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초기의 정치제도와 정치
한충희 지음 / 계명대학교출판부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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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조선 초기 당상관 겸직제 연구>라는 책을 읽고 21기 7주차 독후감을 올렸더랬습니다. 우리 한반도에 들어선 왕조는 언제나 매우 정교하게 작동하는 관료제를 준비했다는 게 특이합니다. 비록 신라와 고려가 중앙집권의 정도는 미비했고, 또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는 하지만 여튼 왕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관료들을 거느려 나라의 기틀을 갖췄다는 건 세계사에 유례가 많지 않습니다.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절대주의 치세를 상징하는 "짐이 곧 국가"라는 언명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한반도의 경우 "나라"에다 "님"을 붙인 게 임금이라는 뜻이니(때로는 나라가 임금과 동의어이기도 하며) 애초부터 "국가= 곧 왕"이 아니었던 때가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물론 뿌리 깊은 민본주의 이념이 이를 보충하기는 했습니다. 


임금의 권력이 강하면 첫째 지방토호, 군벌이 함부로 백성을 착취할 수 없어서 좋고 둘째 각종 송사에 왕이 파견한 대리인(고을 수령)이 주관하여 일상에서의 정의를 실현해 준다는 뜻입니다. 솔로몬의 현명한 재판이 왜 그리도 중요한 의의를 갖느냐면, 군주의 중요한 통치 기능 중 하나가 바로 민간에서의 분쟁 해결이기 때문이며 사법 기능의 원활한 작동은 백성이 세금을 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물론 송사의 당사자는 따로 비용을 내는 게 또 보통이었지만. 


지난 리뷰에서도 당상관의 뜻, 또 우리가 사극에서 보통 보곤 하는 찬성, 참찬, 판서, 참판, 참의 등이 각각 종 1품에서 정 3품까지의 벼슬을 차지한다는 내용을 정리해서 적었습니다. "찬성"이라고 할 때 그 벼슬의 한자 표기는 우리가 일상에서 찬성, 반대라고 할 때 그 한자와 같습니다. 의정부의 정승들이 정책을 결정할 때 그를 보좌하는 해당 직책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고 하겠습니다. 또 참찬은 그 찬성의 보좌 업무에 참여한다는 뜻이니 역시 명칭으로부터 그 직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참판도 판서의 판단 과정에 참여(보좌)한다는 뜻이겠고, 참의는 그보다도 못하여 의논 과정에 낀다는 뜻이겠습니다. 


우리가 조선의 지방 행정에 대해 배울 때 보통 부목군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주의해야 할 것이, 이때의 부는 한성부, 개성부, 강화부 등입니다. 이런 큰 부는 유수가 다스렸으며 정2품도 있고 종2품도 있습니다. 한성부는 정2품 유수가 관할했는데 특히 판윤이라 하여 판서와 품계가 같은 정2품임을 드러냅니다. 그 아래 부(평양, 전주 등)들도 종2품 부윤이 다스렸습니다. 이런 작은 부는 유수부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새로 지정된 유수부의 유수는 정2품으로 임명되었습니다. 


군사 관련 조직으로 대도호부, 도호부가 있었는데 부사가 임명되었고 이들은 정3품, 종3품이었습니다. 그 아래 일반 행정구역으로는 목, 군, 현이 있고, 목사는 정3품이었으며 군수, 현령, 현감은 각각 종 4품, 5품, 6품이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참상관이며 7품 이하는 참하관입니다. 


경신대기근 때 복선군이 강희제에게 가서 구휼품을 얻어올 때 "너희 나라는 왕권이 약하고 신권이 강해서 문제"라며 훈수를 받았다고 하지만, 사실 조선의 왕권도 19세기 세도 정치 시기나 약했을 뿐 신하들을 갖고 놀다시피한 강력한 왕이 많았습니다. 그 수단은, 이처럼 정교하게 발달한 관료제이기도 했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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