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네이버, 지금 사도 될까요
박재원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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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개발자들에게 요즘 가장 핫한 직장이 네카라쿠배라고 합니다. 가장 앞에 자리한 게 "네"와 "카"인 것만 봐도 이 두 회사가 얼마나 잘나가는지 알 수 있으며 현재 (물론 비관적인 전망도 있으나) 시총 순위도 상당히 높습니다. 이 회사들은 이미 대기업군이며 기존 제조업 중심 재벌들보다 젊은이들에게 더 선망되는 게 현실입니다. 


책 p20에는 "'네이버와 카카오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투자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같은 문장도 나옵니다. 실제로 많은 투자자들이 "자식에게 물려줄 주식"으로 이제는 이 두 회사를 염두에 두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주식은 역시 삼전, 현대차, 포스코겠지"를 고집한다면 너무 구식 같죠. 그러나 판단은 우리 독자들이 냉철하게 해야 하며, 네이버나 카카오에 대해 부정적인 애널리스트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균형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음은 물론입니다. 


저자가 이 두 주식을 주목하는 이유는 첫째 이 두 기업이 모두 "플랫폼 기업"이라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둘은 한국을 대표하는 플랫폼 기업이며 왜 그런지는 우리 모두가 알며 더이상의 설명은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책은 "플랫폼은 아직 정복되지 않았으며 우리가 플랫폼인 줄 몰랐던 OOO도 실은 플랫폼이었다" 같은 주장도 합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아 아직 우리가 플랫폼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구나. 그럼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공부해야 할 게 많겠구나" 같은 생각을 하게 되죠. 


책에서는 심지어 넷플릭스도 플랫폼 기업이라고 합니다. 일단 다양한 컨텐츠를 제작하여 방영하는 이 기업을 모르는 사람은 없고 한국인들도 상당수가 이 채널에 가입해서 새 컨텐츠를 즐깁니다. 잘나가는 기업인 줄은 알겠으나(이 독후감을 쓰는 시점 기준 최근 나스닥에서 고전 중이긴 하지만), 넷플릭스가 어째서 플랫폼 기업이기까지 한가? 저자는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플랫폼 기업의 첫째 본질은 바로 "연결"이라고 하면서. 


이 플랫폼은 제품, 서비스와 고객을 연결하는 걸 사명으로 삼고 연결성이 오직 첫째의 사명이다 보니 각종 경계를 허물면서 진화합니다. 책에 잘 나오듯 여태 여러 연구자들이 플랫폼을 분류하고 기업들을 각각의 범주에 넣곤 했습니다만 이런 학술적 노력이 무의미하게 변하는 게 추세입니다. 그 이유는 각 기업들이 "파괴적 혁신(p41)"를 통해 경계를 허물어 왔기 때문입니다. 과거 같으면 지극히 한국적인 발상과 배경을 가진 <오징어 게임> 같은 컨텐트가 유저들에게 연결될 자본과 채널을 찾기 어려워 아이디어 단계에서 좌초했겠으나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의 혁신 덕에 열광해 줄 세계의 관객들을 제대로 만나 대히트를 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책의 주장대로, 과연 넷플릭스가 "플랫폼" 기업의 한 대표 유형이며 플랫폼의 본질이 "연결"이라는 점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창조성의 본질은 연결"이라는 잡스의 명언도 p64에 나옵니다. 


테슬라도 플랫폼 기업인가? 답은 자명합니다. 앞으로 자동차는 그저 전기(배터리)를 동력으로 움직인다는 것 외에도, 운전자(운전도 안 하지만)를 망에 연결시켜 가능한 모든 활동을 지원하는 하나의 단말이자 궁극적으로는 서버가 된다는 것도 명백합니다. 자동차 제조 기업이 플랫폼이 못 된다면 도태되겠다는 점도 예측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플랫폼, 저것도 플랫폼이라면 플랫폼이 너무 많지 않나, 또 과연 미래의 모든 경제활동에 플랫폼이 일일이 관여할 만큼 비중이 커지긴 하겠냐는 의문도 들 수 있고 이것이 "플랫폼 버블론(p51)"을 제기할 여지를 줍니다. 


이 책에서는 그 질문에 대해 p56 같은 곳에서 "아라마의 법칙"을 거론하며 "모든 기술은 단기적으로는 과대평가되며, 장기적으로는 과소평가된다."고도 합니다. "거품은 꺼지고 난 후에야 그것이 거품인 줄 알게 된다"는 유명한 말도 나오는데, 책의 이런 (솔직한) 점이 좋았습니다. 결국은 각자가 냉철하게, 언제 치고들어가서 언제 빠질지 판단(주식 투자라면 말입니다)하라는 거죠. 이런 건 누구도 섣불리 예측 못하는 겁니다. 특히 책 저 뒤 p211(5장) 이하에서 버블에 대한 주의사항이 다시 다뤄지네요. 


