼가?" 라고 잠시 생각했었습니다. 그런 나라는 지구상에 없을 텐데. 


이 작품 속에는 적어도 한 마디는 하고 사라지는 택시 기사가 두 명인데 처음(p35 이하)에 나오는 사람이 꺼낸 보물 이야기는 아마도 누크에게 작업 거느라고 꺼낸 허풍이지 싶습니다(그러니, 으제니오가 눈치가 빨라서 그렇게 틈을 안 주고 받아친 거겠죠). 이렇게 수다스러운 사람, 심지어 처음 만나는 승객한테까지 경솔하게 보물 이야기를 하면서 주변에 누구한테 여태 안 했겠습니까. 


등장하는 여성들은 분명히 여성으로서 두터운 공감대를 형성하고 꽤 내밀한 사정까지 공유합니다. 책에 보면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지 않을 만큼 여성들은 이제 깨어났다" 어쩌구 하는 대목이 있긴 하나 그렇다고 남자를 병적으로 적대하지는 않고 여전히 많은 남자들이 이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원 또는 타원) 궤도를 도는 중입니다(타원은 초점이 두 개라는 점 잊지 마십시오). 심지어 이들 대부분이 전남편, 전남친, 현남친 등과 썩 성공적인 관계도 아니어 보이는데도 말입니다. 그들이 선사했거나 선사할 것으로 기대하는 쾌락에 대해서도 그녀들은 무척 솔직합니다. 하필 지독한 비호감의 상징으로("꼴보기 싫어 죽겠다") 국민배우 드빠르듀가 등장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살짝 짐작이 가능하기도 합니다(구체적으로는 이 독후감에 적지 않겠습니다).


우리들은 누구나 속물적이며, 알고 보면 남들도 다 하고 사는 걸 마치 자신만의 고귀하고 유니크한 취향인 양 착각 혹은 포장하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는 지나가는 듯 여러 애완, 아니 반려동물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들을 비꼬는 멘트가 많습니다. 상당수는 자신의 여유롭고 착한 마음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동물을 기른다는 건데 여기 언급되는 약간은 충격적인 사연들을 보면 언뜻 공감이 가기도 합니다. 직업인으로서 마땅히 알아야 할 지식을 모르는 이들이 있고, 정말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자칭 전문가보다 더 잘 아는 아마추어도 있고. 이런 모습 역시 요즘의 한국 사정과 닮은 데가 많습니다. 


여튼 등장인물들이 다들 솔직하고 유쾌해서 좋았습니다. 우리말 제목도 그렇지만 "엄마의 크리스마스"라는 게 마치 주인공 혹은 화자가 아들 으제니오일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고 엄마 누크(와 살짝 주접스러운 그 친구분들)가 계속 이야기를 끌어 갑니다. 이미 1990년도에 맞춤법이 바뀌었는데도 (그 이후에 출간된) 이 소설은 원작부터가 week-end라는 구식 철자를 쓰며, 한편으로 이미 영어가 세계어가 된 후라서인지 작품 중에도 영어 표현이 자주 나옵니다. 말만 그런 게 아니라 미국 대중 문화에 대한 언급이 많습니다. chase a la mere는 "엄마를 쫓아다님" 정도의 뜻이겠네요. 영어가 확실히 프랑스어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언어인 게, 영어에도 (give) chase to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건 저 chase a의 직역이나 마찬가지이니 말입니다. 


책에는 생의 이런저런 재미있는 진실, 혹은 그렇게 우리가 착각하는지도 모를 여러 믿음이 담겨 있어 또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누크는 "입이 큰 여자가 행복하다. 입의 크기에 자신의 복을 달고 태어난다"고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말도안되는 소리 같아도, 환하게 큰 입을 벌리고 웃는, 혹은 초승달 같은 입술 모양을 최대한 크게 만들면서 미소 짓는 여인을 보면 그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고, 타인을 즐겁게 할 줄 아는 여인의 인생에 축복이 찾아오기 쉬운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인생의 철칙 같은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리 믿으면 현실에서 결국 이뤄지기도 하겠으니.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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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초기의 정치제도와 정치
한충희 지음 / 계명대학교출판부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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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조선 초기 당상관 겸직제 연구>라는 책을 읽고 21기 7주차 독후감을 올렸더랬습니다. 우리 한반도에 들어선 왕조는 언제나 매우 정교하게 작동하는 관료제를 준비했다는 게 특이합니다. 비록 신라와 고려가 중앙집권의 정도는 미비했고, 또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는 하지만 여튼 왕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관료들을 거느려 나라의 기틀을 갖췄다는 건 세계사에 유례가 많지 않습니다.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절대주의 치세를 상징하는 "짐이 곧 국가"라는 언명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한반도의 경우 "나라"에다 "님"을 붙인 게 임금이라는 뜻이니(때로는 나라가 임금과 동의어이기도 하며) 애초부터 "국가= 곧 왕"이 아니었던 때가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물론 뿌리 깊은 민본주의 이념이 이를 보충하기는 했습니다. 


임금의 권력이 강하면 첫째 지방토호, 군벌이 함부로 백성을 착취할 수 없어서 좋고 둘째 각종 송사에 왕이 파견한 대리인(고을 수령)이 주관하여 일상에서의 정의를 실현해 준다는 뜻입니다. 솔로몬의 현명한 재판이 왜 그리도 중요한 의의를 갖느냐면, 군주의 중요한 통치 기능 중 하나가 바로 민간에서의 분쟁 해결이기 때문이며 사법 기능의 원활한 작동은 백성이 세금을 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물론 송사의 당사자는 따로 비용을 내는 게 또 보통이었지만. 


지난 리뷰에서도 당상관의 뜻, 또 우리가 사극에서 보통 보곤 하는 찬성, 참찬, 판서, 참판, 참의 등이 각각 종 1품에서 정 3품까지의 벼슬을 차지한다는 내용을 정리해서 적었습니다. "찬성"이라고 할 때 그 벼슬의 한자 표기는 우리가 일상에서 찬성, 반대라고 할 때 그 한자와 같습니다. 의정부의 정승들이 정책을 결정할 때 그를 보좌하는 해당 직책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고 하겠습니다. 또 참찬은 그 찬성의 보좌 업무에 참여한다는 뜻이니 역시 명칭으로부터 그 직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참판도 판서의 판단 과정에 참여(보좌)한다는 뜻이겠고, 참의는 그보다도 못하여 의논 과정에 낀다는 뜻이겠습니다. 


우리가 조선의 지방 행정에 대해 배울 때 보통 부목군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주의해야 할 것이, 이때의 부는 한성부, 개성부, 강화부 등입니다. 이런 큰 부는 유수가 다스렸으며 정2품도 있고 종2품도 있습니다. 한성부는 정2품 유수가 관할했는데 특히 판윤이라 하여 판서와 품계가 같은 정2품임을 드러냅니다. 그 아래 부(평양, 전주 등)들도 종2품 부윤이 다스렸습니다. 이런 작은 부는 유수부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새로 지정된 유수부의 유수는 정2품으로 임명되었습니다. 


군사 관련 조직으로 대도호부, 도호부가 있었는데 부사가 임명되었고 이들은 정3품, 종3품이었습니다. 그 아래 일반 행정구역으로는 목, 군, 현이 있고, 목사는 정3품이었으며 군수, 현령, 현감은 각각 종 4품, 5품, 6품이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참상관이며 7품 이하는 참하관입니다. 


경신대기근 때 복선군이 강희제에게 가서 구휼품을 얻어올 때 "너희 나라는 왕권이 약하고 신권이 강해서 문제"라며 훈수를 받았다고 하지만, 사실 조선의 왕권도 19세기 세도 정치 시기나 약했을 뿐 신하들을 갖고 놀다시피한 강력한 왕이 많았습니다. 그 수단은, 이처럼 정교하게 발달한 관료제이기도 했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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