일론 머스크에 대해 아직까지도 천재다, 미친X이다 등 설이 분분합니다. 과연 이 사람에 대한 적정평가는 언제쯤이라야 우리 모두가 공유하게 될까요? "테슬라는 전기차 그 이상의 것을 만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보틱스 회사가 될 것(p88)"이라는데 헛소리로 치부할 것만도 아닌 것이 지금까지도 모두가 비웃었던 꿈을 그는 현실로 일일이 바꿔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호언장담을 마냥 믿을 건 아니고, 다만 천재이니 만큼 우리가 각자 미래상을 그릴 때 크게 참고는 해야할 것 같습니다. 


디즈니는 사실 태생부터가 혁신기업이었습니다. 그런 컨셉에 그런 사업 구조가 돈이 될 줄은 당시만 해도 아무도 몰랐고, 창업주의 사업 지향과 개인 성향에 대해 많은 비판도 있었으나 여튼 그의 기업은 신화로 남았습니다. 현재는 기업의 비전이 많이 바뀌어서 과거 보수적 가치의 완강한 보루처럼 여겨지던 컨텐츠들이 지금은 오히려 PC의 화신처럼 되었는데 이 역시 시대의 변화에 적응한 결과(싫어하는 이들도 많지만)이겠습니다. 


김범수씨나 이해진씨 모두 서울대 공대 출신이며 삼성SDS에 몸담았던 것도 비슷합니다. 한게임의 성공을 통해 네이버의 신화에 거대한 지분을 가질 수 있었던 김의장은 2007년 네이버를 떠나 2년 후 카카오를 창업하여 다시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후  "무료 문자"를 내세워 메신저를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그가 뭘 하는 건지 아무도 알 수 없었으나 지금은 그 이뤄진 성과를 보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제 카카오는 은행부터 택시잡기, 심지어 미용실까지 일상의 거의 모든 활동(p145)에 플랫폼이라며 한 발을 걸치니 한국인이라면 이 거대한 인프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시피합니다. 물론 이에 대해 문어발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4장에서는 벌써 이 시대의 화두가 된 "메타버스"를 놓고 이 분야 선구자인 로블록스라든가, 최근 핀테크 강자로 떠오른 토스, 중고시장을 근본에서부터 변혁하여 또하나의 플랫폼으로 떠오른 당근, 그 외에 야놀자라든가 디어유 같은 기업이 소개됩니다.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것도 있었나 싶은 사업 활동의 예들도 있었습니다. 5장에서는 왜 야후가 닷컴시대를 가장 앞서가다가 실패했는지가 나오는데 이미 검색창에 powered by google이라는 문구가 찍힐 때부터, 평범한 유저들도 망하겠다는 낌새를 챘죠. 마윈의 엔트그룹 역시 쇼핑몰을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나 당국에 찍혀 결국 좌초해 가는데 이 책을 보면 왜 공산당과 플랫폼 기업이 근본적으로 그 생리가 안 맞는지 분석이 나오네요. 


쿠팡에 대해 "적자의 늪에 빠졌다" 등 비관적인 진단이 나와 이게 언젯젓 이야기인지 잠시 의이했으나 미국 상장과 손정의의 투자에 의해 활로를 찾았다는 과거에 대한 설명이더군요. 잘되었으면 좋겠으나(한국의 수많은 20대들에게 라이더라는 좋은 job을 마련해 준 고마운 기업!) 이 독후감을 쓰는 현재 기준 미 증시에서 상당히 고전하는 중이며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죠. 그루폰의 실패를 보고 배우라는 게 이 책이 제안입니다. 


그래서 이 책 제목대로, 네이버나 카카오는 지금 사란 말인가요 아닌가요? 책에서는 신중히 결론을 내고 있으니 최종적으로는 독자들이 이 책(을 포함한 다양한 근거 pool)을 직접 읽고 알아서 판단해야 하겠습니다. 농담이 아니고 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알 수가 없죠. 똑같은 상황 자료를 놓고도 이 사람은 이렇게, 저 사람은 저렇게 해석하는 법입니다. 다만 이 책은 결론을 향해 독자가 요모조모로 잘 판단하게 과거의 선례나 현재의 유망 기업들을 놓고 네이버나 카카오의 미래에 참고가 되게 상당히 교묘하게 제시합니다. 직접적으로 뭐라 결론만 안 내놓았다뿐 의도는 분명히 보입니다. 그래도 역시 독자에 따라 각자의 결론은 다앙하게들 나오지 싶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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